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에 기반해 노량해전 현장감 있게 재현

15989월 순천 왜교성 전투부터 노량해전이 벌어진 그해 1119일까지 두 달 동안 조선, , 3국의 치열했던 전쟁을 다룬 역사소설 노량(고즈넉이엔티)이 출간됐다.

소설이 집중해서 보여주는 이 두 달간은 역사적으로도 정유재란 기간 동안 가장 긴박했던 시기였다. 풍신수길이 사망하면서 왜군은 본국 철수를 서두르고, 조명연합군은 육해상에서 전방위로 남해안의 왜성들을 압박했다. 그러나 압도적인 군사력에도 육상의 조명연합군은 왜성을 함락하는 데 애를 먹었고, 진린의 명나라 수군도 조선의 거친 바다에 적응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

소설은 교착상태에 빠진 전란의 한가운데 선 이순신을 중심으로 숨 가쁘게 펼쳐진다. 당시 이순신은 달아나려는 왜군뿐만 아니라 전쟁을 지속하고 싶지 않은 명군과도 싸워야 하는 처지였다. 수군의 지휘권을 가진 진린을 수시로 달래고, 뇌물에 넘어간 명군 장수들에 맞서 홀로 왜군의 퇴로를 막아야 했다. 간신히 진린을 설득해 나선 노량해전에서 대승을 거두기까지 이순신이 겪어야 했던 심리적 압박과 고초가 소설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더욱 실감 나는 역사 현장을 경험할 수 있다.

역사 팩션 작가가 보는 노량해전의 의미

노량해전은 이순신의 생애 마지막 전투이자 임진왜란의 전 시기에서도 마지막인 전투였다.

그동안 명량해전이나 한산대첩에 비해 노량해전은 이순신의 순국이 주로 조명될 뿐 해전의 실상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건 진도의 울돌목이나 통영 한산도만큼 노량의 격전지인 남해 관음포 유적지가 덜 알려진 것과 비슷하다.

항간에는 모두가 원치 않았던 전투에 이순신이 무모하게 뛰어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명량에 이어 노량도 집필한 역사 팩션 작가 박은우는 노량해전의 의미를 단적으로 이렇게 표현했다.

노량해전은 7년의 전쟁을 확실하게 종결하고 다시는 이 나라를 도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오랜 전쟁으로 희생된 수많은 백성과 병사들을 위로하는 거대한 의식이기도 하다(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는 노량해전을 앞둔 이순신의 심리적 고립감도 잘 드러내고 있다.

전후 처리에 골몰하는 선조와 조정에 대한 불신, 어머니를 잃고 아들을 지켜주지 못한 가장으로서의 상실감과 죄책감, 왜군과 내통하는 명군 장수들에 대한 분노, 승리가 아닌 살육의 전장이 되어 수많은 병사들이 죽게 될 전투에 대한 갈등, 그동안 전쟁을 치르면서 죽어간 동료들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

소설을 통해 승전한 영웅의 면모뿐만 아니라 늘 전장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오직 이 땅과 백성을 위해 싸웠던 진정한 군인의 고뇌를 함께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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