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에서 밥 한 끼 해요_7

밥, 국, 김치 등 집에서 먹는 찬으로 채운 한 상을 백반이라 한다. 반찬 가짓수를 기준으로 전통 상차림은 3첩. 5첩. 7첩 등으로 구분하는데 밥과 국, 전골, 찌개, 김치, 장 등 기본 음식을 뺀 것이라고 한다. 보통 서민은 3첩 반상을, 양반은 5첩 반상을 받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임금님의 밥상, 수라상은 12첩 반상으로 구성됐다. 기본 음식을 합하면 임금님 밥상 위에는 최소 20여 가지가 넘는 그릇들이 올려져 있었다. 요즘은 어떠한가? 한정식 또는 백반집의 상차림이 보통 수라상을 방불케 한다. 그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하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정식 한 상을 받고 포만감을 느끼는 것도 좋아하지만, 다사다난한 삶에 휴식이 필요하듯이 소박하고 단출한 밥상을 원할 때가 있다. 잠깐 멈춤처럼. 홀로 명상하는 것처럼. 요즘처럼 외식과 배달 음식이 발달한 상황에서 소박한 가정식백반이 밥때마다 당기는 현상은 내 몸의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그래 오늘은 소박하고 정갈한 백반집으로 가자. 어디가 좋을까? 

이가백반. 중마동 현대자동차사거리 떡보의 하루 골목으로 들어서면 광양전통기정떡 맞은편에 위치한다. 점심 식사 메뉴는 제육불고기백반, 양념게장백반, 추어탕백반, 매콤삼겹살백반을 고를 수 있었다. 우선 기본 2인 이상 주문을 요구하지 않아서 좋다. 각자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음식은 각자의 네모난 나무쟁반에 나왔다. 흰 쌀밥, 김치찌개, 김치를 빼면 딱 5첩 반상이다. 무생채, 고구마순된장무침, 콩나물무침, 계란후라이가 정갈하게 그리고 메인 메뉴인 제육불고기볶음이 푸짐하게 올려졌다. 가짓수가 소홀해 보이지만 전통 상차림에 따르자면 한 상 꽉 채우는 양반밥상이다. 무엇하나 소중하지 않은 반찬이 없다는 것이 이런 상차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맛 또한 한 가지 한 가지 집밥으로, 가정식백반으로 손색없는 맛이다. 

영화<카모메식당>이 생각났다. 식당 운영은 사장님 혼자였지만 서두르지 않으며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았다. 여느 백반집에서 느끼기 힘든 여유가 식객에게 편안함을 주었다. 자연스레 대화도 가능했다. 가게의 인테리어는 아드님이 직접 해주어서 그런지 젊은 감성이 묻어나며 모던한 분위기가 풍긴다. 가게 이름은 가족성씨와 전혀 상관없이 ‘이가’가 부르기 편해서 지었단 이야기를 하면서 우린 크게 웃었다. 유연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사장님은 건강해 보이셨고 무엇보다 표정에서 일 때문에 피로한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점심 장사만 적당한 인원이 다녀가면 가게문을 닫는다 했다. 그것은 사장님의 이문보다 삶의 건강함을 우선시하는 철학처럼 느껴졌다. 

식당 문이 열리고 떡집 이웃이 사장님께 기정 떡을 주고 간다. 자연스레 식당과 이웃들의 서로 돕고 사는 삶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침에 운동하고, 점심 장사가 끝나면 손주들을 보러가고(식당 벽에는 손주들이 할머니께 쓴 편지들이 가득했다) 욕심내지 않고 건강을 위해 운동하고 이웃과 교류하는 삶이 건강한 밥상을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자연스레 떡봉투는 일행의 손에 들려 있었다. 정말 간만에 밥과 국, 반찬을 한 점 남기지 않고 먹었고 적당한 포만감에 또 사장님과 여유로운 대화까지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식당의 편안한 분위기와 사장님의 여유로운 대응, 그리고 단출하지만 집 밥의 향기 가득한 깔끔하고 넉넉한 식사였다. 자신의 삶을 가꾸고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과 돕는 일상은 식당뿐 아니라 모두가 본받을 건강함이라는 가르침을 주는 식사였다.

광양에서 밥 한 끼 해요. 이가백반,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다음 밥 한 끼는 어디로 가지?

글·사진=정은영 민주당 지역위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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