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자식들이 올해 내 생일기념으로 아들과 큰딸 손자들 4명과 미혼인 막둥이 딸아이까지 총 11명이 홋카이도 여행을 다녀오잔다. 홋카이도는 삿포로시 등 겨울눈이 쌓인 풍광과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얻은 일본소설 러브레터배경 도시인 오타루 시와 오츠크 해의 유빙 등이 관광명소로 유명하나 5월 말 도로 사정이 좋을 때 주요 관광지역을 두루 돌아보잔다.

우리는 인천공항에서 두 시간 40분을 날아 홋카이도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인근에서 렌터카 두 대를 빌린 후 자식들이 인터넷 검색으로 선정된 홋카이도의 인구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일본 제3의 도시 삿포로의 온천지역, 유럽풍의 관광도시 오타루, 자연경관과 온천 및 스키장으로 유명한 관광지인 비에 이 후라노 등 목적지를 향해 약 500km의 여정을 시작했다.

홋카이도는 인구는 523만 명으로 적은 편이나 일본에서 두 번째 큰 섬이며 83로 우리나라의 80%가 넘는 면적이란다. 15년 연속으로 음식 맛이 좋고, 인심이 후하며, 일본인들이 가장 여행하고 싶은 지역이기도 하단다.

먼저 삿포로의 중심 지역을 들려보았다. 도시의 중심에 맑은 물이 흐르고 수로 양쪽으로 시민 공원으로 이용되는 조경이 잘된 숲길이 형성되어 있었다. 일본의 여느 도시와 같이 담배꽁초나 쓰레기는 찾아볼 수가 없었고 혼자 또는 4~5명이 속보나 조깅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스시(초밥)로 점심식사 후 비에 이 후라노로 행했다.

멀리 설산을 등지고 깊이 파인 협곡과 산자락 사이로 난 제한속도 50km2차선 도로를 두 시간 이상 달렸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중앙 분리선의 왼편으로 차가 달려서 운전을 담당한 아들과 사위가 혼동할까 걱정 하였으나 차들의 운행이 꾸준하여 앞차만 보고 이어 달리면 문제가 없다고 나를 안심시킨다.

두 시간 이상을 달렸으나 우리나라와는 달리 주유소나 휴게소는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 도로가 눈이 쌓였을 때 도로의 안전한 주행위치를 표시해 주는 가로등 모양에 전등이 아닌 화살표 모양의 표시 대가 걸려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숲길에는 사슴과 너구리가 보였고 특히 여우란 놈이 7마리 정도가 규칙적인 간격으로 차도 가를 어슬렁거리며 차와 사람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 유독 한 마리는 차도를 제법 침범하며 들어오자, 일본인 한 분이 차를 멈추고, 내려 고장표시판처럼 여우를 보호하고 있는 진풍경도 경험하였다.

산봉우리 부문은 침엽수가 더러 보이나 대부분 산은 참나무 모양의 활엽수들이 주종을 이루었고 주위는 온통 숲이었으나 아주 드물게 넓은 풀밭이 보이며 목축 하는 농가들이 눈에 들어왔다.

관광명소답게 온천이 있는 료칸(여관)이 좋은 위치를 잡아 깨끗한 모습으로 손님을 맞고 있었다. 설산에서 녹아내리는 맑고 푸른 물이 여러 가닥의 폭포를 이루며 깊게 파인 골짜기로 떨어지고, 모인 물줄기는 순부시게 푸르고 맑게 흘러가고 있었다.

오타루 시는 지역특산물인 유리 세공 액세서리와 다양하고 신선한 스시, 홋카이도의 특산물인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과 케이크를 그들 특유의 장인정신과 지역생산품의 제품화 정신이 배어있는 상품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 외국 여행객의 절반 이상이 일본을 택한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오츠크해가 내려다보이는 홋카이도 북쪽 끝자락에 섰다. 5월 말이라 유빙은 없었지만, 멀리 러시아가 어렴풋이 보이는 막막대해는 장엄하기까지 했다. 해풍과 바람에 깎인 절벽, 조화로운 위치의 등대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경사가 완만한 산자락을 개간하여 대형농기계가 보이는 유럽풍의 넓은 농장이 형성된 곳도 보였다. 넓고 깊은 골짜기를 이용한 거대한 댐과 댐을 조망하며 원형으로 돌아 오르는 아찔한 고가도로도 우려와 흥분 속에 경험하기도 하였다.

마지막 날 밤은 자식들이 특별히 신경 쓴 흔적이 보이는 고급 온천장에 여정을 풀었다. 각자 방에서도 온천욕을 할 수가 있었고 지하 1층에는 대형온천탕과 노천탕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 료칸에서 가장 큰 방 셋을 잡았는데 손주 놈들 넷은 세 방을 울러 다니며 정신을 빼놓았다.

나는 도쿄 일원, 나라와 교토 및 오사카 2, 규수 지역과 이제 가장 북쪽인 홋카이도를 여행하였다. 체력 때문일까 내가 경제 주체로 자식들을 거느리고 외국 여행을 할 때보다 가슴은 덜 뛰지만, 자식들에 대한 고마움을 잔잔히 느끼며 잠을 청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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