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의회 의정자문위원회 선진지 견학 동행취재
군산세관 등 일제강점기 건축양식 따라 ‘시간여행’

광양시의회 의정자문위원회가 지난 13일 선진지 견학을 위해 전북 군산으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이날 의정자문위원들은 옛 군산세관 등 오래된 시설을 활용한 도시재생 현장을 살펴보고 광양지역 내 관광자원과 도시재생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의회 의정자문위원회는 앞서 지난 10월 열린 3차 의정자문위원회 회의에서 선진지 견학 장소로 전북 군산을 확정했다. 선진지 견학은 일제강점기 수탈의 아픔과 역사적으로 강렬하게 항거했던 여러 현장을 보면서 이를 지역 특색이 담긴 독특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사례를 알아보고자 추진됐다. 특히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쇠락했던 권역의 활성화 사례를 보면서 광양지역의 도시재생의 방향성과 관광자원화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도 주요 목적으로 꼽힌다.

이번 선진지 견학은 광양시의회나 시청의 지원 없이 의정자문위원회가 자발적으로 예산을 마련해 다녀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소요되는 예산 전액은 의정자문위원회가 회의 때 받는 수당으로 활용했다. 

일본사찰 구조가 살아있는 동국사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일본식 건축 구조가 남아있는 동국사다. 국가등록문화재 제64호인 동국사는 1909년 우치다 붓칸이라는 일본 조동종의 노승이 금강선사라는 포교당을 차린 것이 뿌리가 된다. 1913년 현재의 자리에 금강사라는 절을 짓고 일본과 자국민의 무운과 번영을 빌던 곳인데, 금강사 납골당에는 일본인과 전사한 일본군의 위패도 있었다 전해진다.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에는 일본사찰이 500여 곳이 있었는데 동국사는 광복 이후 남은 몇 안 되는 건물 중 하나이며, 유일하게 사찰이라는 본래 기능과 당시 건축의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한 곳이기도 하다. 

1945년 광복 이후 정부로 이관됐다가 1955년 불교전북교당이 인수해 지금의 동국사로 이름을 바꿨다. 전북 김제 금산사 대장전에 있던 소조석가여래삼존상을 동국사 대웅전으로 옮겼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건물은 에도시대 건축양식이다. 일직선인 용마루는 전통 한옥과 대조를 이룬다. 범종은 1919년 일본 경도에서 주조했고 창건주, 축원문 등이 음각돼 있다.

아울러 동국사에는 일본 불교 조동종이 발표한 공식문서 ‘참회와 사죄의 글’을 발췌한 비문도 볼거리다. 일본제국주의에 영합한 반성과 참회 의지가 담겨 있다. 그 앞에는 군산 평화의 청동 소녀상이 있는데 2015년 고광국 작가가 제작했다.

옛 군산세관부터 진포해양공원까지
이어 옛 군산세관부터 근대역사박물관, 근대건축관, 근대미술관, 진포해양공원으로 이어지는 일제강점기 건축 양식이 집결된 장소를 찾았다.

옛 군산세관은 1908년 단층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당시 군산항으로 드나들던 물품의 관세를 거두는 역할을 했다. 1899년 군산항을 개방한 이후 인천세관 관할이었던 군산세관은 1906년 인천세관 군산지사를 설립해 지금의 건물이 완공됐다.

붉은 벽돌을 사용해 건물 외관을 꾸미고 내부는 목조를 사용해 장식했다. 슬레이트와 동판으로 지붕을 만들고 그 위에 3개의 뾰족한 탑을 세웠다. 동판은 시간이 흘러 녹색의 형상을 보였는데 곳곳에 비가 세는 등 노화돼 최근 전면 교체했다고 한다.

1922년 준공된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은 현재 근대건축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조선은행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중앙은행 격으로 일본제국주의와 식민 통치, 아시아 침략을 지원했다. 

당시 이곳의 주요 업무는 군산항으로 반출되는 쌀 수익금을 예치하고 농지 매입을 위한 자금을 융자해 주는 일이었다. 1953년 이후로는 한일은행 군산지점으로 활용됐다가, 민간에 대각된 이후 화재로 오랫동안 방치됐던 건물을 새롭게 단장해 지금의 근대건축관이 됐다. 

가까운 곳에는 옛 일본 18은행 군산지점이었던 근대미술관도 있다. 숫자 18은 일본 나가사키에 본사를 두고 있던 은행의 설립인가 순서를 뜻한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7번째 지점으로 1907년 설립됐다. 이곳도 무역에 따른 대부업이 주 업무였는데 광복 후 대한통운 지점 건물로 사용되다가 2008년 등록문화재 지정 후 보수·복원해 근대미술관으로 활용 중이다. 내부에는 일제수탈사 사진전, 18은행 건물역사전시실, 18은행 보수과정 전시실과 일제강점기 금고, 안중근 여순감옥 재현 전시장 등이 상설 전시돼 있다.

옛 군산세관에서 근대미술관까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진포해양공원이 나온다. 세계 최초의 함포해전으로 기록된 진포대첩의 역사적 현장이다. 고려말 최무선 장군이 왜선 500여척을 패퇴시킨 전적지로 우리나라 육해공군의 퇴역 군·경장비가 곳곳에 전시돼 있다. 

주 전시관인 위봉함은 1945년 미국에서 건조돼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상륙작전에도 참전한 군함으로 2006년 퇴역했다. 우리나라는 1969년 미국에서 인수해 1965년 베트남전 백구부대 일원으로 전투에 활용하기도 했다. 

1970년대 모습의 경암동 철길마을
마지막으로 찾은 경암동 철길마을은 1944년 준공해 페이퍼코리아 공장과 군산역을 연결하는 총 2.5km의 철로 주변 마을이다. 일제강점기 때 개설돼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동네를 이뤘고 1970년대 들어 본격적인 마을이 형성됐다. 일제강점기 때는 신문 용지 재료를 나르는 목적으로 활용됐고 1950년대 중반까지 ‘북선 제지 철도’, 1970년대 초까지 ‘고려 제지 철도’, 이후에는 ‘세대 제지선’ 또는 ‘세풍 철도’로 불리기도 했다. 이곳에는 여전히 일부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지금은 옛 시절 교복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거나 그 시절 불량식품을 먹거나 혹은 달고나 만들기 등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다.

세부 일정 준비에 많은 역할을 했던 전선미 위원은 “군산 견학을 준비하면서 관광지 일대 무장애 동선 지도 등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곳 등이 꼼꼼하게 표기된 점이 놀라웠다”며 “광양도 무장애도시를 준비해 나가고 있는 만큼 주요 관광지는 물론 상권 활성화 지역의 무장애 경로 표시를 한 관광지도를 제작해 관광객의 편의성을 높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안휘 의정자문위 위원장은 “전반적인 도시재생 관광시설이 도보로 이동할 수 있도록 연결된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며 “광양도 곳곳에서 도시재생을 추진 중이지만 일부 구역에 집중된 시설이나 시설과 시설의 연결고리가 부족한 점이 개선돼야 할 것 같다”고 제언했다.

이우홍 부위원장도 “역사적 사실과 의미가 담긴 장소들을 도시재생으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광양도 벤치마킹할 부분이 분명 있을 것 같다”며 “큰 예산이 들어가는 관광자원도 좋겠지만 기존 관광자원에 대한 재평가는 물론 접근성과 연결성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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