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에서 밥 한 끼 해요 12

지난밤 과음으로 술병이 난 아침, 저마다의 숙취 해소법엔 무엇이 있을까.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시원한 재첩국이나 복어맑은탕이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매콤한 김치찌개가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날의 날씨와 기분이 좌우하겠지만 오늘은 김치찌개가 당긴다. 어디가 좋을까. 살면서 김치찌개만큼 많이 먹어본 음식이 있을까. 많이 만들어 본 음식이 있을까. 잘 아는 음식이 있을까. “광영동에서 봤었는데 중마동에도 생겼네요. 갈비탕 맛있고 밥도 윤기 있고 찰져서 맛있었어요. 밑반찬도 깔끔하고 맛있습니다. 점심시간 예약 손님도 많은 거 같은데 가시려면 일찍 가거나 예약하고 가는 걸 추천합니다.” 인터넷 리뷰 중에 하나에 공감이 된다. 그래 몇 번 가봤던 그 집. 오늘은 그곳에서 한 끼 식사로 숙취도 해소해 보자.

쇠섬특수부대. 중마동 성호1차아파트 맞은편 발섬길 골목에 위치한다. 오랜시간 광영동에서 영업하다 1년 전에 중마동으로 이전한 고기를 파는 소문난 김치찌개 맛집이다. 고기와 전골, 갈비탕 그리고 계절메뉴로 장어탕이 메뉴에 추가된다. 특히 점심시간은 거의 식탁마다 김치찌개 양은냄비가 노랗게 익어가는 식당이다. 식당 이름이 특이하다. 쇠섬? 특수부대? 쇠섬은 금호동의 옛 이름이다. 뿌리가 금호동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금호동은 쇠섬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현재는 제철소가 들어와 있다. 많은 주민이 인근 광영으로 이주를 했고 아마도 고향의 이름을 따왔으리라. 특수부대는 부대찌개집으로 오인하는 사람들도 있을듯하다. 특수부대는 고기의 특수부위를 취급한다는 것을 상호에 표시한듯하다. 의역하자면 금호동이 뿌리인 특수부위 고기를 파는 식당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크고 노란 양은냄비에 나오는 김치찌개는 김치와 돼지고기와 두부가 푸짐하다. 신선하고 아낌없는 인심이 먼저 주방에서 끓다가 손님상으로 옮겨와 진한 감칠맛과 잡내 없는 육향(肉香) 가득한 김치찌개로 입을 호강시킨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두루 만족스러운 김치찌개 맛이다. 더불어 10가지 정도의 반찬은 메인 메뉴가 없어도 자체로 휼륭한 한 끼 식사가 될 정도로 다양하며 밸런스가 좋다. 정신없이 서너번 찌개를 덜어 먹다 보면 어느새 귀밑머리에는 땀방울이 맺힌다. 일행도 앞자리에서 맛있다를 연발한다. 허기가 가시며 옆 테이블을 보니 계란말이가 먹음직스럽다. 오래된 손님들은 꼭 먼저 예약을 하며 예약할 때 계란말이를 추가 주문하기도 한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김치찌개는 1인분에 9천원, 맛과 양에 대비해 가성비가 엄지척이다.

김치찌개. 특별하지 않으나 소중한 나와 당신의 한 끼가 이곳 쇠섬부대찌개에 있다. 주방과 홀을 구분 짓는 창 너머로 주름 가득한 어르신의 모습이 보였다.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어 보이는 무심한 얼굴에서 부모님이 떠올랐다. 누군가를 먹여 살리는 일이 한 사람을 오랜 세월 변함없이 성실한 맛을 만들었을 것이다. 오늘도 그 약속이 어르신을 가만히 쉬지 못하도록 두지 않았나 싶어 마음이 짠하다. 지나온 땀과 부지런함이 특별함을 담은 오늘 한 끼의 소중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랫토록 건강하시길.

광양에서 밥 한 끼 해요. 김치찌개 맛있어서 고기도 맛있을 것 같은 쇠섬부대찌개. 항상 우리 주변에 있는 친숙하고 특별하고 소중한 한 끼 밥상입니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다음 밥 한 끼는 어디로 가지?

글·사진=정은영 민주당 지역위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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