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장애인의 댄스스포츠 도전기 ‘더 휠’
네이버 웹툰 매일플러스 매주 연재

네이버 웹툰 신인 작가 박종현 씨

박종현 작가 자화상
박종현 작가 자화상

구직과 구인난이 공존하는 시대.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하는 청년들. 안정된 것을 추구하면서도 새로운 일을 찾고 싶은 청년들. 광양에는 어떤 청년들이 살고 있을까? 
광양시민신문이 창간 12주년을 맞아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가냥청년’들의 이야기를 소개 한다. <편집자주>

 

박종현(35) 씨는 네이버 웹툰 신인 작가다. 지난해 10월부터 네이버 웹툰 <더 휠>을 연재 중이다. 꿈에 그리던 웹툰 작가로 데뷔했는데 다람쥐 쳇바퀴 같은 마감의 굴레에 갇혔다.

그의 한 주는 ‘5일’과 ‘잠깐’으로 이뤄져 있다. 금요일 마감에 맞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지루하고도 빠듯한 웹툰 작업이 반복된다. 원고를 보내고 나서 맞이한 주말이란 밀린 집안일을 처리하고 숨만 잠깐 돌리면 끝이다. 사실 주말도 머릿속은 온통 다음 화 고민으로 정신이 없다. 정신 차리면 다시 월요일, 금요일 마감까지 또 반복이다. 

34세에 늦게 데뷔한 박 작가의 데뷔스토리는 파란만장하지만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지인의 연락으로 전남콘텐츠코리아랩의 콘텐츠 지원 사업을 알게 됐다. 이를 통해 네이버 도전만화 카테고리에 단편 창작만화를 올려 봤다. 이후 그의 메일함엔 에이전시 홍보성 광고 메일이 쌓여갔다. 

박 작가는 “도전만화 업로드 이후 홍보성 광고 메일만 받아 실망감이 컸다”며 “좌절 상태에서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광고 메일들에 답장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답한 광고 메일 중에 박 작가의 작품을 보고 러브콜을 보냈던 진짜 에이전시가 있었다. 먼저 계약한 에이전시를 통해 네이버 웹툰에 작품을 보냈고 우여곡절 끝에 네이버와도 연재 계약이 이어졌다. 실망감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기회다.

흙수저, 장애인, 댄스스포츠?
‘주인공’과 ‘작가’의 고민

<더 휠>은 불행한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주인공이 댄스스포츠에 도전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27화까지 진행된 내용은 주인공이 장애에 절망하다 장애인 댄스스포츠를 접하고 배워보는 부분까지 공개됐다.

이번 연재작은 <슬램덩크>로 유명한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의 휠체어 농구 만화 <리얼>을 보고 구상한 내용이다. 휠체어와 관련된 내용의 웹툰을 그려보고 싶어 시작했는데 막상 연재를 시작해 보니 어려움이 많다.

첫 번째는 현실 고증에 대한 고민이다. 일반적으로 만화의 전개에서 ‘주인공의 도전’이란 어려운 편이 아니다. 주인공은 잠깐 고난이 닥쳐도 곧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거나, 주변인의 도움으로 크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휠>의 주인공은 하반신 마비로 댄스스포츠에 도전하는 자체가 큰 어려움이다. 현실은 앉는 연습부터 해야 하는데 누워서만 생활하다 앉으려고 하면 기립성 저혈압으로 기절하게 된다. 그런 주인공이 댄스스포츠를 하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일반 휠체어를 타기까지 적어도 3개월이 걸리고 스포츠용 휠체어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들을 사실대로 풀면 지루하고, 생략하자니 개연성이 떨어진다. 그 중간을 찾기란 참 어렵다.

두 번째는 주인공의 경제 능력에 대한 어려움이다. 하반신 마비 환자가 퇴원 후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휠체어 가격은 보통 400만원부터 시작되고 스포츠용 휠체어는 800만원을 호가한다. 흙수저인 주인공이 아르바이트로 간단히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고민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연재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연재 계약 후 1년의 준비기간 동안 선수들의 동작을 표현하기 위해 직접 댄스스포츠를 배우기도 했다. 근육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싶어서 양해를 구하고 선수들을 직접 만져보거나 장애인 댄스스포츠 대회를 관람하며 자료 사진을 찍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 장애인 댄스스포츠 국가대표 선수인 지인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박 작가는 “비장애인은 춤을 접할 때 스텝부터 배우면 되는데 장애인은 몇 달에 걸친 재활과 휠체어에 익숙해지는 과정부터 필요했다”며 “이런 현실적인 고증을 빼놓을 수는 없어서 최대한 반영하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때문에 요즘 나오는 웹툰에 비해 전개 속도가 느린 편”이라며 “연재를 할수록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고 덧붙였다.

‘워어얼화수목금, 퇼!’
“힘든 작업이지만 즐거워”

한 화의 웹툰을 완성하려면 △콘티 구상 △대사 작성 △스케치 및 펜 터치 △밑색 작업 △배경 작업 △그림자 작업 △후 가공(캐릭터 명암·하이라이트·배경처리·효과) △출력 △썸네일 제작 등 과정을 거친다. 일주일에 평균 50컷 내외를 그리는 박 작가의 일상은 이렇게 한 화를 업로드 하면 또 반복이다.

연재 두 달 만에 췌장염으로 2주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작업이 즐겁다. 연재 중인 작품을 무사히 마치면 바로 다음 만화 기획부터 하고 싶다는 박 작가는 웹툰 작가가 천직인 듯하다.

그는 “아직 스토리 구상에 급급하지만, 사람들이 가진 ‘장애’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각 에피소드에 녹여내고 싶다”며 “장애인 댄스스포츠라는 장르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팀을 이루는 스포츠인 만큼 한 인간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개는 느린 편이지만 곧 재미있어질 것”이라며 “네이버 쿠키를 많이 구워달라”고 당부했다. 
박 작가의 연재작 <더 휠>은 네이버 웹툰 매일플러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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