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shine광양愛[1]-무옹불암(舞翁佛岩)

Sunshine광양연재를 시작하며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물음은 누구든지 해 보았을 것이다. 이는 인간의 존재론적인 문제이고, 자신의 뿌리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 해답은 어쩌면 운명과도 같아서 하늘에 맡겨 두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사람으로 태어나 이러한 철학적 사유를 해 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인 것 같다.

또 다른 물음은 어떤 땅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 물음은 첫 번째 물음과 다르다. 운명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인 것 같다. 안전한 땅에서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필자는 객지로 나가 젊음을 다 보내고 나이가 들자 조상 공부와 고향에 대한 관심이 배가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글을 잡설(雜說)에 불과하다고 치부하며 굳이 싣기를 사양했지만, 지방자치 시대의 향토사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어 고맙고, 광양 발전의 초석이 되기를 바라면서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주>

광양은 백운산과 섬진강을 배산임수(背山臨水)

우리 문화는 음양론(陰陽論)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광양은 양의 땅이다. ()이란 천(), (), (), () 등의 능동적이고 남성적인 것을 상징하고, ()이란 지(), (), (), () 등 소극적인 것을 상징한다. 풍수지리에서 양()이란 산 밑에 집을 짓고, 집 앞으로 강··바다로 물이 흘러가는 곳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강의 북쪽에 위치한 한양[서울], 대동강의 북쪽에 위치한 평양이 대표적이다. 풍수지리에서는 서출동류(西出東流)를 명당수로 치지만, 아쉽게도 한강과 대동강은 동출서류(東出西流)한다. 광양도 한양이나 평양처럼 동출서류(東出西流) 하지만 길지에 해당하는 곳이다. 백운산과 섬진강을 배산임수(背山臨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풍수(風水)를 정의하면 장풍득수(藏風得水)를 대명제로 하고 용혈사수(龍穴砂水)를 기본으로 하는 형국론(形局論)과 이기론(理氣論)으로 음·양택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장풍득수(藏風得水)[감출 장][얻을 득]을 사용해 바람은 감추고 물은 얻는다는 뜻이다.

장풍국(藏風局)은 인물과 권력 명예를 중시해 보수적인 데 비해, 득수국(得水局)은 재물과 예술적 취향을 중시해 개방적이다. 장풍득수를 하기 위해서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이 안성맞춤이다. 왜냐하면 겨울의 차가운 북서 계절풍을 막을 수 있고 농경에 필요한 용수 공급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런 곳이 길지로 명당에 해당한다.

광양 백운산
광양 백운산

산은 인물을 키워주고, 물은 재물을 주관한다

풍수지리에서 산주인 수주재(山主人水主財)’란 말이 있다. 산은 인물을 키워주고, 물은 재물을 주관한다는 것이다. 물은 재물과 부()을 상징하고, 산은 귀()를 상징한다. ‘귀하다’, ‘신분이 높다로 높은 지위나 권세를 가진 사람을 뜻한다. 풍수지리의 목적은 부귀(富貴)를 추구하는 것으로 부()와 귀()을 파자(破子)하면 이 된다. 풍수지리의 핵심은 결국 혈(), 즉 자리를 제대로 잡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계란후라이를 했을 때 노른자위 같은 정기가 모인 자리에 집터나 묫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광양은 동경 127°31′∼127°38, 북위 34°54′∼35°10에 위치하고 있다. 북쪽으로 구례군, 서쪽으로 순천시, 동쪽으로 섬진강을 끼고 경상남도 하동군과 접경하고, 남쪽으로 광양만에 면한다. , 섬진강의 북쪽에는 경남 하동과 함양의 지리산이 있고, 서북쪽으로는 구례, 서쪽으로는 순천, 동쪽으로는 하동 금오산이 있는데, 광양은 이 네 곳의 안쪽에 있는 땅이다.

풍요(豐饒)와 다산(多産)은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필수요건

인간은 자연이라는 어머니 품속에 산다. 앞의 음양론(陰陽論)의 구분처럼 여()는 음(()를 상징하고, ()인 양()이자 천()과 대비된다. 생산력이 덜 발달된 사회일수록 비옥한 땅[]을 귀하게 여겼고, 보건 위생이 덜 발달된 사회일수록 여성[]의 생번력을 매우 중요시했다. 이것은 민간 신앙에서 지모신(地母神)으로 신격화되었고, 대자연과 동일시되기도 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신인 가이아(Gaia)도 같은 맥락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풍요(豐饒)와 다산(多産)은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필수요건이 된다.

서양은 인간 중심주의적 사고를 지녔지만, 우리나라는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여 인간을 자연의 일부분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동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인간이 다른 존재보다 우월하다는 존재론적이고 철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전통적 사고체계를 갖게 된다. 인간과 자연이라는 두 개체가 합일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최고의 가치로 삼았다.

광양 백운산 설경
광양 백운산 설경

산과 강이 어우러져 대자연을 이루고, 그 속에 사는 인간의 생활권역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산봉우리나 산 능선을 경계로 비가 내렸을 때 빗물이 서로 다른 강으로 유입하게 되는데 이를 분수계(分水界)[또는 유역계(流域界)]라 한다. , 하천이 빗물로 모여드는 모든 범위를 유역이라 하고 이를 분수계로 구분한다는 것이다. 산이나 고개는 넘기가 힘들지만 강이나 하천은 건너기가 쉬워 생활권역이 같은 곳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섬진강과 화개천이 만나는 화개장터이다. 산줄기와 물줄기의 갈라짐으로 하천 유역이 달라지고, 기후도 다르고, 이에 따라 언어·습관·풍속·의식주 등의 문화 차이를 생기게 한다. 하천 유역을 나누는 경계선인 분수계는 국경선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알프스의 빙하가 녹으면서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이 바뀌고 있다. 전지구적인 기후 위기로 빙하가 녹으면서 분수계의 위치가 변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