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옹불암(舞翁佛岩)

성현(聖顯)을 보이는 돌과 나무

서낭당은 마을을 수호하는 서낭신을 모셔 놓은 신당을 말하는데, 마을 입구나 고갯마루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생활 종교였던 서낭당이 세계종교에 밀려 퇴색되어 버렸고, 마을 신앙마저 사라지고 있다. 서낭당을 성황당(城隍堂)이라고도 하는데, 성황당(城隍堂)과 서낭당(西娘堂)으로 표기를 달리 해야 하고, 둘을 구분하여 어원을 다르게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몽고는 드넓은 초원에 오래된 유목의 역사를 갖고 있다. 산이나 언덕에 우리의 서낭당과 같은 돌무더기가 있는데 이를 오보(oboo)라 한다. 우리나라의 풍습과 비슷하게 시계방향으로 세 바퀴를 돌면서 흘러내린 아래쪽의 돌을 주워 위쪽으로 던지면서 소원을 빈다.

돌이나 흙으로 원추형으로 만든 기단 상부에 나뭇가지를 꽂고, 그 중심에 삼지창이나 창을 세우는데 오보는 여러 개가 함께 나열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몽고인은 여기에 천신지기가 내려와서 머문다고 하며(오보 자체를 지기(地祇)로 보기도 한다), 매년 여름 오보제를 행하여서 우마 등의 살아있는 가축이나 고기, 유제품 등을 바치고, 오축(五畜) 등의 풍요를 기원하며, 오보 주위를 돌며 경마, 씨름, 활을 쏜다. 이 제사의 사제는 최근에는 대부분 라마교(티베트불교)의 승인데, 불교 홍포 이전에는 샤먼이었다. 오보 자체가 샤머니즘 신앙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오래전에 흉노족이나 선비족이 제사 지낸 신에 홀린 나무와 숲과 관계있다는 생각이 유력한데 그들도 나무나 숲을 돌고 그것을 제사 지냈다. 동종의 퇴석문화는 몽고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만주(중국 동부구), 시베리아, 중앙아시아에 널리 분포한다고 하며, 마찬가지로 샤머니즘과 관계가 있다고 하고 튀르키에어의 오바(oba, ‘이라는 뜻)도 오보와 관계가 있다고 한다.(종교학대사전)

우리나라 서낭신앙은 고려 문종 때 신성진(新城鎭)에 성황사(城隍祠)가 시초라고 한다. 서낭당은 돌무더기와 신목(神木), 당집 등이 단독으로 또는 복합적인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데 크게 다섯 종류로 구분한다.

서낭나무에 잡석을 난적(亂積)한 누석단이 있고, 이 신수에 백지나 청····녹색 등의 오색 비단 헝겊을 잡아맨 형태, 잡석을 난적한 누석단 형태, 서낭나무에 백지나 5색 비단 헝겊 조각을 잡아맨 형태, 서낭나무와 당집이 함께 있는 형태, 입석(立石) 형태 등이다. 이 다섯 가지 중에서 가장 보편적인 것이 의 형태이며, 의 형태는 형태의 서낭나무가 퇴화되거나 길옆에 누석단이 먼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의 형태는 수목신앙(樹木信仰)에 후기적으로 서낭나무에 오색 비단 헝겊을 잡아매는 헌납속(獻納俗)이 복합되거나 또는 처음부터 서낭당의 신수 헌납속만 강조된 형태로 볼 수 있다. 의 형태는 높이 120200안팎, 90120가량의 자연석을 세워놓고 수구매기(水口막이)’·‘돌서낭’·‘선돌등으로 부르는데, 이것은 중부, 남부 지역에서 간간이 발견된다. 신수에 당집이 복합된 의 형태는 중부 내륙 산간 지역과 태백산맥 동쪽의 영동지역에 분포되어 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누석단은 바위나 조그마한 돌을 모아 돌무더기를 쌓은 것으로 제당이 되기도 한다. 누석단으로 가장 대표적인 곳이 마이산탑(馬耳山塔)이 유명하다. 탑은 쌓는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것으로 하늘을 향해 쌓아간다. 전라북도 진안군 마령면 마이산(馬耳山)에 있는 자연석을 이용해 1885(고종 25)경에 임실에 살았던 처사(處士) 이갑룡(李甲龍)이 수도하기 위하여 마이산 밑으로 이주한 뒤 30여 년에 걸쳐서 혼자 축조하였다고 한다.

