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에서 밥 한 끼 해요_6

어머니 손맛을 꼭 닮은 큰누이가 해주는 밥 한 끼가 생각날 때가 있다. 어머니의 푸근함과 큰누이의 정성이 자연스레 느껴지는 밥 한 끼. 그리움 가득한 밥 한 끼를 찾아서 오전 내 궁리를 한다. 시장기가 돋는다. 갈치조림은 어떨까?

그래, 오늘은 광영으로 가자. 익숙한 듯 친밀감이 생기는 광영상설시장 뒤편 하광공원 골목에 들어선다. 조용하고 한가롭다. 주차하기엔 무리가 없다. 작고 아담하지만 정겨운 식당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입구 옆 창에 붙은 메뉴는 가격까지 안내해 준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홀에 테이블이 두 개(추가로 테이블 두 개씩 있는 방 2개가 홀과 붙어 있음) 그 뒤로 오픈형 주방이 보인다. 눈에 바로 들어오는 건 3개의 가스 화구와 그 위에 하나씩 얹어진 달의 분화구처럼 온통 주름이 간 조림용 양은냄비와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조림냄비 뚜껑이다. 맛집임을 직감할 수 있다. 

영진식당. 오늘은 갈치조림이다. 여름엔 갈치조림이 주메뉴이고, 찬바람이 나면 아구내장탕이 이름나 있다. 소개할 필요도 없는 광영동 지역에서는 이미 그 내공을 인정받고 있는 골목식당이다. 30년 이상 가게를 운영해오고 있는 사장님이 큰언니고, 막내동생이 바쁜 시간에 홀서빙을 도와주고 있으며, 연세 지긋한 도우미 아주머니께서 찬을 챙기는, 여성 세 분이 크지 않은 식당을 분주히 움직인다. 규모와 맛으로 봐서 이용 시 예약이 필요하겠다.

상을 짱짱히 채우는 반찬들의 향연 속에 들어올 때 본 조림냄비에 담겨 주인공 갈치조림이 새초롬 얼굴을 빨갛게 붉히고 입장했다. 통통한 생갈치가 중심을 잡고 그 주위를 애호박과 햇감자가 둘러싸고 밑으로 푹 삶아진 무, 위로 실파가 총총총 흩뿌려져 침샘을 자극한다. 조렸으나 싱싱함이 느껴지는 생갈치는 맛있다. 참 맛있다. 애호박과 햇감자는 또 달달하고 포근하게 맛있다. 양념이 깊이 배어 애호박에 자꾸 손이 간다. 갈치조림을 전체적으로 묶어주는 조린 국물은 우리가 제주도나 대도시의 커다란 식당에서 먹는 아는 맛과 조금 다르다. 어머니 또는 우리 가족만의 고유의 양념이 들어간 듯 국물이 특별한 감칠맛이 난다. 오랫동안 고수해온 고수의 맛이다. 식객과 일행은 금 새 기분이 좋아져 여타의 말보다 음식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때 옆 테이블에 손님이 들고 아구내장탕을 주문한다. “여름엔 아구 내장이 안 나오고 맛이 없다. 찬 바람 불면 드시고 오늘은 갈치조림 맛있다”고 안내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 맛집은 제철 음식을 소중히 여긴다. 반대로 제철 음식을 요리하는 식당은 맛집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갈치조림 1인분에 1만 5천원 점심으로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맛과 양을 생각하면 가성비는 만족스럽다. 8천원 백반도 있다.

근처에 수국이 활짝 핀 절이 있다 해 소화 겸 산책을 하러 들렀다. 옥곡 고속도로 나들목으로 가다 보면 이정표가 보이는 길상사는 큰스님께서 10여년 전부터 직접 한 그루 한 그루 수국 3천 그루를 심어 부처님께 꽃 공양을 하고 있단다. 지금은 군락을 이뤄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듬성듬성 찾아들고 있었다. 그곳 정자 처마에 붙은 글이 한참 동안 시선을 잡았다. “절대 가면 안 되는 것은 없다. 오면 와서 좋고 가면 가서 좋은 것이 삶의 본질이다”
광양에서 밥 한 끼 해요. 영진식당,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다음 밥 한 끼는 어디로 가지? 

글·사진=정은영 민주당 지역위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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