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에서 밥 한 끼 해요_11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무엇일까? 열심히 일하고 나서 먹는 밥 아닐까? 기억을 살려보면 모내기철 논두렁에서 먹던, 추수철 마른 논바닥에서 힘들게 일하고 먹던 밥이 가장 맛있고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밥이다. 일하는 사람들이 먹는 밥집엔 항상 활기가 넘친다. 저절로 밥맛이 좋아진다고 할까? 오늘은 그런 밥집을 찾아보자. 어디가 좋을까?

단비콩. 광양읍 내 아파트 밀집 지역인 용강리 초입 신축건물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큰 홀이 특징이다. 메뉴는 간단하다. 그러나 반찬은 간단하지가 않다. 점심시간 자리 메우는 주요 손님은 직장인들이 많다. 주로 회사 단위로 자리를 잡지만 간간이 혼밥을 먹는 직장인도 보인다. 가게에 들어서면 먼저 젊은 여성분의 낭낭한 목소리 따라 계절백반 8천원 또는 게장(or새우장)백반 1만2천원이냐를 선택하고 선불로 계산을 한다. 그리고 자리에 앉으면 식사 준비 끝이다.

곧이어 큰 양푼에 얼음 동동 띄운 더위를 잊게 만드는 시원한 김칫국이 등장한다. 따라 나온 큰 쟁반 위엔 중앙을 불고기와 양념이 올려진 통가재미 튀김이 자리하고 그 주변으로 10여가지가 넘는 계절반찬이 채워진다. 더불어 모든 반찬은 한번 더 리필 가능하다는 말이 이어진다. 진정 이것이 8천원짜리 백반이란 말인가. 식객은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반찬을 더 달라고 하기보단 남는 반찬이 없도록 골고루 먹게 된다. 처음엔 허겁지겁 먹다가 음미하고 싶어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두루두루 먹는다. 매일 메인 반찬은 물론 밑반찬까지 대부분 바뀌니 일주일 내내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시 한 구절이 생각났다.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켜라. 봄에서 여름 지나 가을까지 그 여러 날을 비바람 땡볕으로 익어 온 쌀인데 그렇게 허겁지겁 먹어버리면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이현주 님의 ‘밥 먹는 자식에게’라는 시의 일부이다. 농부의 고마움에 식당 조리실에서 준비하는 정성의 고마움까지 생각하며, 그리고 오전의 일터에서 수고한 건강한 제 몸의 감사함까지 곁들여 천천히 꼭꼭 씹어서 그 맛을 음미하는 점심 한 끼다.

“저희 업소는 착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쁜 매장에 비해 적은 인력으로 일하고 있어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맛있는 백반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카운터 밑에 위치한 손글씨로 쓴 인사말에서 식당의 철학을 읽을 수 있었다. 카운터와 홀을 부지런히 오가며 큰소리로 외치지는 않지만 귀에 콕콕 꽂히는 사장님 따님 정도로 보이는 젊은 여성분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오는 손님과 식사하는 손님, 그리고 가는 손님과 조리실까지를 원활하게 이끄는 식당 안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적은 인원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많은 손님을 응대할 수 있는 힘의 원천으로 느껴졌다. 회사에 다니며 점심시간에만 두 시간 정도 돕고 있다는 말을 들은듯하다. 이래저래 젊음의 역동성이 느껴지는 곳이다.

광양에서 밥 한 끼 해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꿀맛 한 끼, 단비콩. 푸짐하게 채워주고 직장인 주머니 생각도 해주는 고마운 밥상입니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다음 밥 한 끼는 어디로 가지?

글·사진=정은영 민주당 지역위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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