, 나라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목탑을 건축하기도 하였다.

황룡사구층목탑의 창건과 중수 등에 관해서는 삼국유사탑상편 제4 황룡사구층탑조에, 자장(慈藏)이 당나라에 유학하여 태화(太和) 못가를 지날 때 신인(神人)과 나타나 나눈 대화에서 우리나라 신라는 북으로 말갈에 연하고 남으로 왜인에 접하여 있으며 고구려·백제의 침범이 잦아 걱정이다.”고 하자, 신인이 황룡사 호법룡(護法龍)은 곧 나의 장자로서 그 절을 보호하고 있으니 돌아가 그 절에 구층탑을 세우면 근심이 없고 태평할 것이다라고 한 데서 보인다. <중략> 탑을 9층으로 한 것은 이웃 나라의 시달림을 막기 위함으로 제1층은 일본, 2층은 중화, 3층은 오월(吳越), 4층은 탁라(托羅), 5층은 응유(鷹遊), 6층은 말갈(靺鞨), 7층은 단국(丹國), 8층은 여적(女狄), 9층은 예맥(濊貊)을 제압하는 것이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 탑은 선덕여왕 때 지장법사가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목적으로 건립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오월(吳越)은 저장성에 있었던 오대십국의 하나였다. 탁라(托羅)는 탐라로, 그 당시 동아시아 교류의 거점인 제주를 말한다. 응유(鷹遊)는 백제, 단국(丹國)은 거란, 여적(女狄)은 여진, 예맥(濊貊)은 고구려를 말하는 것으로, 각 층에 대응하는 아홉 나라를 복속시키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이 목탑은 신라와 고려 두 왕조에 걸쳐 593년 동안 여섯 차례 중수되는 등 호국성보(護國聖寶)로 숭앙을 받아왔으나 1238년 몽고의 침략으로 황룡사 가람 전체가 불타 소실되었다.

중국은 전탑, 일본은 목탑, 우리나라는 석탑이 발달하였다고 한다. 전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나라는 목탑이 많을 것 같지만 기후상 맞지 않아 희귀한 편이다. 황룡사구층목탑은 높이가 무려 80m나 된다. 요즘 아파트 높이로 치면 무려 30층 높이다. 건축 기술이 발달한 요즘 같으면 별것 아닐지 모르지만, 그 당시에는 엄청난 규모였기에 일종의 랜드마크(landmark) 역할을 하였다고 보여진다. 랜드마크란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이나 이집트(Egypt)의 피라미드, 파리의 에펠탑(Eiffel Tower)처럼 그 나라를 대표하는 건물이나 유명한 문화재를 말한다. 신라인들이 이 탑에 오르면 그들의 호국정신을 고양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생성된다. 왜냐하면 경주 전역을 볼 수 있어 신라의 강력한 국력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은비학(隱秘學, 오컬티즘)

1960년대 말에는 신비를 인간 지식의 본래의 구성요소로 보고 오컬트 붐이 일어났다.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하고 초자연적인 현상. 또는 그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을 은비학(隱秘學, occultism)이라고 한다. 이것은 비전(祕傳)에 의해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전수(傳授)되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

오컬트의 원뜻은 '덮어 감추다.'로 오컬티즘은 '감추어진 것', '비밀' 등을 뜻하는 라틴어 'occultus'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는 보통의 경험이나 사고로는 파악할 수 없는 신비적ㆍ초자연적 현상을 믿고 존중하는 것을 말한다. 마술과 마법, 연금술, 점성학 등의 분야를 포괄하는 것으로 초자연적이고 신비스러운 현상을 탐구한다.(시사상식사전)

도교에도 육갑비축(六甲秘祝)이라고 하는 주술이 있다. 육갑비축은 갈홍(葛洪, 283~343)이 쓴 포박자내편 제4등섭편에 나온다. 그는 동진(東晉)의 유학(儒學)으로 그 이름을 알리고 오랫동안 연단술(煉丹術)에 종사하면서 양생(養生) 및 불로(不老)에 관하여 연구하였다. 그의 저서 포박자(抱朴子)는 금단황백(金丹黃白)의 법, 신선방술(神仙方術)의 이론을 기록한 것이다. 산에 올라가 수련할 때 임병투자 개진열존전행(臨兵闘者皆陣烈前行, 병사로서 오신 투사들이여, 모두 진을 짜서 앞으로 가라.)의 주문을 외우면 잡귀를 쫓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주술이 일본으로 넘어가 산악 수행에 의한 초자연력의 획득과 그 힘을 이용해서 주술종교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수험도(修驗道)와 결합하면서 변형되었다고 한다.

