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주 진보당 광양시위원회 위원장

유현주 진보당 광양시위원회 위원장
유현주 진보당 광양시위원회 위원장

올해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이 되는 해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은 1953727일 정전협정으로 모든 전투는 중단된다. 1951710일경부터 정전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이 760여 차례 진행된 후 겨우 맺어진 합의다. 군사분계선 확정과 전쟁포로 문제로 길고 길어진 까닭에 3년 중 2년은 회담도 했지만 3·8선 부근에선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피 말리는 전투가 진행됐다고 전해진다.

정전은 전쟁의 완전한 평화적 해결을 이룰 때까지 군사적 충돌행위를 멈추자는 합의다. 정전협정 이후 평화적 해결을 위한 회담은 단 1차례만 열렸을 뿐이라, 70년 동안 한반도에서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에 분단도 지속된다.

우리 사회에 많은 비정상이 있지만 나는 그 비정상의 근원이 정전과 분단에 있다고 진단하는 편이다. 물론 70년 동안의 정전과 분단도 비정상이다. 그리고 분단은 이미 1945년 해방에서부터 시작되었고 해방 전후 한국전쟁까지 7~8년이 지금의 우리 사회 체제를 규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허울 좋은 한미동맹도 이때 생겨났다.

한미동맹을 둘러싼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첫째, 군 작전지휘권 이양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1950714, 이승만은 맥아더에게 현 작전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일체의 지휘권을 이양하게 된 것을 기쁘게 여기는 바라는 서한을 보내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을 연합군(미국)에 넘겨준다. 716일 맥아더가 오케이 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 이후 전시작전지휘권을 환수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훌륭하신(?) 대통령들의 포기와 연기로 아직까지 전작권은 대한민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세계 200여 개 자주독립국 중 군사주권이 없는 나라는 부탄과 한국뿐이라고 한다.

둘째, 한미동맹을 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

정전협정 서명 직후인 1953101,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다(발효는 5411). 실질적인 한미동맹의 시작이다. 그런데 조문을 들여다보면 동맹국 사이에 맺어진 조약이라고 보기엔 어딘가 많이 이상하다. 다음 조문을 보자.

4조 미합중국의 육··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

마음대로 쓰세요하며 다 내줬다. 실질적으로 세계 최대규모인 평택미군기지 시설과 부지를 대한민국 정부는 무상으로 내줬고, 미군기지 이전 비용도 우리가 다 내야 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 사드 배치는 또 어떤가. 허울 좋은 한미동맹의 민낯 중 하나다. (더불어 근래에는 한미FTA 체결로 경제적 주권마저도 의심된다.)

셋째, 한국 근현대사 속 미국의 태도

역사적으로 봐도 8·15 해방 직후 한반도 이남 점령군임을 자처하며 미군정이 들어온 점, 4·19혁명을 지지하지 않은 점, 박정희 쿠데타를 미리 알면서 방관하고 장면 총리의 반란 진압 요청을 외면한 점, 전두환 쿠데타와 5·18 광주학살을 묵인 방조한 점, 한미일 삼각동맹 운운하면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를 허용한 점 등을 봐도 동맹국으로서의 태도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며 침 튀겨가며 연설을 한다. 종전선언과 유엔사 해체를 추진했다며 전 정권을 맹비난했다(사실 전 정권이 그런 적도 없다). 윤 대통령은 전쟁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걸까. 맨날 삥만 뜯기는한미동맹이 미치도록 좋은 걸까.

정전과 분단이 너무 오래되었다. 그리고 많은 국민은 태어나면서부터 정전체제, 한미동맹체제, 분단체제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이 상태가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정전체제, 한미동맹체제, 분단체제는 매 정부마다 극강 안보를 무기로 민생과 복지, 민주를 뒷전으로 둘 수 있는 근거가 되어왔다. 현재 우리 사회 비정상, 불평등의 근원이라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다른 세상, 다른 체제를 원한다면 정전상태를 끝내는 것, 군사주권을 되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해야 한다. 한미동맹에서 벗어나는 것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드는 길이며, 전 세계적 추세(디커플링)라는 것도 직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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