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자원 충분�시비건립 등으로 관광자원화 해야

다압 섬진마을 - 제산 김 성 탁(4)

十年流瘴海 십년째 바닷가로 쫓겨난 귀양객
衰疾日侵凌 늙은 병은 날마다 더욱더 침노하네
巷僻無來客 마을이 궁벽하니 오는 손도 없는데
山深有過僧 산이 깊으니 지나는 중은 있네
生憎三月雨 본디부터 석달 비오는 건 싫어하고
常喜五更燈 늦은 밤 불켜고 책읽기는 좋아했지
少壯心猶在 젊으나 커서나 마음은 늘 같았지
逢秋感慨增 가을을 맞으니 감개가 살아나네

久雨氣常鬱 오랜 비에는 기운도 늘 우울해
秋來病未蘇 가을이 되어도 병이 잘 낫지 않네
瘴雲猶帶濕 음침한 구름은 습기가 가득하고
泥路每須扶 길은 질어서 붙들어야 갈 수 있네
客斷衣冠廢 손이 없으니 의관은 필요없고
家貧飣餖疏 집이 가난하니 반찬도 드문드문
時時沽酒飮 때때로 술이나 사다 마시며
聊得片時娛 그저 잠시의 즐거움을 삼을 뿐

天地秋將晩 하늘과 땅에 가을이 깊어서야
江湖雨始收 강과 호수에 비가 걷기 시작하네
雲開野色淨 구름이 걷히니 들판이 깨끗하고
日出浪花浮 해가 떠오르니 물빛이 반짝이네
稍釋炎蒸苦 찌는 더위를 간신히 면하고 나니
還成搖落悲 도리어 낙엽의 쓸쓸함이 돌아오네
孤臣空北望 외로운 신하는 헛되이 북녘을 향해
中夜獨憑樓 한밤중 난간에 기대어 바라보네

喞喞蛩音冷 귀뚤귀뚤 귀뚜라미 소리 차가운데
凄凄北風凉 선들선들 북풍도 서늘하구나
病知秋夜永 병들어 보니 가을밤 긴 줄 알겠고
老覺歲月忙 늙어서야 세월이 바쁨을 깨달았네
朱果明疏葉 빨간 과일은 성긴 잎에 두드러지고
丹楓映遠岡 붉은 단풍은 먼 산에 비치었네
天涯逢暮序 천애 객지에서 노년을 맞이하니
頭白意空長 머리는 흰데 생각은 쓸데없이 많네

제산의 마지막 시. 그는 정묘년(영조 23년, 1747년, 64세) 4월, 유배중이던 광양 다압면 용선암에서 이 시를 지어 아들 구사당에게 주고, 다음날 운명을 달리했다. 광양에서의 유배 10년만이었다.


스토리텔링을 활성화하자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개인은 물론 지역사회, 기업 국가 간 경쟁력의 원천이 물리적이고 기술적인 힘에서 점차 감성적이고 문화적인 힘으로 바뀌고 있다.이러한 문화 경쟁력의 중심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는 단순한 정보력을 넘어 가치 있게 전달하는 수단이 된다.
이야기의 힘을 극대화 하는 것은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가, 즉 ‘스토리텔링’의 문제다. 스토리텔링은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국가 간 ‘문화의 세계화’ 전략에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자국 문화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신화나 민담, 설화, 문학, 역사 등을 뿌리 삼아 영화, 게임, 광고, 관광,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그것이다.
광양시도 최근 산발적이지만, 광양문화원을 통해 지역의 문화유적 등을 대상으로 스토리텔링에 나서 수상작을 엮은 단행본을 발간하기도 했지만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과사전에서 읽은 정보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속에서 얻은 정보가 머릿속에 더 깊이 각인되는 것처럼, 사람들은 이야기화한 정보를 습득했을 때 더 쉽게 이해하고 오랫동안 기억한다. 우리가 세계화하고자 하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도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거쳐 콘텐츠화 하면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세계적인 것이 된다.
우리지역 곳곳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과 역사, 문학, 노래, 춤, 음식 모두 지역민의 삶과 역사가 녹아 있는 이야기다. 우리만의 이야깃거리를 찾아 가치 있는 문화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상상력을 기르자. ‘이야기를 다루는 힘’을 키우는 것은 곧 국가의 글로벌 경쟁력을 쌓는 일이다.

