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에서 밥 한 끼 해요 15

찹찰한 아침 날씨에 비라도 올라치면 식탁 한가운데 보글보글 끓는 슴슴칼칼하고 시원한 두부전골이 간절하다. 두부의 담백하고 고소함과 버섯의 향긋함과 깊고 진한 육수의 두부전골을 싫어할 대한민국 사람이 있을까. 출근하며 저녁 메뉴로 부탁해 볼까. 그때까지 참지 못하고 점심 메뉴로 골라볼까. 두부를 좋아해서 항상 근처에 손두부 집을 알아놓고 잊지 않고 가끔 가곤 한다. 근래에 자주 가던 집은 애정하고 손님도 많았던 집인데 어느 날 업종이 바뀌어 버려 허탈했던 적이 있다. 아마도 사장님이 연로하셔서 더는 두부를 만들기 힘드시지 않았을까. 아쉬움을 뒤로하고 도심 속 골목길에 자리한 작고 고소한 집에 오늘 점심 한 끼 의탁하러 들어갑니다.

대박엄마손두부. 중마청룡길 양와당 골목 중간쯤에 자리한 테이블 다섯 개의 작은 손두부집이다. 정말 작다고 느낀 것은 주방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식당 벽면 두 면을 따라 조리기구와 냉장고 싱크대가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잘 정돈된 모양이 정감이 간다. 대표 음식은 사장님이 직접 만드는 두부다. 두부전골, 두부제육볶음, 순두부뚝배기 그리고 메뉴에는 없지만, 사장님에게 두부 한모를 주문하면 김치와 함께, “이걸 왜 메뉴판에 쓰지 않고 숨겨 두셨지?” 싶은 고소한 맛의 두부 한모를 통째로 맛볼 수 있다. 아마도 이유를 추측건대 두부 한모만 시키면 사장님께는 이문이 남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메뉴판의 메뉴를 시키고 추가로 두부 한모를 시켜 일행들과 맛보면 좋을듯하다. 함께 간 일행과 둘이서 두부전골 작은 거 하나를 25천원에, 그리고 공기밥 두 개가 2천원 합이 27천원이다. 국물의 진함에 한 번, 향기로운 버섯에 두 번, 두부의 꼬솜한 맛에 세 번 연달아 숟가락이 간다. , 따뜻한 한 끼다. 엄마 손맛 느낄 수 있는 반찬들도 깔끔하니 제격이다.

두부를 가리켜 혹자는 인류가 만든 음식 중 가장 완벽한 식품이라 말한다. 식물성단백질이 풍부한 영양 가득한 음식이다. 교도소에 갔던 사람이 나오면 두부를 건네는 이유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옛 시절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다 나온 사람에게 가장 간편하고 빠르게 영양보충을 해 줄 수 있었던 음식이 두부여서라는 말이 있다. 특히 조선의 두부는 맛있기로 소문이 나 명나라 황제가 두부기술자를 요구할 정도이고,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간 조선두부기술자는 극진한 대접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이 맛있는 우리 두부 한 끼를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인근 아트공간 이음으로 이동해 캘리그라퍼 김잔듸 작가의 전시관람을 했다. “서울에서 자랐으나 점점 작은 지역으로 이주해오다 현재는 광양에 살고 있다는 작가 소개를 지역 언론에서 읽고 마음이 끌렸다. 그리고 작품 중에 윤동주 시인의 대표 시 중 하나 에 한동안 눈길이 머물렀다.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광양에서 밥 한 끼 해요. 이번 주는 찬바람에 구멍 숭숭한 가슴을 덥히는 두부전골 밥상 한 끼,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다음 밥 한 끼는 어디로 가지?

글·사진=정은영 민주당 지역위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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