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 광양시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사무국장

조은정 광양시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사무국장
조은정 광양시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사무국장

학창 시절 나는 비 오는 날을 가장 싫어했다.
항상 일하시는 부모님 덕에 우산을 안 챙겨 가는 날엔 비를 쫄딱 맞고 추운 집안에 혼자 들어서야 했는데 그게 너무 싫어서 매일 아침 일기예보 ARS를 듣고 강수확률이 30%가 넘으면 꼭 우산을 챙겨 등교했다. 행여 우산을 못 챙긴 날에는 아무 가게에서 빌려서라도 비를 안 맞으려고 했다. 이제는 휴대폰 음성검색으로 쉽게 날씨를 확인하고 자동차 시동을 켜면 알아서 오늘 날씨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아직도 15년 이상 매일 아침 걸었던 일기예보 전화번호가 기억나는 걸 보니 습관이란 게 참 무섭다.

그러던 내가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기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비 오는 날을 기다리게 됐다. 

사실 비가 오는 날보다는 비 온 후 아침 출근길을 더 좋아하는데 바로 백운산과 지리산이 능선까지 훤히 보이는 맑은 날이 일 년 중 몇 안 되게 소중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제에 이어 내리는 비로 운무가 가득 낀 백운산을 마주하며 출근을 했다.

실제로 흰 구름이 항상 끼어있어 白雲山이라 이름 붙여졌다는데 오늘따라 유독 새하얀 구름옷을 잔뜩 품고 있었다. 

다압면, 옥룡면, 진상면의 경계를 두르고 있는 백운산은 전라남도에서는 지리산 노고단 다음으로 높은 소백산맥의 고봉으로 손꼽힌다. 

광양에서 나고 자라는 나의 아이들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백운산 숲체험을 갈 정도로 익숙한 산이지만 사실 내가 백운산을 찾은 지는 얼마 안 됐다. 

몇 년 전 일하는 엄마란 핑계로 아무 이벤트도 준비 못 한 크리스마스에 백운산 자연휴양림을 예약해서 자보게 되면서 나의 백운산 사랑이 시작됐다. 그러고 보니 광양에 시집온 후로 여름이면 늘 찾아 무더위를 식히던 백운산 4대 계곡 중 하나인 동곡계곡도 백운산이 품은 맑은 물줄기이다. 

덩달아 요즘 부지런한 남편 덕에 한 달에 한 번 백운산 자연휴양림에 가는데 우리 가족처럼 구름도 백운산이 좋아 늘 그렇게 머물며 쉬었다 가나 보다. 

우리나라에서 한라산 다음으로 식생이 다양하고 보존이 잘 돼있다는 백운산에는 다양한 희귀 식물과 900여 종의 식생이 자라는데 그래서인지 아이들과 산책로를 걷다 보면 못 보던 꽃과 식물이 많아 요리조리 눈을 돌리며 걷는 재미가 넘친다.

맨발로 흙을 밟아 볼 일이 없는 때에 아이들과 신발을 벗고 발바닥에 전해지는 땅의 단단하고 건강한 기운을 만끽하며 휴양림 안 황톳길을 걷다 보니 이렇게 좋은 시설이 광양시에 있다는 게 참 감사하게 느껴진다.

요즘처럼 성수기에 접어들면 어딜 가도 수십만원씩을 숙박비에 쏟아부어야 하는 때에 남들처럼 호사스러운 호캉스, 펜캉스는 못 가주지만 자연이 주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까이에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가. 시원하고 편안하게 놀고 집에서 멀지 않아 주말 스케줄도 소화해 낼 수 있어 여러모로 좋다.

깜깜해진 밤에는 집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별들도 세어보고 각자 랜턴을 하나씩 들고 어두운 숲길을 따라 담력 체험도 해본다. 

얼마 전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정책에 5남매 아빠인 개그맨 정성호가 소신 발언을 한 기사를 봤었는데 나 또한 무척 공감하는 말이었다. 
기사 내용은 출산과 육아에는 부모의 희생이 중요하고 우리 사회는 부모가 희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이번에 인구정책 시민정책단 활동을 시작하면서 아이양육 분과장을 맡아 광양시에서 시행되면 좋을 출산 양육 정책을 찾는 일들을 했다. 그래서인지 자녀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부모가 희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가능하다는 말이 더욱 공감이 됐다. 그리고 다자녀 할인 50% 혜택으로 부담 없이 즐겁게 백운산 휴양림을 다녀오고 온 가족이 다자녀 할인 50% 가격으로 수영을 하며 몸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여건들이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조금씩 노력해 나가는 광양시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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