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최근 나는 시립도서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새봄맞이 인문학 특강을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임 배 교수의 『걸리버 여행기』 등 고전문학 소설을 읽기로 삶과 인문학적 사고를 확장하고 책 읽는 삶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삶을 이해하자 교육받았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문 요한 작가로부터는 “나는 왜 나를 함부로 대할까”라는 주제로 45%의 국민이 자기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의 작은 실수나 잘못을 지나치게 자책하며, 더 멋진 사람으로 보이기 위하여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자기성찰과 자신을 위로 하며 마음의 위안을 찾자는 조언도 받았다.

교육 받으며 나는 참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확신과 함께 그 요인을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 보았다.

아버지께서는 동학 동민운동에 한 분파의 접주로 참여하시어 모진 고생을 하신 할아버지의 ‘오직 농사짓고 생명을 지키며 살아라.’라는 유지를 받들어 늦둥이며 막둥이로 공부를 좋아하는 나에게 중학교만 다니고 농사를 지으라고 설득과 강요를 하셨다. 

직장생활 37년에 최선을 다한 나는 퇴직 후 아버지를 이해하고자 오직 삽과 괭이로 750여 평의 땅에 50여 작물을 기르고, 밤에는 책을 읽는 주경야독의 생활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라고 말한 산악인 김창호를 눈여겨보았다.
역사에서 전쟁이 농사꾼이라 피해 갈리 없겠지만, 농사는 생명의 경애심에 눈뜨게 하고, 정직과 성실과 겸손을 가르쳐주며, 37년의 경쟁사회에서 생긴 얼룩과 구김을 말끔히 빨고 다듬이질해주는 은혜를 베풀어 주었다.

오늘도 나는 중앙지 2부와 지역신문 2부를 벗하며 살고 있다. 중앙지의 토요 서평란을 통해 일 년에 천 권 이상의 신간 책들을 개관(槪觀)하며 새로운 지식과 생각에 접하고 있다. 마음이 끌리는 책을 골라 최소한 2주에 한 권 이상을 보며 만학의 즐거움에 노년의 무료함을 잊고 산다. 책은 나에게 자연의 순리와 세상의 이치를 귀띔해주며 선하고 착하게 살라고 타이른다. 신문은 나에게 사회와 이웃을 눈여겨보고, 공감과 분별의 힘을 키우며, 감사하며 손뼉 많이 쳐주라고 일러준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서 사유란 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권리가 아니라 반드시 수행하여야 할 의무이다”라는 한나 아렌트 말을 명심하며 살라고 당부도 한다. 

농사와 독서는 나에게 몇 가지 삶의 원칙을 가르쳐주었다. 사실 나의 행복감은 이 원칙을 실천함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먼저 세계 80억에 가까운 다양한 사람 중 나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존재로 어떤 경우라도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고한 인식이다. 오직 나만의 개성 있는 삶은 이 세상을 살맛 나고 구색과 조화로 아름답게 꾸며주는 당당한 존재라고 자부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는 인식은 자존감을 키우고 차별의 병패를 막아 주며 종국에는 국가적 우려로 다가오는 출산율 감소에도 개선의 지혜를 주는 사회변혁의 힘이 되지 않을까? 

두 번째는 조상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있는 최고 삶의 지혜를 돈 안 들이고도 실천하는 축복이다. 조선 후기 사상의학(四象醫學)을 주장한 이제마 선생의 “어짊을 좋아하고 착함을 즐기는 것 이상의 더 좋은 약은 없다”라고 말씀하셨다. 서양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와 『동의보감』의 저자로 조선 중기 한의학의 대가인 허준 선생이 똑같이 주장한 “걷는 것보다 더 좋은 약은 없다”라는 말씀도 마찬가지다. 

두 주장을 나는 정신과 육체의 스승으로 삼고 있다. “얼굴은 영혼의 반영이며 마음의 초상화다”라는 말이 있다. 곱게 늙어가는 것 이상 더 큰 축복이 있을까. 어질고 착한 마음으로 마음을 추스르고, 걷기로 몸의 균형을 잡고 땀을 흘려 몸속의 노폐물을 배출해주는 것은 곱게 늙어가는 최고의 지혜일 것이다.

나는 늦둥이로 몸이 유약하고 객지 생활을 적용하지 못해 20살에 ‘결혼했느냐?’라는 슬픈 질문을 받고 살았다. 친구들로부터는 ‘젊은 늙은이’라 불렸고, 20대에 다방에 가면 선배들보다 먼저 찻잔이 내 앞에 놓였다. 

꾸준한 자기관리의 덕일까? 요즘은 뒷모습은 총각 같다는 덕담까지 받고 산다. 12명 모임의 야외사진을 가족 카톡 방에 올렸더니 아들 녀석이 “아버지 ‘영’해 보이십니다”라는 댓글을 올려준다. 딸아이는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우리 아빠 짱”이라며 맞장구 쳐준다. 이것이 이 나이 최고의 행복이라 확신하며 나는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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