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에서 밥 한 끼 해요 17

길었던 연휴가 끝났다. 오랜만에 고향방문을 한 가족들과 각양각색 음식들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진 분들도 있을 것이고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온 분들도 있을 것이다. 정겨운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지난 추억을 기억하는 시간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명절을 보냈던 평소보다 많은 음식 섭취로 늘어난 체중에 적잖이 놀라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줄이기는 쉽지 않다. 가을은 말만 살찌는 계절이 아니라 사람도 살찌는 식탐의 계절이다. 줄지어 기름진 음식을 먹으니 조금 가벼운 휴식 같은 음식으로 점심 한 끼는 무엇이 좋을까.

그래, 오늘은 베트남음식점으로 가자. 광양은 산업단지가 조성되며 타지에서 이주해 온, 그리하여 광양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사람들이 유난히 많은 곳이다. 국제결혼 등으로 다문화 가족의 탄생도 이제 생경한 일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베트남 음식은 이제 국내에 많이 소개되고 정착했다. 어느 동네를 가나 베트남쌀국수집은 한두군데 자리하고 또 지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또 왠지 먹어도 살찔 거 같지 않은 느낌적 느낌을 주는 것이 베트남 음식이다. 무엇을 먹든 파릇한 야채가 많이 올려져서 그렇지 않을까. 하나 거대한 초식공룡도 풀만 먹고 그 몸집을 만들었듯이 많이 먹으면 그게 어디로 가겠는가. 시시콜콜한 생각을 하며 일행과 함께 광양읍내에서 맨 처음 생긴 것으로 알고 있는 베트남 출신 사장님께서 운영하는 베트남음식점 디엠베트남쌀국수집으로 들어선다.

광양읍 매일시장 뒤편에 조용히 작은 공간으로 자리한 식당은 입구에서부터 이질감이 전혀 없고 정겨움이 묻어난다. 그래도 베트남 야시장 길 위 작은 쟁반 위나 옹색한 플라스틱 의자 위에서 먹는 것에 비하면 편안한 공간이다. 입구 오른쪽엔 책장 같은 진열장이 있고 칸칸이 현지 소스와 음식 재료 등 베트남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왼쪽으로는 베트남이 고향인 사장님 한 명이 움직이기에 알맞은 작은 부엌이 자리한다. 그리고 예전에 바닥이었지만 지금은 탁자로 바뀐 작은 2인용 테이블 대여섯이 열을 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가끔 가서 점심을 먹다 보면 한국인 반, 베트남 출신 손님 반 정도의 비율로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베트남 어느 식당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자리에 앉자마자 둘이서 쌀국수 한 그릇과 부침개, 야채튀김 하나씩을 시켰다. 비빔이나 볶음국수, 고기덮밥과 볶음밥에도 눈길이 갔으나 언제나 한 끼에 맞는 힘든 선택을 해야 한다. 늘 그렇듯이 사장님은 주방에서 망설임 없이 요리를 시작한다. 주방 입구에 온수통에서 베트남녹차를 두잔 받아서 한모금 마시다 보면 금 새 조그만 식탁 위가 채워지며 식욕을 돋우는 음식들로 가득하다. 쌀국수에는 숙주와 고수를 듬뿍 넣고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한 모금 한다. 아 따뜻하고 시원하다. 상추를 손바닥에 올리고 야채튀김에 소스를 찍어 올리고 피클 한 조각 얹어 입에 넣고 바로 부침개를 뜯어 넣는다. 눈을 살짝 감으면 다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듯 ㅎㅎ

광양에서 밥 한 끼 해요. 오늘은 긴 명절 연휴 후 몸에 휴식을 주듯 편안하게 베트남 쌀국수 한 그릇 먹으며 고향에 다녀오고 가족여행을 다녀오며 쌓인 여독을 풀었습니다. 광양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광양을 터전 삼아 오랫동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정성을 느껴 본 시간입니다. 잘 먹었습니다. 다음 한 끼는 뭘 먹지?

글·사진=정은영 민주당 지역위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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