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청각장애인 어머니 밑에서 생활
모든 진로가 돈과 연결된 ‘선택’
“가진 게 없다는 건 장애물 아냐”

장영조 농협중앙회광양시지부장
장영조 농협중앙회광양시지부장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한 소년은 가진 게 없었다.
소년은 9살 때 아버지를 잃었고 어머니는 청각장애인으로 제대로 발음도 할 수 없어 아이들과 대화도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소년은 가진 게 없었기 때문에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었고 지금의 자리에 올라 올 수 있었다고 한다.
불우한 환경을 자신의 성공 기회로 만든 장영조 농협중앙회광양시지부장을 만났다.

장영조 지부장은 “지금은 순천시와 통합됐지만, 예전의 승주군이던 시절 쌍암면이라는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9살 때 귀천하셔서 어려운 시골 가정 형편은 더 힘들어졌고 어머니는 불편한 몸으로 동네에서 품앗이를 하며 아들 셋을 키우셨다”며 자신의 어려운 유년 시절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인생의 모든 진로가 돈과 연결됐다. 처음에는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돈벌이를 위해 일을 하려고 했지만, 중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순천고로 진학할 수 있는 성적임에도 진학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매산고 입학을 권유해 학업을 이어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승주에서 순천까지 매일 등하교를 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고 당시에도 자퇴를 고민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친척 중 한 분이 제 사정을 아시고 기숙사비를 도와주셨고 이때부터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만약 내가 다른 친구들처럼 약간의 경제적 여유라도 있었으면 그 당시처럼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결국 3년여의 기숙사 생활은 한 가지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그 결과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장 지부장은 대학교 진학도 자신이 원하는 진로 방향은 아니었다고 한다.
다른 대학의 몇 가지 학과에 관심이 있었지만 서울대 농학과에서 장학금을 지원받기로 해 진학을 하게 됐다는 것.

그는 “대학교 입학을 하고 대학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른 곳에 한눈을 팔거나 할 겨를이 없었으며 경제적인 이유와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ROTC 학사 장교로 복무하게 됐다. 그리고 운 좋게 IMF 사태가 터지기 전 대학 재학 중 농협 공채에 합격하게 됐고 졸업과 함께 군 복무를 마치고 농협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 지부장은 “지금 돌이켜 보면 제 삶에서 고등학교, 대학교, 학사 장교를 선택하게 된 것은 어려운 경제적인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 길을 택한 것과 불우한 환경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나에게 불우한 환경은 인생에서 큰 장애물은 아니었으며 어머니 덕분에 일찍 인생을 배울 수 있었다. 어머니와 소통을 위해서는 늘 배려해야 했고 어머니도 우리를 배려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배려하려는 노력이 습관처럼 몸에 밴 거 같다. 그래서 배려하는 삶을 인생의 신조로 여기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시기마다 도움을 준 사람들이 있어 늘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쫓기보다는 늘 현재에 감사하며 인생을 살아가고 있고 지금 생활에 대한 불만이나 비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소박하고 감사와 배려를 갖고 살아가는 장 지부장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장영조 지부장은 농협과의 인연도 이야기했다. “어려서부터 순수한 이과생 성향이라 국어보다 수학을 좋아해 숫자와 연관된 농협과 잘 맞았다고 생각하며 시골에서 성장하다 보니 농촌 사정도 잘 알고 농협에 대해서도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내성적이고 말주변이 좋지 않다 보니 ROTC에 지원하게 됐고 농협에서도 이런 부분을 좋게 평가받아 빠르게 승진을 한 듯하다. 그리고 배우자도 같은 직장에서 만나 가정을 꾸리게 되면서 농협과 운명적으로 연결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농협에 입사하고 모출납부터 축산, 신용, 경제 사업, 유통 등의 다양한 업무와 순천・광양시지부, 중앙 본부, 전남지역본부 등 여러 지역에서 근무하다 보니 농협에 대한 시스템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농업인들의 이익 및 지원과 현재 근무하고 있는 곳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영조 지부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길 바라며, 누구나 가치 있는 인생이기 때문에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간다면 자신만의 길이 반드시 열리게 될 것”이라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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