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이라서, 영아라서”…진료거부 상황 반복
야간·휴일도 진료 어려워 타 도시 병원 ‘전전’
“급할 때 달려갈 병원 생긴다”…부모들 ‘화색’

최근 광양시가 중동 다나소아과와 달빛어린이병원 유치·운영협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시민들에게 전해지자 다소 부족했던 소아·청소년 의료공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광양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야간 또는 휴일에 아픈 아이들을 진료할 수 있는 곳이 마땅히 없어 인근 순천의 달빛어린이병원을 이용해야 했다. 

광양시에 따르면 현재 광양에서 운영되는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은 총 8곳에서 12명의 소아과전문의가 근무 중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종합병원은 △광양사랑병원(1명) △광양서울병원(2명)이 있으며, 소아과의원은 중마동 △다나소아과의원(4명) △미래여성의원(1명) △큰사랑소아과의원(1명) △모든아이소아과의원(1)명, 광양읍 △차소아과의원(1명) △선린의원(1명)이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24시간 응급실이 운영되는 곳은 광양사랑병원과 광양서울병원 뿐이다. 광양서울병원의 경우 지난해 신규 지정돼 시설 및 의료인원을 확충하고 야간 응급실 체계를 구축했다.

응급실 병상 또한 5개에서 10개로 늘렸으며, 소아전문 입원병실도 32개 병상이 마련됐다. 
다만 이처럼 의료기관이 마련돼 있음에도 광양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는 소아·청소년 의료공백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주말엔 고열 나도 병원 못가
중마동에서 생후 13개월된 자녀를 키우고 있는 유민 씨는 최근 힘든 주말을 보냈다. 아이가 토요일 저녁부터 갑자기 열이 났기 때문이다. 급히 해열제를 먹여도 열은 38.8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사랑병원과 서울병원 응급실에도 문의했지만 거절당했다. 아이가 너무 어리고, 소아과 담당의사가 없다는 이유였다.

결국 유민 씨는 밤새 뜬 눈으로 아이를 지키다 다음날인 일요일 오전 다나소아과로 향했다. 병원에서는 가장 먼저 코로나 검사가 진행됐고 양성판정을 받았다. 이후 처방약을 복용하고도 열이 잘 떨어지지 않다가 하루를 더 앓고 나서야 열이 잡혔다.

유민 씨는 “지금 아이는 코로나 후유증으로 후두염이 심하게 와서 며칠째 밥을 못 먹고 있는 상황”이라며 “초반에 빠르게 진료 받고 치료를 시작했으면 후유증도 덜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광양도 달빛어린이병원 필요
광양읍에서 생후 15개월 자녀를 육아 중인 해나 씨는 지난 주말 순천 달빛어린이병원을 이용했다. 막 걷기 시작한 아이가 입에 칫솔을 물고 걷다 넘어지며 코와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놀란 해나 씨는 119에 전활 걸어 상담했다. 피가 멎지 않거나 만졌을 때 코뼈가 부러진 느낌이 들면 큰 병원을 가야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다행히 피는 멎었지만 불안한 마음에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 중인 순천미즈여성아동병원에 갔다. 가능하다면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싶었지만, 달빛어린이병원에서 운영되는 항목이 아니라 간단한 상담 후 귀가해야 했다.

해나 씨는 “달빛어린이병원은 1차 진료 위주의 운영이어서 아쉽다”면서도 “늦은 밤이나 주말에도 아이가 아플 때 달려갈 수 있는 곳이 생긴 것은 좋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광양은 아이가 아프면 안 되는 도시 같았다”며 “광양도 달빛어린이병원이 유치되면 차질 없이 운영돼 부모들의 걱정을 조금 덜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양시는 다나소아과와 지난달 29일 ‘달빛어린이병원’ 협약식을 갖고 절차를 밟는 중이다. 

현재 지정신청서를 병원으로부터 제출받아 전남도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상태다. 전남도 심사 결과 달빛어린이병원에 선정되면, 보건복지부로 선정결과 보고 후 준비기간을 거쳐 최종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달빛어린이병원의 지정기준은 소아환자 진료역량, 야간·휴일 진료를 위한 의료진 확보, 운영사업계획서 등으로 평가하며 지정된 의료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2년간 운영된다. 진료의사가 3인 이상인 단일 병·의원에서 책임운영 하는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며 진료 후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심야약국은 다나소아과 근처의 중마대형약국과 협약을 맺은 상태다. 

운영시간은 보건복지부 소아 야간·휴일 진료기관(달빛어린이병원) 운영지침을 준수해 평일 9시부터 23시, 휴일 9시부터 18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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