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형채 광양기후·환경네트워크 운영위원장

허형채 광양기후·환경네트워크 운영위원장
허형채 광양기후·환경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만년설이 늘 산마루를 덮고 있는 자연의 최고봉 히말라야 에베레스트를 향한 12일간 도전의 향연을 체험했다.

새벽에 4시에 일어나 5545미터로 솟아있는 칼라파타르를 등정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설산봉의 화려한 풍경과 제일 가까운 곳에서 에베레스트 정상을 보면서 나 자신의 숙연함을 느껴본다. 

등산 애호가라면 죽기 전에 한번은 가봐야 하는 우리들의 로망인 에베레스트, 감동적인 이 길을 걸으며 내 삶의 이정을 다시 한번 세워보는 계기가 됐다. 아직도 귀에서는 고산에서 부터의 윙윙거리는 소음에 섞이어 히말라야 협곡 천만 길 낭떠러지의 거센 물소리가 들려온다. 

칼라파타르(5545m)에서 마주 보고 찍은 에베레스트 주변 파노라마 사진을 카투만두 공항에 대기하면서 휴대전화 갤러리를 또 열어본다. 

이것을 위해 11박 12일 동안 긴 여정을 130km(331리)나 숨을 헉헉거리면서 고소를 견디며 걷고 또 걸었던 생각을 하니, 여러 겪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단지 이 사진 속의 풍광만을 보려는 것은 아닐 듯싶다. 장엄한 대자연 앞에 서니 나 자신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 미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또한, 난생처음 세상에서 가장 높고 장엄한 곳을 보며 8000m 이상의 고산들을 바라보며 걷는 트레킹은 뼛속까지 스며드는 뿌듯한 감동을 주었고, 새롭게 나 자신을 뒤돌아보고 내 가족과 주변을 살펴보는 소중한 기회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큰 자연은 느림을 가르치는데 지금까지 '빨리빨리'를 외치며 앞만 보고 살아가는 나 자신을 보면서 사리사욕에 눈이 멀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 이제는 낮고 천천히 순리대로 살아야 함을 배웠다.

그리고 여행 중 네팔 사회의 단면을 보면서, 잊고 살았던 내 어릴 적에 부모님의 고단한 시절을 떠올려 먹을 것을 찾고, 입을 것 귀했던 어려웠던 시절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이번 우리 산행 인원은 모두 15명으로, 참가자 나이는 10대 후반의 학생을 포함해 대부분 40~50대 후반과 60대 초반의 분들로서, 산이 좋아서, 세상에서 제일 높은 곳을 보며 자신의 젊음과 건강을 시험에 보려고, 또는 버킷리스트를 구현해 보고자 참가한 분들이다. 
이 중에 아버지와 아들도 함께했고, 안나푸르나 쪽 히말라야 산행 경험자 세 분과 4천 고지 등반자도 동참했다.

특히 이번 산행은 우리가 먹는 음식은 산해진미 산행이라고 부르고 싶다. 내 생각으로는 현지식만 먹었으면 중간에 포기하고 쫄쫄 굶고 완주를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위한 가이드팀, 요리팀, 포터팀이 대규모로 구성돼 산행을 지원했다.
산행 일정은 특별한 날만 제외하고 보통 6-7-8로 유지, 즉 6시 기상, 7시 식사, 8시 출발 일정으로 진행됐으나 기상은 가지각색이었다. 
칼라파타르(5545m)를 올라야 비로소 에베레스트를 제일 가까이 정면에서 볼 수 있다. 에베레스트는 쉽게 자신을 내주지도 보여주지도 않는단다.

아마 그것이 우리가 이곳을 찾는 이유일 것이다. 여행하는 동안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정과 안전을 세심하게 챙겨 우리 일행 아무 탈 없이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큰 형님과 네팔 Manu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선주 씨가 고산병에서 무사히 회복돼 다행이다. 

특히 ‘이번 트레킹을 삶의 멋진 밑거름으로 삼고 인생을 설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부자지간 함께한 광양고 최태양 학생에게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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