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처럼 행동하는 것, 감동행정 시작
마을 주택 붕괴 위험은 근거 없다 외면
아파트 내 화단, 입간판 교체 등엔 펑펑

이지성 기자
이지성 기자

광양읍 점동마을 한 주택의 뒤편 임도가 지난여름 심한 폭우로 붕괴하며 토사물들이 건물까지 밀고 내려와 위태로운 상황이다.

광양시는 붕괴된 임도가 개인 사유지이기 때문에 지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파손된 주택 주인과 임도 소유자와 개인과 개인 간의 문제로 선을 그으며 임시복구 후 더 이상의 복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집주인은 몇 차례 광양시를 방문했지만, 지원 근거 없이 예산을 투입해 복구해준다면 개인의 특혜에 해당한다며 항구적 복구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민원인을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감동시대 따뜻한 광양을 슬로건으로 민선 8기를 시작한 정인화 시장은 공직자들에게 민원인들이 찾아오면 내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라는 주문을 종종 하고 있다.

정성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민원이 발생했을 때 민원인 입장에서 한 번쯤 고민하고 생각해 보라는 역지사지의 뜻을 직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련 규정에 지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민원인을 돌려보내는 것은 정성을 다한다기보다는 업무적 접근의 민원 응대에 불과해 보인다.

너무나도 합당한 답변을 해대는 공직자들은 자기 업무에 충실한 똑똑한 공무원일 수는 있지만, 함께 방안을 고민하고 기댈 곳을 마련해주는 감동행정 공무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지원 근거가 없다는 것과 같은 차가운 말보다 더 나아가 다른 방법으로의 지원 방안이 없는지, 함께 고민해 보고 개인과 개인과의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조례 정비가 필요하지 않은가도 검토해 보는 것이 시민과 소통하는 감동행정으로 보인다.

2024년도 본예산을 보면 일부 아파트들에 대한 지원금이 눈에 띈다.

어린이놀이터 바닥공사 노후 CCTV 교체공사 벤치 교체공사 화단 정비공사 차선도색 아파트 내 환경개선 공사 입주민 보안방범을 위한 단지 내 CCTV설치 아파트 입간판 교체공사 등에 수억원이 배정돼 있다.

위 예산은 개인 사유지이지만 근거가 있는 예산들로 세금으로 집행된다.

같은 사유지이지만 누군가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하고 어느 곳은 개인 사유지임에도 불구하고 지원 근거가 있어 아파트의 화단과 입간판까지 설치해준다.

기자는 아무리 저울질을 해봐도 시민의 안전과 생명에 투입되는 예산보다 아파트 화단과 입간판, 단지 내 보안을 위한 CCTV 설치 등이 더 특혜로 보인다.

단지 지원 근거가 있고 없고의 문제로 벌어지는 일일 뿐이다.

자연재해와도 같은 일을 한낱 개인 민원인이 어찌해볼 수 없는 노릇이다.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는가?

정성을 다하라는 말이 와닿지만, 말일뿐 행동으로 옮겨질 때 진정한 감동시대가 열린다.

민원인을 설득해서 돌려보내는 것이 아닌 기댈 수 있는 행정, 공감하고 방안을 찾아보는 감동행정이 실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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