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사람마다 차이가 나겠지만, 만 75세가 된 올해부터 나는 생각하지도 못한 많은 인체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나름 성실하게 살아왔던 지금까지의 삶이 계속되라는 생각에 추호도 의심이 없었다.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꽃을 기대하며 85개의 화분에 구색과 조화까지 생각하며 가능하면 4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는 수종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품위와 깊은 정을 느낄 수 있는 종류를 고르는 데 최선을 다했다. 햇빛을 좋아하는 꽃들은 채광이 잘 되는 창 쪽으로 놓고 환기와 물 주기에도 신경을 썼다. 그런데 불과 몇 달 사이에 물을 주고 관리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꽃은 변함없이 피고 나의 관심과 보살핌은 계속될 것이라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던 나의 일상에 변화가 온 것이다.

1,881㎡ 밭에는 방학 때 네 명의 손주들이 서울 생활과 비교되는 자연 속의 체험학습을 기대하며 건강에 좋다는 온갖 과일나무와 희귀한 수종들도 챙겨 심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잡초를 이겨내지 못하고 작물의 성장에 지장을 받는 실정이다.

나는 칠순 기념으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 도보여행을 다녀왔다. 그 경이로운 비경과 척박한 환경에서도 문명사회에서는 볼 수 없는 신비스럽기까지 한 아름다운 미소를 보내주는 원주민을 수없이 보았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의지하고 사는 사람까지 착하고 선하게 만드는 것일까. 
진정한 행복은 소유와 성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적은 것도 소중히 생각하며 그저 감사히 받아들이는 착한 심성에 있는 것일까.

사람의 마음도 히말라야의 비경처럼 눈비 바람에 깎기고 높고 푸른 하늘을 보며 자연의 이치와 인간사 소중함을 생각하고 살면 저마다의 다름이 구색과 조화를 이루며 서로의 칭찬과 축복 속에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내며 서로의 관계가 사랑이나 인정이 많고 깊으며 부드럽고 상냥하게 서로 다독여 주고 부추겨 주는 세상을 상상해 보았다.

도보여행을 다녀온 후 경험하지 못한 넓고 경이적인 세상과 세상을 자세히 보고 새롭게 인식하는 성찰의 소중함에 글을 써 보고 싶은 새로운 충동이 생겼다.
잘 쓰든 못쓰든 일주일에 한 편의 글을 꼬박꼬박 6년을 써오고 있다. 나의 글쓰기는 지인들에게는 열심히 살고 있다는 안부의 인사가 되고, 독서의 추동력이 되며,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은연중의 다짐이 되기도 했다. 꽃과 나뭇잎 하나에도 이름 모르는 들풀 하나에도 관심과 정이 가고 감사하는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글쓰기는 잊고 살았던 내 어릴 적 정든 마을과 학창 시절의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도 불러내 주었다. 숙제도 예·복습도 없었던 우리들의 학창 시절은 굴렁쇠를 굴리며 마을 골목골목을 누볐고, 도토리를 주워 모으고, 논두렁을 헤매며 메뚜기와 여치도 잡았다. 마을 길 따라 나있는 도랑에서는 참게와 피라미나 붕어 새끼가 심심찮게 잡혔다. 도구를 치고, 우리 마을에서 제일 큰, 가뭄 때 물을 대기 위한 물 엉덩이인 둠벙의 물을 퍼낼 때는 미꾸라지가 많이 잡혀 마을에 잔치가 벌어지기도 했다. 

요즘의 애완용 개들과 달리 우리가 어릴 적 기른 똥개는 대책이 없이 주인을 좋아하고 덩치는 커도 주책없이 꾀라고는 부릴 줄 모르고 끝까지 순종하는 그런 개였다. 고교 초에 우리 집에서는 황구와 흰둥이 똥개 두 마리를 길렀는데 학교가 파하고 내가 당산 모퉁이를 돌면 두 놈은 어떻게 알았는지 나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오곤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두 놈의 앞발 때문에 내 교복이 망가지곤 했으나 그 시절이 내겐 정말 즐거운 시절이었다.

최근 감기를 심하게 앓은 경험이 있다. 주위 지인들을 보면 코로나 이후 70대 중반의 노인들이 감기에 걸리면 심하게 고생을 하는 경향이 있다. 나도 요즘 심하게 앓고 있는데, 내가 6년 동안 글을 쓰고 있는 힘은 바로 건강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단편도 한 편 써보고 시도 몇 편 써보겠다는 생각을 가졌으나 불과 몇 달 사이에 언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를 정도다.

일주일에 책 한 권 읽는 것도 중단되었고 매일 중앙지 2부를 읽는 것도, 토요일 양 신문에서 신간 책 소개를 정독하는 것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무엇보다 건강을 챙기고 아내와 자식들에게 신경을 더 쓰고 편안한 마음으로 욕심 없이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외부 기고 및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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