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에서 밥 한 끼 해요 20

비빔밥. 기억에 남아 있는 비빔밥은 두 가지다. 먼저 한겨울 어머니가 해주시던 동치미비빔밥이다. 동치미 무채에 된장국이나 청국장, 고추장을 넣고 비벼 동치미 국물과 함께 후루룩 뚝딱 먹던 동치미 비빔밥은 한겨울 내내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또 하나 군대 생활 중 입맛 없을 때 먹던 고추장 비빔밥이다. 그냥 고추장 한 스푼 밥에 비벼 입에 넣고 씹던 그 맛이 오래 잊히지 않는다. 오늘 점심은 비빔밥으로 해볼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접하는 비빔밥은 보통 호박나물과 콩나물 버섯 고사리 당근 무생채 상추를 위에 올리고 그 위에 계란후라이와 참기름이 올려지고 취향껏 고추장을 넣어 비벼서 먹는다. 보통의 비빔밥도 맛있지만, 각각의 식당마다 저마다의 개성으로 재료를 달리하며 비빔밥을 만들어 내니 대한민국의 식문화는 비빔밥 하나로도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다. 벌써 침이 고인다. 광양은 숯불고기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숯불고기집에서 내놓는 비빕밥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오늘 점심은 숯불고기집 비빔밥을 먹으러 가보자.

순한우촌숯불고기. 광양읍 서천교 건너 서천변 국제모텔 1층에 위치한 고깃집이다. 아주 오래전 식당이 생길 땐 꿀꿀이식당이라는 이름으로 돼지고기를 위주로 영업했으나 순한우촌숯불고기로 이름을 바꾸며 한우와 육회를 팔았고 어느 시점부터 육회비빔밥이 사람들의 입맛을 끌기 시작해 점심시간이면 발걸음이 분주하다. 점심 메뉴는 사골곰탕과 야채전골도 있다. 육회비빔밥은 생고기를 그대로 얹어주는 생비와 익혀서 얹어주는 익비로 나뉘는데 손님들은 주로 생비를 먹는다. 가격은 13,000원이고 15,000원이다. 앞에서 말한 비빔밥의 기본재료에 소고기가 듬뿍 얹혀지고 김과 깨가 많이 들어간다. 양 많은 싱싱한 생고기는 여러 재료와 비벼지면 각각의 재료가 가진 맛을 잘 이어주면서도 고기 본연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고급지고 든든한 점심 한 끼의 충만감을 준다. 그 본연의 비빔의 조화로움에 감탄한다. 또 된장국은 어떤가? 사골육수 베이스에 걸쭉한 그 맛이 육회비빔밥과 참 잘 어울린다. 따라 나오는 반찬들 또한 말하자면 입 아프다.

순한우촌숯불고기는 메뉴의 변화와 함께 한 때 인근 대형쇼핑몰 식당가에 분점을 내고 영업하는 등 확장을 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쇼핑몰의 점포는 문을 닫았고 본점 또한 한참 전에 사장님이 바뀌었다. 맛과 분위기가 그대로 유지되며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고 식객의 한 끼를 책임져주니 고맙고 다행이다.

변화. 입에 달고 사는 말 중 하나가 세상 빠르게 변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커가는 걸 보면서, 오랜만에 들른 고향 동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변화는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본래 가지고 있던 본질에서 벗어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변화에 적응하기를 거부하거나 아쉬워한다. 외형이 바뀌거나 현대적 개념으로 재해석하되 본질적 특성을 그대로 이어갈 때 존중받거나 이전보다 더 사랑받는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대를 이어 맛을 지켜가는 식당이 있고, 확장 이전하며 변했다며 손님들의 외면을 받는 식당도 있다. 순한우촌숯불고기 또한 변화 속에 더 인정받는 우리 동네 맛집이 되길 소망한다.

광양에서 밥 한 끼 해요. 오늘은 광양읍 서천변 순한우숯불고기에 들러 신선하고 다채로운 재료들로 구성된 조화로운 비빔밥 한 끼 잘 먹었습니다. 애정에 마지않는 숯불 고기는 다음을 기약하며 다음 한 끼는 뭘 먹지?

글·사진=정은영 민주당 지역위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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