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옹불암(舞翁佛岩)

강진군 성전면 월남마을

월출산(月出山)은 전라남도 영암군과 강진군 경계에 있는 산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강진 월출산으로 볼 것인지, 영암 월출산으로 볼 것인지 혼란스러워한다. 광주 무등산에서 동쪽으로 전진하여 해발 810.7m이다. 높지는 않지만 산체(山體)가 매우 크고 수려하다. 예부터 사람들은 기암괴석과 절벽, 폭포가 많은 산을 영산(靈山)으로 인식한다. 삼국시대에는 달이 난다.’고 하여 월라산(月奈山)이라 하고 고려시대에는 월생산(月生山)이라 부르다가 조선시대부터 월출산이라 불러왔다.

옛날부터 호남 3대 명촌중의 하나가 월출산이 품은 마을이다. 전라북도 정읍시 칠보면 무성(武城)마을, 전라남도 나주시 노안면 금안(金安)마을,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 구림(鳩林)마을이다. 군서면 구림 일대는 일본에 논어와 천자문, 도공 등 백제문화를 전수해 일본 고대 아스카 문화 발달에 공헌한 왕인(王仁) 박사와 음양풍수설의 대가인 도선(道詵, 827~898)국사의 출생지로 유명하다. 구림마을의 입지는 영암군에 있는 월출산의 주지봉에서 흘러내린 두 줄기의 낮은 구릉이 마을을 감싸 안고 있는데, 예로부터 두 마리의 용이 품은 마을이라 하여 명당 중의 명당이라 하였다.(향토문화전자대전, 영암군)

조선 후기의 지리서 택리지(擇里志)에는 월출산 남쪽에는 월남마을이 있고 서쪽에는 구림이라는 큰 마을이 있는데, 둘 다 신라 때부터 명촌이었다고 기록돼 있다. 요즘 강진군 성전면 월남리는 핫 플레이스(hot place)이다. 왜냐하면 백운동 원림이 국가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강진 백운동 전시관이 곧 개관되기 때문이다. 백운동 원림은 처음에는 일종의 별서(別墅)였다. 별서란 요즘의 세컨드하우스(second house)를 말하는 것으로 세속에서 벗어나 전원 깊숙한 곳에 따로 생활하도록 지어 놓은 정원을 말한다.

월출산 아래 남쪽(강진)에 백운동 원림이 있고, 백운동 원림 아래 넓은 선상지(扇狀地)가 쫙 펼쳐진 곳에 월남마을이 있다. 선상지는 산악지 급류계곡의 물이 평평한 산록부로 흘러나오는 지점이나 물의 흐름이 훨씬 느린 하천과 마주치는 지점에 물과 함께 쓸려온 토사가 부채꼴 모양으로 퇴적되어 생긴 지형이다. 선상지는 일반적으로 하천이 산악지로부터 낮은 저지로 나오는 곳에 형성된다. 배수조건이 좋은 곳이 많아서 밭, 과수원, 논 등 다양하게 이용되고 취락이 발달한다. 월남마을은 세종실록지리지에 영암군의 월경지였다. 월경지란 군현(郡縣) 등 지방 행정 단위의 소속 영역 중 다른 지방 행정 단위의 영역을 넘어 들어가 위치한 지역을 말한다.

원주이씨 강진문중 최초 문과 급제자인 이빈의 아들 이담로가 청련 이후백에게 백마 1필을 바꿔 구입한 후 백운동 별서 생활을 한 것을 계기로 둘째 손자 이언길이 원주이씨 강진문중 금당 종택을 오가면서 살았다. 이후 이언길의 4남 이의천이 월남마을에 정착해 원주이씨 세거지가 되었다. 현재 8가구만 남아 원주이씨 동족촌이라는 명성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고 한다. 월남마을은 지금은 강진달빛한옥 마을이 조성돼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힐링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요즘은 명당자리를 뷰(View)가 결정한다. 특히 비가 올 때 월남마을에서 올려다본 월출산은 최고의 절경이다. 또 월출산 아래 쫙 펼쳐진 녹차밭 또한 우리의 시선을 편안하고 부드럽게 해 준다.

나주목향토문화연구회 회장이자 한국학 연구를 위한 호남학관 개설이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나천수 박사는 호남지역 문중 전시관이 있는 곳이 몇 안 된다고 한다. 해남윤씨 녹우당, 구례 문화류씨 운조루, 장성 행주기씨 금강종가, 원주이씨 백운동 원림뿐이라고 설명한다. 강진 백운동 원림은 원주이씨 병사공파 종택에 해당하는 곳이다.

남도일보 서정현 기자의 2020514일 자 기사는 백운동 원림의 내력을 잘 보여준다.

전라도 명산 월출산, 남쪽 계곡에 조선 명사들이 즐겨 찾았던 별서정원이 있다. 강진 원주이씨 병사공파 종가가 15대를 이어 가문의 전통을 계승한 백운동 원림(명승 제115)이다. 종가가 세거지를 강원도 원주에서 전라도 해남으로, 다시 강진으로 옮긴 사연의 이면에는 절의(節義) 정신이라는 집안 전통이 있었다. 백운사가 있었던 골짜기라 해 백운동(白雲洞)으로 불리는 이곳은 풍수에서 말하는 금구출복형(거북이 머리를 움츠린 형국의 집터 모양) 명당이다.”

우리나라의 마을이나 집터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을 갖추어야 명당이 된다. 백운동 또한 정선대를 안산으로 하고 계곡물이 서출동류(西出東流)하여 후손들에게 발복도 잘 되고 재물도 남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줄 수 있는 좋은 땅에 자리 잡았다. 정선대라는 남쪽 안산은 한 덩어리의 돌로 이루어진 곳이다. 동양학자 조용헌 교수도 이곳이 엄청 기가 센 곳으로 평가했다. 물은 목수(木水)의 경우 곧바로 내려가 위험하지만 바가지를 엎어 놓은 모양으로 회돌아 나가는 금수(金水)는 좋다. 물은 길한 땅을 에워싸고 돌아야만 기가 모일 수 있게 되므로 안산을 둘러싸고 흐르는 계곡물도 최적의 명당 조건을 갖추게 하였다.

한국종합예술학교 총장을 지낸 황지우 시인이 백운동에 와서는 동주에게 물었다고 한다. 서울의 50층 빌딩하고 이 백운동하고 바꾸시겠습니까? 그만큼 시인의 눈으로 봤을 때는 이곳을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곳으로 높게 평가한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 시인의 안목과 시대를 앞서는 탁견(卓見)은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월남리 출신으로는 전 성균관대학교 이효익 교수, 현 성균관대학교 이효영 교수(화학 박사), 전 안양대학교 이효국 교수(화공학 박사), 전 조선대학교 이효복 교수(금속공학 박사), 전 전남대학교 이환묵 교수(영문학), 전 한려대학교 이중효 교수, 현 전남대학교 이효원 교수(건축학), 현 세한대 이효인 교수(국어학), 전 농협금융지주 이지묵 대표, 조선대학교병원 이효갑 원무부장 등이 있다. 또 제18·19대 서울 동작구청장을 지낸 이창우, 21대 이탄희 국회의원도 원주이씨 월남문중 후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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