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중성화(TNR)부터
사비로 급식소 설치까지
생명과 공존을 위한
한 시민의 꾸준한 실천
길고양이 문제는 동물복지, 생태계 보전, 인간과 동물의 공존 등 복합적인 사회·환경적 이슈와 얽혀 있다. 광양시 또한 무분별한 급식으로 인해 민원과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고양이 유기 사건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길고양이와 시민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며 공존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하는 한 시민이 있다. 바로 강선미(36) 씨다.
그는 길고양이들의 삶을 보호하고, 시민 인식 개선을 위해 5년째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며 극단적인 캣맘들의 활동과 고양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시민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상호 이해를 도모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강 씨와 고양이의 인연은 5년 전, 시청 뒤편 건물 화단에서 시작됐다. 단순한 호의로 시작된 급식 활동은 고양이의 잦은 출산으로 이어졌고, 같은 장소에서 세 번이나 새끼를 낳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개체 수 조절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두 마리를 직접 입양했지만, 한 번에 다섯 마리씩 태어나는 상황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웠고, 결국 그는 중성화(TNR)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강 씨가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한 것은 단순한 마음에서였지만, 매년 수차례 반복되는 출산을 지켜보며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 시청에 중성화 사업을 신청하고 직접 포획틀을 설치해 새끼 고양이까지 보살폈다. 하지만 행정 지원과 현장 상황 간의 시간 차로 인해 수술은 수개월 뒤로 미뤄졌고, 그 사이 도로에서 사고로 희생되는 고양이들을 보며 더는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험난했던 중성화 여정
캣맘과의 협력, 그리고 갈등
그때부터 강 씨는 본격적으로 중성화와 급식소 관리를 시작했다. 성호 아파트와 호반 공원 일대를 중심으로 주민들과 협력해 30마리 이상의 고양이를 중성화했다.
포획틀 설치부터 병원 이송, 밥 주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챙겼다. 시는 포획틀과 영양캔, 수술 비용을 지원했고,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케어와 설치에 참여했다. 일부 동물병원에서는 사료를 무료로 후원하며 힘을 보탰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일은 ‘설득’이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서도 중성화에는 반대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았고, 강 씨는 그들과 만나 수개월간 대화를 나누며 꾸준히 설득했다.
강선미 씨는 “자연의 섭리대로라면 스스로 사냥해서 먹도록 밥도 주지 말아야 한다”며 “길고양이 문제는 결국 인간의 책임이다. 유기와 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책임은 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존의 핵심은 책임감 있는 활동
중성화를 마친 지역에는 자비로 급식소를 설치했다. 총 9개의 급식소는 사람들의 통행이 적은 곳에 두고, 청결 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강 씨는 “학생들이나 일부 시민이 캔만 두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벌레가 꼬이고 악취가 나면서 민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사료를 주더라도 주변 정리는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분별한 급식보다는 중성화가 완료된 지역에 공동 급식소를 설치하고,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사료를 제공해야 한다. 급식 후 주변 청소도 철저히 해서 시민 불편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중성화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면 개체 수 증가를 억제할 수 있고, 번식기 특유의 소음이나 싸움도 줄어들어 결국 길고양이 수는 자연스럽게 감소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급식소 운영은 순탄치 않았다. 설치한 급식소가 통째로 도난당하거나, 일부 주민이 사료를 하수구에 버리는 일도 있었다. 시청과 건물주의 허락을 받은 합법적인 설치였음에도 불구하고, 재물손괴에 가까운 방해는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자체와의 협력 그리고 미래
강 씨는 길고양이 문제 해결을 위해선 지자체의 적극적인 중성화 확대와 급식소 운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급식소의 체계적인 관리와 청결 유지는 시민 인식을 바꾸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그는 “내년에 광양시가 시범적으로 중성화 사업을 확대해 개체수를 줄여보겠다고 했다”며 “예산이 부족하긴 하지만 시작 자체가 의미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마동을 중심으로 100마리 집중 중성화를 통해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며, 궁극적으로는 광양시 전체 길고양이의 80% 이상을 중성화하는 것을 장기적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강 씨는 인식 개선 없이는 아무리 많은 노력이 있어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강선미 씨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려면 밥을 주는 사람부터 달라져야 한다. 청소는 기본이고, 불쾌함을 준다면 그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지자체와 주민, 캣맘·캣대디 간 소통은 물론, 시민 교육과 구조 시스템, 개인의 실천까지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공생의 핵심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라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갈등을 줄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