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휘석 광양문화원 고문

김휘석 광양문화원 고문
김휘석 광양문화원 고문

우리에겐 광장이라는 말 뒤 연상되는 이미지가 ‘집회’ 또는 ‘시위’와 같은 부정적인 것들이다. 그러나 유럽의 광장을 떠올리면 거대한 성당 건물과 시청, 버스킹과 같은 것들이 생각난다.
우리의 광장이 정치적이라고 한다면 유럽은 역사와 문화 그리고 한편에서는 시장의 모습이 보인다. 도시 한복판에 널따랗게 비워둔 마당을 광장이라 한다. 

그 기원인 그리스에서는 ‘아고라’라 했고 로마시대에는 ‘포럼’이라 했다. 포럼이라는 말은 지금도 우리가 매우 친근하게 사용하고 있다. 장소의 의미보다 공개토론회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유럽의 광장은 성당 같은 종교 시설이 있고 행정, 정치시설이 있으며 상점들이 뒤따라 들어서는 형태로 발전됐다.

유명한 유럽의 광장에는 로마의 성베드로광장과 러시아의 붉은광장 그리고 중국의 천안문광장이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도 많은 광장이 있으며 그중 대표는 아마도 광화문광장이라고 할 수 있다. 광화문광장은 2009년도에 경복궁 광화문과 세종대로 사이에 시민 공간으로 조성됐다.

광화문 복원 작업을 진행하던 문화재청이 서울시에 건의해 이뤄진 일이다. 처음 광화문은 경복궁 공사가 마무리되던 1399년에 세워졌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고 1865년 다시 지었으나 1927년 일제에 의해 옮겨졌고 6·25 전쟁 때 폭격으로 불타버렸다. 2006년 총독부 건물이 훼철되고 본래의 자리에 목조건물로 복원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광화문광장이 유명하게 된 것은 2014년 세월호 시위 천막 설치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관련 촛불 집회 때문이었다.
TV를 통해 하루 한두 번은 보고 듣고 지나온 것이다. 그야말로 관광과 시위장소가 공존하는 공간이 됐다.

그럼 광양시에도 광장이 있는가? 현존하는 광장으로 시청 앞 광장이 있다.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소나무 숲이 함께 있어 아담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중마동 지역 시민들이 이용하기에 용이하다 할 수 있다. 또 사랑병원 뒤편에 있는 중마 23호 광장(사랑문화광장)에서는 코로나 전에는 한 달에 한두 번씩 문화행사가 개최됐다. 그런가 하면 광양읍에는 화신광장이 있다. 옛날에 있었지만, 지금은 시민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곳이다.

문화원 앞 오른쪽 작은 구역으로 매천로 836번지 일대를 말한다.
추정 면적은 5천m²정도였다. 지금은 사유지가 되었다. 1961년 5·16 정부에 의해 중단된 지방자치제 말기에 민선읍장이 재정충당을 위해 불하(拂下)해버렸다.
나이 많은 시민들에게 화신광장에서 있었던 기억나는 사건들을 물어보니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뭐라 해도 여순사건 후 백운산 빨치산의 시신을 줄잡아 뉘어놓고 시민들이 보게 했던 일이 제일 먼저 생각나네” 그런가 하면 공포의 인민재판도 여기서 했다. 나쁜 기억은 오래간다더니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반면에 좋은 기억도 있다. 

가끔씩 비춰주던 국정홍보 영화와 서커스 공연은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외의 다른 문화행사도 가끔 있었다고 하고 선거 때 유세도 비상시국의 연설회도 화신광장에서 있었다.

시민들에게 이처럼 사연 많은 화신광장이 광양시의회에서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시민들 사이에 공론이 시작됐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광장의 첫 번째 역할은 민주주의를 지켜온 전쟁터 같은 곳이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그곳에 머물러 관광의 중심이 되고 이제는 그 지역 상업의 중심지가 되어 지역경제 활력에 기여하고 있다. 이런 보편적인 중요성만 감안하더라도 당장 복원 작업의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광양읍에 있어서는 이런 문제는 원도심 활성화와 관련된 사항을 먼저 검토해 봐야 한다. 원도심의 침체는 이외로 심하다. 광양읍의 1번 도로인 매천로의 비어있는 많은 상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광장은 많은 사람을 불러들여 도시 활성화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어떤 작업이든지 광양읍과 관련된 현안사업은 맨 먼저 도심 활성화 측면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광양읍 원도심의 침체는 기관단체의 이전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도시의 재생은 원도심 내에 있는 어떤 시설도 밖으로 빠져나가서는 안 된다는 의견들이다. 오히려 부분적이나마 재개발을 원하고 있다. 광장을 복원하는 일도 재개발의 한 방편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읍성 안의 광장은 또 다른 가치가 있고 지역문화 창달에 제 몫을 다 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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