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도시였던 광양시는 광양제철소가 새롭게 둥지를 틀면서 급속도로 산업도시화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성장에 비해 문화예술 인프라에 대한 발전은 성장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어 도시 발전의 한계점에 부딪힌 상태다. 

특히 광양지역에서는 한국 문단에 큰 영향을 끼친 다수의 문인들이 인연을 맺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이들을 기념할 공간이 부족해 지역의 정체성 확립과 청소년들의 정서함양 및 지역 발전을 위해 문학관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문학관은 지역의 정체성 확립 및 지역문화의 구심점이 되고 지역 사람들이 살아온 역사와 문화, 교육, 경제, 관광까지도 영향을 주는 만큼 광양의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할 미래의 자원이다.

이에 다른 지역 문학관의 사례들을 통해 문학관의 필요성을 점검하고 지역사회와 공유하며 문학관 설립이 가시화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 화두를 던지고자 한다. -편집자주-

사례#1 만해기념관 
호국 정신의 성지에 자리한 만해기념관 

치열했던 민족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남한산성은 호국 정신의 성지로 이곳을 오르다 보면 만해 한용운 선생을 기념하는 기념관을 만날 수 있다.

일제 강점기 동안 독립운동가 겸 승려로 ‘님의 침묵’ 등 저항문학에 앞장섰던 한용운 선생의 삶의 자취를 엿볼 수 있는 만해기념관이 호국 정신의 성지인 남한산성에 자리 잡은 것은 전보삼 한국문학관협회장(만해기념관장)의 역할이 크다.

전보삼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만해 한용운 선생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일평생을 살아오며 직접 기념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전보삼 회장은 1981년 만해 스님이 말년을 보낸 심우장 집에 기념관을 열고 이후 1990년 선생의 문학‧철한 사상을 후세에 전승해 민족자존의 정신을 보전하고자 현재의 남한산성 자리로 이전해 30년간 만해기념관을 운영하고 있다.

만해기념관은 선생의 일생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교육관, 체험학습장 및 야외조각공원으로 구성돼 남녀노소가 즐겨 찾을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졌다.

기념관 외관은 전통 한옥의 주삼포 건물로 전통한옥과 현대 건축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원로조각가 민복진의 작품인 ‘만해의 흉상’이 기념관 입구에 설치돼 있다.

만해기념관 실내로 들어서게 되면 ‘독자에게’, ‘님의 침묵’의 시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내부에는 일제 강점기 동안 금서였던 ‘음빙실문집’, ‘영환지략’, ‘월남망국사’ 등 만해 선생이 평소에 즐겨 보았던 수택본들과 선생이 생전에 낸 각종 저술 등의 초간본, 만해의 친필유묵, 3·1 독립운동 이후 옥중 투쟁을 보여주는 ‘독립은 민족의 자존심’, ‘맹렬한 독립론’과 각종 신문자료, 1962년 정부가 추서한 대한민국 건국공로 최고훈장인 대한민국장(훈기번 호제25호)이 전시돼 있으며, 만해 관련 연구, 학술논문 600편이 정리, 전시돼 있다.

 

사례#2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문학관으로 알려진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은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해 있다. 북한강을 따라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해 주말이면 나들이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한다.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은 지난 2006년 말 착공, 국비 50억원, 도비 25억, 군비 49억 등 124억원이 투입돼 2009년 6월13일 개장했다.

4만7천640㎡(1만4천평) 부지 위에 조성된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은 연면적 2천305㎡(8백평) 규모의 3층 문학관으로 숲과 계곡으로 둘러싸여 있어 경치가 아름답고 공기가 맑아 자연과 어우러진 우리나라 최고의 문학공원으로 꼽히고 있다.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은 기존에 보던 문학관의 형식에 그치지 않고 소설의 의미를 되새기며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진 테마파크로 접근성이 매우 떨어짐에도 연평균 관람객은 10만여 명(코로나19 이전)이 방문하고 있다.

주요 시설로는 △황순원 문학관 △황순원 묘역 △수숫단 오솔길 △소나기 광장 △사랑의무대 △고향의 숲 △해와 달의 숲 △들꽃마을 △학의 숲 △송아지 들판 △너와 나만의 길이 있으며 문학관 내에는 △전시실 △황순원홀 등이 자리하고 있다.

전시실에는 작가의 대표작 형상화 및 영상 전시 디지털 영상체험관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소나기 광장에서는 매일 소나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또한 소나기 광장에서 소나기를 직접 맞게 되면 소설 ‘소나기’에서 소년 소녀가 한 것처럼 원두막이나 수숫단으로 피할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돼 소설 속 인물과 동기화되며 감성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다.

양평군에서는 황순원 작가의 삶과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백일장, 그림, 첫사랑 이야기 공모전, 디카 시 공모전 등 황순원 문학제를 열며 양평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

 

사례#3 김유정문학촌
문학관을 넘어 문학마을로 성장

‘한국의 영원한 청년작가’로 불리는 김유정 작가는 1933년 「산골나그네」로 문단에 데뷔해 「봄·봄」, 「동백꽃」, 「만무방」 등 한국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을 발표했다.

김유정문학촌은 국‧도‧시비로 춘천시 신동면 실레길25 김유정 생가터 일대(부지 4,528㎡, 건축연면적 374.47㎡)에 김유정 생가, 기념전시관, 디딜방아간, 외양간, 휴게정 등을 조성하고 2002년부터 개관해 운영 중이다.

이후 2016년 김유정이야기집, 체험관 4동, 야외공연장, 낭만누리(사무실, 홍보관), 농산물판매장 등을 추가 조성해 개관하며 유료화로 전환됐고 2020년에는 강원특별자치도 최초로 ‘문학진흥법’에 의한 공립문학관으로 등록이 이뤄졌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연 10만명 이상이 방문했지만 코로나19 이후로는 1/3로 줄어든 상황이다.

김유정 생가는 안방과 대청마루, 사랑방, 봉당, 부엌, 곳간으로 이뤄진 전형적인 ㅁ자형태김유정기념전시관에서는 김유정 선생의 생애와 작품, 관련 유물이 일목요연하게 관람할 수 있다.

또한 김유정이야기집에서는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물과 영상을 상영한다. 이외에도 문학촌에는 도자기체험, 민화체험, 실레마을 문학체험 등 다양한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특히 문학촌에서는 △김유정추모제 △김유정문학캠프 △김유정문학축제 △김유정작가상 등의 사업을 진행하며 김유정 선생이 남긴 문학적 유산을 보전하고 한국문학을 이끌어 갈 신진작가를 배출하기 위한 토양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문학촌 일대에 김유정역과 김유정우체국 등이 들어서며 ‘김유정 마을’이 형성됐고 김유정의 이름으로 제정된 문학상 수상자들이 한국문단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문학적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한편 문학촌은 춘천의 대표 문화예술자원의 역할을 수행하며 춘천시가 문학의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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