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섭 광양시의회 의원

박문섭 광양시의회 의원
박문섭 광양시의회 의원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은 풀뿌리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 의식 고양을 위해 읍··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지난 5월 초 윤석열 정부 행안부에서 만든 ‘2023년 주민자치회 표준조례 개정안을 두고 말들이 많다. 주민을 뺀 주민자치회라든지, 자치가 사라진 관치를 향한 주민자치회라든지, 민주주의의 퇴보라는 외침이 그 중심이다. 그 어느 때보다 주민자치가 요구되는 현 상황에서 지역의 주인인 주민은 주민자치회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계실까. 본 시의원이 부족하지만 글을 올리는 이유일 것이다.

1999년 시작된 주민자치위원회는 읍··동 단위에 설치돼 행정에 대한 심의·자문 정도에 그쳤다. 주요 사무는 주민자치센터 운영과 관련 주민자치프로그램 선정, 수강료 결정 등으로 실질적인 주민자치와 거리가 있었다. 이에 따라 현재는 제도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주민자치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주민자치회가 지역별로 시범실시되고 있다.

주민자치회의 확대된 역할은 크게 주민자치 업무와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의 위임 또는 위탁 등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민자치 업무로 기존 행정체제에서 반영되기 힘든 근린 자치 영역의 업무이다. 예를 들어, 마을축제, 마을신문소식지 발간, 주민자율청소 봉사단 운영, 도시미관개선 벽화사업, 벼룩시장운영, 기타 각종 지역행사 등이 있다. 둘째, 협의업무로 주민 문화복지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이다. 예를 들어, 불법 주정차구역선정 협의, 문화복지시설 확충시 의견제시 등이 있다. 셋째, 위탁업무로 주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집행업무의 위탁이다. 예를 들어, 작은도서관, 문화센터 등 공공시설 운영, 거주자 우선 주차관리 등이 해당 된다. 이렇듯 주민자치회의 역할은 기존 주민자치기구들의 역할과는 확연히 진일보한 명실상부한 주민의 자치기구로의 위상을 요구받고 있다. 이는 10여년의 시범 실시에도 아직 전국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행정안전부의 공식적인 통계(202112월말 기준)에 의하면, 전국 3500여개의 읍··동 가운데 주민자치회를 설치한 곳은 201747개에서 20211013개로 확대됐고, 2023년 현재 전국적으로 1370여개의 주민자치회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약 40%의 전환율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주민자치회의 주요한 한계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주민자치회의 전국적 확대를 위해서는 현행 법 규정만으로 한계가 있으며, 그동안 주민자치회 구성이 획일적이고, 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들이 적지 않다. 또한 주민자치회의 기능과 역할이 모호하고, 사업 범위가 불분명하며, 주민의 대표성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늦었지만 우리 광양시도 주민자치회를 준비하고 있다. 후발 주자가 갖게 되는 이점이 무엇인가? 앞서 시범실시했던 주민자치회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법적, 제도적, 운영 측면에서의 문제점들을 조사해서 수정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 제도가 갖는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고 안정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글 초입에 언급한 행안부 표준조례안은 참고 사항일 뿐 우리는 주민자치회 위원 선정 방식과 정원 주민총회 개최 자치계획의 수립과 실행, 주민참여예산제와의 역할 정립 등 우리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주민 스스로의 역량과 자치가 빛날 수 있는 촘촘하고 잘 짜진 주민자치회를 준비해 가면 좋겠다.

광양시는 그동안 주민참여기구로 주민자치위원회와 각종 참여기구들이 존재해 왔다. 위촉된 위원들만의 주민자치가 아닌 주민의 대표기구로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보장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귀담아 주민자치회 전면 전환을 위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민을 대상으로 주민자치 역량강화 워크숍 개최 등 주민자치회 전환 인식 확산과 공감대 형성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주민을 위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는 필요하다.
또 역할이 커지는 만큼 그에 걸맞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최근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를 위한 조례안이 시의회에서의 부결 또한 광양시 읍··동 구성원인 우리 모두의 준비 부족이 이유이다. 주민자치를 앞서 고민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할 시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지역사회와 시민들이 보내 주신 관심과 의견을 동력 삼아 풀뿌리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살리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주민자치의 길을 우리는 더디게 가더라도 협력해 꼼꼼히 제대로 만들어 가야 한다. 지금, 시민이 함께 걸어갈 수 있는 큰길을 만들기 위한 우리 모두의 지혜와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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