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에서 밥 한 끼 해요_5

7월이다. 덥고 습도가 높은 날들이다. 장맛비가 새벽부터 내리면 아침에 이불에서 나오기가 싫어지고 점심 한 끼 귀찮아서 거르고 싶은 맘이 든다. 무언가 마음을 뽀송이 말려주고 입맛을 돋아주는 그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데 생각나지 않는다. 그때 중마동에서 밥 한 끼 하자는 전화가 걸려왔다, 마지못해 약속을 정하고 조금 일찍 사무실을 나선다. 약해졌지만 아직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서대회무침. 오늘 점심이다. 서대는 여름이 제철이다. 개인적으로 오래전에 남쪽 해안가 광양에 정착하고 여름철이면 가끔 찾아지는 음식이 서대회무침과 물회이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엔 서대회무침에 막걸리가 한잔 땡기기 마련이다. 그 새콤하고 매콤하고 달큰한 맛이 시들해지는 미각을 넘어 몸속 오감을 깨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름철 남쪽에 휴가 오시거들랑 아니면 여름 손님 오시걸랑 서대회무침정식 한 끼 하시라. 가성비 좋고 만족스러운 대접이 될 것이다.

길호식당. 골목에 위치한 작은 식당이다. 중마동 청소년문화센터 사거리에서 백운초등학교 뒤편으로 들어서면 첫 번째 블록 모퉁이 돌아 자리한다. 이름이 똑같은 횟집과 착각하기 쉽다. 현재는 따님이 운영하고 계시지만 얼마 전까지 부모님께서 운영하던 오래된 작은 식당이다. 식당은 좀 더 깔끔해진 느낌이다. 테이블 9개에 문을 여는 11시 30분에 벌써 5개 테이블이 예약석이다. 식사류로는 서대회무침, 갈치조림, 조기매운탕과 돼지주물럭이 있다. 간판과 메뉴판 옆에 서대회무침 메뉴를 별도 설명하는 걸 보니 식당의 대표메뉴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맛있는 식당은 밑반찬의 구성이 다양하며 게미가 좋다. 식객은 밥을 다 먹었을 때, 메인요리와 함께 밑반찬까지 거의 비워지는 식당을 좋아한다. 10첩 반찬이 먼저 나오고 중앙에 버무린 빨간 무침에 초록 무성하게 쑥갓을 올린 서대회무침이 자리하면 그 옆으로 김 가루에 참기름, 깨를 뿌린 대접이 놓인다. 마지막으로 미역국이 나온다. 탕수육에 찍먹파와 부먹파가 있듯이 서대회무침에도 오리지널파와 비빔파가 존재한다. 함께 자리한 일행은 오리지널파다. 시종일관 밥과 회무침을 오리지널로 먹는다. 대부분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식은 반공기는 오리지널파, 반공기는 김가루에 비벼 먹는 비빔파다. 상추쌈으로 먹는 맛 또한 일품이다. 여기에 막걸리 한잔이 빠질 수 없다. 

길호식당의 서대회무침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이유는 맛의 밸런스가 아닐까 싶다. 자칫 시고 맵고 단 맛 중 한 가지 또는 모두가 강해 첫 맛에서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현대인들에게 편안한 조화로운 맛을 선사한다. 여기에 밥이 참 맛있다. 약간 꼬들한 밥맛은 회무침과 어우러져 식욕을 돋운다. 상큼하고 군더더기 없는 한 끼다. 

비가 그쳤다. 식객은 회와 더불어 가오리, 가자미, 서대, 고등어, 갈치, 오징어, 문어 등등 바다로부터 오는 음식을 좋아한다. 식사를 다 마쳤으니 한마디 보태면 온 국민의 열 중 여덟이 반대하고 있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고자 하는 일본 정부의 결정과 윤석열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에 불안감이 크다. 바다의 생물들이 위협받고 있으며 전 인류의 식탁이 방사능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서두르고 방조하는 자, 그자가 인류를 위협하는 범죄자다.

서대회무침 2인 22,000원, 막걸리 한 병 3,000원, 총 25000원 자~알 먹고 이 맛있는 밥상을 위해 국민과 인류의 안전한 식탁을 위해 함께합니다. 광양에서 밥 한 끼 해요. 다음 밥 한 끼는 어디로 가지? 

글·사진=정은영 민주당 지역위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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