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에서 밥 한 끼 해요 14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다. 살찌는 것이 어디 말뿐인가. 사람도 만만찮게 살찌는 가을이다. 아침저녁으로 더위가 살짝 가시니 다시 다이어트 계획을 세워본다. 요즘은 맨발걷기가 유행인 모양인데 천변이라도 걸어볼까. 식사량을 줄여야할텐데 11식으로 갈까. 먹으면서 체중을 관리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으로 멈추면 그대로 맛있는 가을이고, 실행에 옮기면 건강한 가을이고, 3일 만에 그만두면 맛있고 건강한 가을이 될까. ^^ 3일 사이에 먹을만한 한 끼는 무엇이 있을까. 팥죽, 수제비, 칼국수. 가을이 오면 더 친근함이 느껴지는 음식들이다. 가볍게 한 끼로 선택하기 좋은 음식들이다.

팥죽전문점 한 상은 광양읍 공설운동장 가는 다리 건너기 전 서천 변에 위치한다. 영업시간은 10:30~15:00 점심 한 끼다. 아름드리 큰 나무의 품에 안긴 듯한 3층 건물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모퉁이 커피숍을 돌아 1층 전면에 위치한 식당은 외관부터 말쑥하니 멋진 카페에 드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현관에 들어서면 친절히 자리를 안내해 준다. 벌써 넓은 홀 테이블의 반 이상이 예약석 표시가 되어 있다. 조금 서두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실내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안내받은 자리에 일행과 앉으니 널찍한 창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엔 형형색색 예쁜 무궁화꽃이 피어 마치 꽃정원에 들어와 앉은 느낌이다. 바로 앞이 4차선 찻길임에도 이렇듯 자연스러운 분위기라니. 더군다나 뒤로는 산책하기 좋은 서천이 흐르고 있다. 편안한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배에서 채움의 신호가 온다.

무엇을 골라도 성공할 것 같은 팥죽, 들깨 옹심이 수제비, 칼국수, 비빔밥, 돈가스가 차림표 위에 웃음을 띠고 기다리고 있다. 식객은 일행과 들깨 옹심이 수제비와 돈까스를 각각 1만원과 12천원에 주문했다. 곧이어 어른 주먹만한 찰밥 한뭉치와 콩나물무침, 목이버섯무침이 함께 담긴 접시와 파릇한 샐러드 접시와 사장님께서 특별히 주신 군고구마 2개가 함께 상위에 자리했다. 아 손색없는 한국식 전채요리이다. 자연스레 젓가락을 집어 이것저것 가져다 입에 대다 보니 입맛이 돌며 입안과 위장에 여유가 돈다. 때마침 주문메뉴가 나박김치와 함께 나온다. 들깨국물의 고소함과 옹심이와 수제비의 조화로운 식감은 참 잘 어울린다. 또 하나 고기 도톰하고 바삭한 돈가스는 많은 식객들의 인기 메뉴라 한다. 식탁을 넘나들며 번갈아 손이 분주하다. 나박김치도 한몫 단단히 한다. 찰밥공기를 추가 하고 싶은 맘이 입 밖으로 나올 뻔 했지만 애써 참고 일어선다.

맛있는 점심을 먹었으니 신발을 벗고 잠시 서천변 산책길을 걸어볼까. 몸 중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며, 지금까지 힘들게 헌신한 나의 발에게 잠시 휴식 시간을 준다. 걸으면 다이어트도 되겠지? 12조다.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의 지압 점과 연결된 장기들에 혈액이 왕성하게 공급돼 천연의 혈액순환 촉진제 역할을 하니까 면역력이 강화된다고 한다. 발가락 앞부분은 특히 인체의 머리에 해당하는 기관이니만큼 어린아이에게는 두뇌 발달과 심신 안정에 좋으며, 나이 든 어른들에게는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단다. 그러나저러나 동천과 서천 산책길은 우리가 가진 소중하고 멋진 자산이다.

광양에서 밥 한 끼 해요. 이번 주는 남녀노소 사람들을 도심 속 정원 한가운데 돗자리를 핀 듯 편한 맘으로 맛과 건강을 한꺼번에 챙긴 밥상 한 끼,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다음 밥 한 끼는 어디로 가지?

글·사진=정은영 민주당 지역위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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