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아침밥을 먹기가 바쁘게 산이나 서재로 향했는데 나이 탓인지 엉덩이가 소파의 유혹을 이기지못하고 텔레비전 드라마에 눈길이 자주 간다. 요즘에는 나쁜 엄마라는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솔솔 하다. 이 드라마는 스케치 하듯 삶의 이야기를 선명하게 짚어주기도 하고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그려주기도 한다.

나쁜 엄마는 불의에 남편을 잃고 돼지농장을 이어가는 엄마가 자식의 성공과 남편의 복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주인공 최강호는 타고난 재능과 엄마의 혹독한 지도로 학교생활을 줄곧 수석을 유지하고, 사법시험에 1등으로 합격하며 장래가 촉망되는 검사로 성장한다. 강호는 한마을 한집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운명처럼 서로좋아하고 뒷바라지 까지도 아끼지 않은 여자 친구 미주를 버리고 검찰계의 신화적 존재로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처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권력가의 사위가 되기 위해 딸에 접근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건설회사 재별의 양자가 되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한다.
신형철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인생의 역사에서 때로 인간은 내가 내 삶을 지켜야하고, 나로부터도 내 삶을 지켜야한다.”라는 어려운 논제를 제시한다. 최선을 다해야할 소중한 인생임에도 과욕과 오만 등으로 자신의 인생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말일까? ‘나쁜 엄마를 보며 어머니의 품안은 어디까지가 포금 함이고, 어디까지가 옥조임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히말라야를 등정하다 보면 동행인에 누가되지 않고, 고산증이 주는 구토와 두통, 식욕부진과 불면과 싸우면서 급변하는 기후와 위험한 등산로에 온 신경을 쓰며 정신없이 오르게 된다. 베이스캠프에 도착 후 비로소 하산하게 되면 눈부신 풍광과 이름 모르는 야생화들에 눈길이 간다. 거칠고 가난한 환경에서도 어떻게 저런 미소를 간직할 수 있을까 하며 보고 또 보게 되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발길을 붙든다. 말라리아를 피해 1,0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감자와 옥수수와 콩을 기르며 그저 나귀나 야크처럼 살아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카리브해나 남태평양의 야자나무와 푸른 바다와 눈부신 백사장. 북유럽이나 뉴질랜드 남 섬의 피오르드 사이를 오가는 유람선의 존재를 모르는 것이 축복이라는 생각도 해봤다. 사람은 저마다의 삶을 단순 무식하게라도 살아내야 할 의무라고 했던가.

아버지의 원수이면서 강호의 영민함과 주도면밀함에 위험을 느낀 재벌 회장과 국회의원은 강호 아내까지 끌어드리며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강호를 죽음의 사지로 내몬다. 강호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은 건졌으나 큰 부상으로 35세 청년에서 7세의 어린아이 수준의 지능을 갖게 된다.

건강 회복을 간절히 바라는 엄마의 바람과 달리 강호는 학창 시절 공부에 지장 있다며 먹는 것을 통제한 어머니의 강압이라는 잠재의식에 사로잡혀 본능적으로 먹기를 거부한다. 어머니의 고집을 무력화하는 것은 자식의 고통스러운 모습이다.

어머니는 말한다. “많은 사람은 살아온 과거의 아쉬움 때문에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를 소망한단다.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은 것이다.” “이 세상에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은 사람과 돼지밖에 없다. 돼지는 똥오줌을 한곳에서만 보고 깨끗한 자리에서만 자며 어떤 가축보다 깨끗함을 좋아하는 가축이지만, 인간이 좁은 우리에 가두고 흙으로 목욕을 못 하게 하여 더러운 가축이 되고 말았지. 돼지는 그저 땅만 보고 살다가 넘어지면 하늘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단다.”

열무와 얼갈이배추를 섞어 담은 물김치의 국물처럼 감칠맛이 느껴지는, 조연들의 예쁘고 착하게 살아가며 주고받는 수다와 생뚱맞음이 마음에 더 다가오는 드라마다.

자기를 버리고 다른 사람과 결혼한 강호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두 남매를 온갖 수모와 어려움을 견디며 묵묵히 기르고 있는 미주의 깊고 맑은 눈빛이 깊은 산속 옹달샘처럼 달동네의 소박한 모든 사람의 저마다 갈증을 해소해 주리라 기대를 해본다.

천국의 아이들이라는 영화가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주인공 알리는 우연히 여동생 자라의 운동화를 잃어버린다. 가난한 둘은 오전반인 동생과 오후반인 오빠가 운동화 한 켤레로 그 먼 길을 통학을 한다. 마를 마라톤대회에서 운동화가 3등의 상품으로 걸리자, 알리는 동생을 위해 대회에 출전하고, 3등이 아닌 1등을 하고 만다.

한번 넘어져 하늘을 본 주인공들은 천국은 가족 간의 사랑 속에 있고 1등의 상품보다 3등의 운동화를 놓치고 아쉬워하는 알리의 마음 같은 것임을 찾아내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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