매화마을에 날개를 달자
제산 김성탁. 애절한 서정성과 스승을 위한 의리 정신을 몸소 실천한 그는 유배 시인의 면모를 부각시킬 필요가 반드시 있다. 이를 광양시가 해야 한다. 10년을 광양 다압에서 유배하다 용선암에서 운명을 달리 했기 때문이다.
갈암 이현일을 통해 본격적인 학문을 익힌 제산은 그가 적거한 섬진마을의 용선암과 진상 황죽리 황룡사 등에서 남긴 작품이 산재해 있어 곳곳이 이야기보따리다.
제산의 흔적은 섬진나루에서 시작된다. 그가 광양에 도착하고 운명 후 떠난 곳이 그곳이다. 특히 섬진나루는 조선시대 수군의 진장(鎭將)이 주둔하던 군사요충지역으로 기념비 등을 세워 관광자원화 해야 한다.
특히 제산이 머물렀던 용선암(최평규 박사 거주) 가는 길은 ‘제산 적거유적 둘레길’로 명명 할 것을 주문한다.
매화마을-홍쌍리농원-용선암-도사리-매화마을로 이어지는 산책로 역시 여느 둘레길에 비해도 손색이 없다. 이 여정에는 관광객들이 쉼을 얻을 수 있는 섬진강 조망과 아름드리 ‘편백 숲’도 자리하고 있어 ‘선비의 명상’ 체험으로도 각광을 받을 수 있다. ‘제산 적거유적 둘레길’은 ‘제산의 유배사’, ‘조선 후기 퇴계학맥 적거지’등 또 다른 매화마을을 만날 수 있다.
제산이 머문 ‘용선암’은 최대의 이야기 보고다. 265년 전인 정묘년(영조 23년, 1747년, 64세) 4월 제산이 운명을 달리 한 곳이다.따라서 용선암 일대는 유배선비의 흔적을 찾는 스토리텔링으로 문화에 날개를 달수가 있다.
용선암은 제산이 이곳에 적거하면서 남긴 발자취가 확연하다. 265년 후인 지금에야 빚을 볼 수 있는 최적지라는 것이다. 기억속에서도 묻혀 버리고 현실속에서도 사라져 가는 스토리들을 조금이나마 붙들어 문화적 풍요와 역사적인 넘나들기를 확장해 가는 그런 계기가 바로 이곳이다.
용선암 내 ‘유배선비 체험관’이라든지, 독서실,명상실 등 문화콘텐츠화가 절실하다.

제산 연재를 마치며
제산 김성탁을 연재하면서 조선후기 퇴계학맥의 요충지가 광양 다압에서 이어짐을 확인했다.
또한 제산의 ‘아유가’는 자신의 삶과 유배지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며 지은 따듯한 애정을 지닌 유배문학사의 대표적인 시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광양시가 이를 어떻게 관광자원화 할 것인가에 달렸다. 우리지역도 유구한 세월만큼이나 수많은 시와 설화, 민담, 전설 등을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자원들은 그저 구전된 옛이야기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시금 우리 문화를 풍성하게 일궈주는 자양분으로 삼기를 주문한다. 지역축제와 관광상품, 혹은 문학작품 등으로 재생산되고 있는 지역 곳곳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자.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에 필적하는, ‘광양적 상상력’을 담아 보자. 우리 만의 이야기에 먼저 귀기울일 수 있도록 더욱 많은 이야깃거리를 발견하고 개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광양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첫 단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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