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70대 중반을 넘어서니 약의 의존이 가까이 다가온다. 나도 지병이 하나 있다. 나는 늦둥이 막내로 태어나 초가삼간 비좁은 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과 같은 방을 썼다. 친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벌인 노부모님은 밤마다 담배를 그렇게 즐겨 피우셨다. 인근 농고를 다니던 나는 고등학교에 다니지 않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유일하게 담배 멀미도 하지 않고 자랑인 양 담배를 피우고 말았다.

첫 봉급을 받고 전남대학교 병원을 찾았을 때는 기관지확장 소견이 보인다며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길 권장받았고, 독감과 폐렴에 주의하고 체력유지에 특히 신경을 쓰라는 진단을 받았다. 젊음 탓인지 일상생활에 크게 불편함은 없어 40살까지 담배를 피웠다.

꾸준히 산행을 즐기고 건강에 신경을 써온 탓일까. 최근 10여 년 동안은 감기도 걸리지 않고 비교적 건강한 생활을 해 왔는데 70대 중반을 넘어서며 나이 탓인지 미세먼지 때문인지 5월에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감기는 나은 것 같으나 잦은 기침과 식욕부진으로 지금도 고생을 하고 있다.

벗들과 정규식사모임을 가졌는데 친구들 중 가장 건강해 보이고 지금도 순천대학을 다니고 있는 내가 좋아하는 열성 친구가 이번 감기로 한 달간 고생을 하고 6k의 체중이 감소했단다. 식사 후 약을 챙겨 먹는 친구들이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 왔다. 두 친구는 하루 12가지 이상 약을 먹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 지금까지 감기로 약을 지어 먹지는 않았는데 자식들 성화로 인근 병원 호흡기내과에 들렀다. 폐기능검사 및 엑스레이 촬영, , 담 검사를 해보잔다. , 담 검사는 자 부담금이 50%17만원이나 되었다. 폐기능검사와 엑스레이 촬영 장소는 노약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검사에만 오전을 다 보냈다.

약국에서 우연히 만난 아버지를 모시고 온 장년의 아들이 푸념처럼 우리 아버지는 밥보다 약을 더 많이 드셔요라고 말한다. 노인과 약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몸의 통증과 불편함을 느끼는 노인들은 약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 TV 방송에서는 밤잠을 깨우는 전립선 약과 관절염약 등 수많은 약 선전이 노인들의 마음을 흔든다.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고가의 검사 장비를 사들인 병원들은 언제부터인가 은연중 검사를 종용하고 노인들에 대한 처방은 언제나 지고지순이 된다. 병원을 찾는 횟수가 늘어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약의 의존도는 급속히 증가하고 만다.

인체의 자연치유력은 점차 감소하고 약의 오남용에 의한 부작용과 후유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한다.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88세와 91세로 돌아가실 때까지 특별히 병원에 가신 일이 없고 약을 드시지도 않았다. 아버지는 마루에서 요강에 소변을 보시다 토방에 굴러떨어져 식욕을 잃자, 엉덩이 부분에 젊어서부터 있던 혹이 곪았으나 병원 치료를 거부하다 스트레스로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관절염으로 고생하시다 노령으로 치료가 어렵다는 의사의 말에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우리 32녀 자식들은 형들은 아버지보다, 누나들은 어머니보다 10년 적게 살다 돌아가시고 이제 막둥이인 나만 남았다.

나는 젊었을 때는 자식 된 도리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나일 합해 2로 나눈 90세까지는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으나 70대 중반을 넘어서니 요즘은 자신감이 없어진다.

옛날에는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지혜롭게 넘긴 노인들은 생각보다 장수하였는데 요즘은 찾아냈는지, 새로 생겼는지 각종 암은 물론 뇌졸중, 심근경색, 폐렴에다 자살까지 실로 다양한 질병들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대부분 아파트에 살면서 땅의 생명력과 포용력 즉 땅심과 멀어지고 있다. 고열량과 인스턴트 위주의 식품들과 약의 남용은 장내의 유익균을 감소시켜 많은 노인들이 변비로 고생하게 만든다. 편리 위주의 일상생활은 근력과 지구력을 감소시켜 쉬 피로하고 감기만 걸려도 며칠을 고생한다.

친구들의 표정과 행동이 전과 확연히 다르다. 그래도 가장 건강해 보이는 친구들은 꾸준히 농사에 종사하며 근력을 사용하고 자연의 생명력을 지켜보고 그 신비감에 가슴 떨려 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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