유감주술과 접촉주술

과학의 발달이 요원했던 원시인들에게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주의 삼라만상이 초자연적인 존재인 어떤 힘에 의해 지배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인간에게 닥친 길흉화복을 초자연적인 존재를 빌어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주술(呪術)이다. 과학이나 지성이 발달하지 않았던 원시부족사회에서는 주술적 사고가 신앙처럼 믿음으로 존재하였다.

주술에 대해서는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James George Frazer)가 지은 황금가지(The Golden Bough)를 참고할 만하다. 프레이저는 주술의 원리는 사물들이 서로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도 어떤 비밀스러운 공감을 통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공감법칙 즉, 공감주술)에 기초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어떤 사물이나 사건 등이 공감 작용에 의해 떨어진 곳의 사물이나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에 바탕을 둔다.

주술은 그 원리에 따라 유감주술(類感呪術, homoeopathic magic)’접촉주술(接觸呪術, contagious magic)’로 나눌 수 있다.

유감주술은 모방주술(模倣呪術, imitative magic)’이라고도 한다. 이는 유사한 것은 유사한 것을 발생시키고, 또 결과는 원인과 유사하다는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가수(嫁樹)이다. 일명 돌뜨기또는 나무 시집보내기라고도 한다. Y형태를 지닌 나무의 벌어진 가운데에 돌을 끼워 넣으면 그 해 수확이 많아 풍년을 기원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과학적 사고로 본다면 생식 세포를 가진 암수가 결합하여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야 하는데도, 나무를 여성시(女性視)하고, 가지 사이에 낀 돌을 남성시하여 사람이 혼인을 하여 자녀를 낳고 번식하는 것에 비유한 것은 과학적 사고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원시적 사고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유감주술은 특히 풍년을 기원하는 농경의례에서 널리 행하여져 왔다.

조선회화 신윤복필 풍속도첩 연소답청                                                                                                출처=국립중앙박물관
조선회화 신윤복필 풍속도첩 연소답청                                                                                                출처=국립중앙박물관

접촉주술은 감염주술(感染呪術)’이라고도 한다. 한 번 접촉한 사실이 있는 것은 실질적인 접촉이 단절된 뒤에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상호 작용을 계속한다는 원리에 의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답청(踏靑)이다. 음력 33일을 삼짇날이라고 하는데, 제비가 강남 갔다가 돌아오는 날이다. 이를 답청절(踏靑節)이라고도 하는데, 이날 들판에 나가 꽃놀이를 하고 새 풀을 밟으며 봄을 즐기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봄이 되어 겨우 내내 땅속에 있다가 새로운 풀이 솟아오르니 신비로운 힘이 있는 것 같다. 풀의 기운을 밟아 자신의 몸으로 전이시켜 한 해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 사람의 털이나 손톱 · 발톱 등은 그 본인의 육신과 분리된 뒤에도 그 사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그러나 과학적 사고로 보면, 이미 시공간이 분리되어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

, 역사드라마를 보면 남을 죽이려고 화상(畫像)을 벽에 붙여 저주하는 행위도 일종의 접촉주술인데, 서양에서는 이를 흑주술(黑呪術, black magic)이라고 부른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는 우리 지역의 양밥이 있다. 액운이나 불운을 쫓거나 남을 저주할 경우의 주술적 예방 조치이다. 나이 든 세대들은 이를 행하는 것을 봤던 경험이 있으나, 젊은 세대들은 전혀 알지 못하므로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양밥은 개인의 액과 화를 막기 위해 간단하게 행하는 주술 행위이므로 전문 사제자의 힘을 빌리기보다는 집안의 주부가 직접 행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에 따라 명칭은 다르지만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음력 정초가 되면 일 년간의 액과 화를 막기 위해 무당이나 점쟁이, 또는 법사를 불러서 방액을 위한 액막이굿을 하였다. 그러나 정월에 신수를 보아 수가 좋지 않으면 부적을 써 주거나 가벼운 경우 양밥을 일러준다. 지역과 상황에 따라 갑자기 발생한 잔병을 주술적으로 치유하는 객귀 물리기잔밥 먹이기와 동일한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한국민속신앙사전)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