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주 진보당 광양시위원회 위원장

한 건설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지난 5월 1일 세계노동절, 건설노동자 양 모 씨가 건설노조 탄압에 항거해 분신했다. 생환을 간절히 바라는 많은 사람의 기원을 뒤로하고 하루만에 목숨을 잃었다.

“오늘 분신을 하게 된 건 죄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가 않네요”
- 故양 모 노동자의 유서 내용 중 일부 -

건설 현장에 만연한 부정과 비리를 뿌리 뽑고, 투명한 건설 현장, 안전한 건설 현장을 만들기 위해 건설노조가 만들어졌다. 건설노조가 생김으로써 현장이 달라지고, 노동자의 권리도 커졌다. 많은 법과 제도도 변화시켰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우리를 대하는 사장들, 관리자들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행여 현장에서 짤릴까봐 ‘하라면 하는대로, 주면 주는 대로’ 일하던 노예 같은 삶에서 인간다운 삶으로 성큼 다가섰다는 얘기다.

그러나 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대대적인 건설노조 탄압을 시작했다. 2월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건설 현장 불법 부당행위 근절대책」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제목 그대로만 보면 백번 옳은 말이다. 하지만 내용은 건설노조가 건설 현장 불법 부당행위 원인으로 지목되고, 건설사들이 피해자로 둔갑 돼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노동조합에 대한 시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건설사들은 신이 나서 건설노조 간부들을 고소·고발하기 시작했다. 집시법도 아니고, 노조법도 아닌 업무방해, 공갈·협박으로 말이다.

양 모 노동자가 분신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여 년 동안 쌓아온 자부심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고되지만 보람된 노동조합 활동이, 나의 삶이 처절하게 부정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인간의 삶을 포기하고 노예의 삶으로 돌아가라는 야비한 선포에 피가 거꾸로 솟았을 것이다. ‘인간의 존엄’이 부정되는 순간, 사람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것은 명백한 ‘국가 폭력’이다. 정부, 대형 건설사, 언론이 만든 사회적 타살이다.
정부의 노조에 대한 인식은 독재 시절에 머물러 있다. 이런 인식으로는 민주주의의 심각한 퇴행만 있을 뿐이다. 대형 건설사는 그동안 발목 잡혔던 건설 현장에서의 불법 부당행위를 지속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언론은 제대로 된 건설노조의 활동은 무시하고, 정부와 대형 건설사의 입장만을여과 없이 유포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들이 어디 건설노조에만 일어났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양 모 노동자의 죽음을 ‘자살’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정권에 대한 ‘분신 항거’라 표현한다.

정권 유지 수단으로 사용되는 방법 중 전통적인 것이 혐오, 공포라고 한다.
한 사람이나 집단에 대해 혐오를 유포하는 것이다. 건설노조에 대해 불법 부당행위의 온상이라고 표현한 점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 집단을 사회에 무수한 해악을 끼질 공포의 집단이며 ‘공공의 적’이라는 인식으로 확산시킨다. 건설노조에 대해 무슨 무슨 대책이 나오고, 고소·고발이 이루어진 배경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건설노조를 탄압할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잘못 건드렸다.
우리는 지난날의 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권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확산하려 해도 건설 현장을 투명하고 안전하게 바꿔온 건설노조의 노력이 국민에게 더 큰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윤 정권이 온 국민의 ‘혐오의 대상’이 되어가는 중 아닌가.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정권, 거짓으로 포장하고 폭력을 일삼는 정권이 어떻게 망하는지 우리가 보여줄 차례다. 故양 모 노동자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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