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최고의 평생교육기관 운성중ㆍ고등학교

60~70년대,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는 것이 살아가는 이유가 됐던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그 시절 우리의 아이들은 학교 출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집안 일 거들기였다.

농번기라도 될라치면 내일 모레가 시험인데도 공부는커녕 학교 갈 생각은 사치에 불과했고, 1년 내 농사지어 수확한 농작물을 바라보며 뿌듯해 하는 것도 잠시, 다가올 추운 겨울 걱정에 한숨짓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결국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수많은 우리의 부모 형제들이 있었다.

세월은 쏜살같이 지나 2000년대에 이르렀다.
그 세월동안 안 입고 안 먹으며 치열한 삶을 살아낸 그들은 이제 사회적으로도 성공하고 남부럽지 않은 일가를 이루며 살아가게 됐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 떨어질 줄 모른 채 자리 잡고 있는 ‘한(恨)’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배움의 한’이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을 넘어 과다한 교육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교육에 대한 열망이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낸 이들도 어쩌면 그 시절 못 배운 한을 자식들에게 풀어내려는 그들인지도 모른다.

운성중ㆍ고등학교, 이곳이 바로 못 배움의 한을 가진 이들을 위해 세워진 평생교육기관이자 만학의 전당이다. 지난 2002년 옥룡면 용곡리 산자락에 거광중·고등학교(설립자 정병훈 박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운성중ㆍ고.

그러나 처음부터 학교의 정착은 쉽지 않았다.
평생교육기관으로서 만학도 교육의 목적 외에도 자활의 목적을 두었던 운성중ㆍ고는 전국의 노숙자들을 데려다 수용하면서 지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한때는 이상한 종교집단, 노숙자 양성소라는 불명예를 안은 채 힘들게 학교를 운영해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실제로 이곳에 거주했던 노숙자들로 인해 여러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지역과 소원한 관계로이어진 것이 사실이었던 (구)거광중·고.

이런 이유로 학교 측은 불미스러운 일을 발생시키는 원인제공 요소들을 제거해 2008년 이후에는 단 한명의 노숙자도 이곳에서 기거할 수 없도록 했지만 좋지 않던 소문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소문도 만학의 뜻을 품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런 흉흉한 소문 속에서도 수백 명의 만학도 들이 이곳 운성중ㆍ고를 다니며 배움의 열망을 풀어냈기 때문이다.

학력인정 그리고 대학 진학

거광중·고 시절이던 지난 2006년 2월.
드디어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전라남도 교육청으로부터 학력 인정 허가를 받고 신입생을 모집해 2년 뒤인 2008년 2월, 73명의 1회 졸업생을 배출하는 기쁨을 맛봤다.

2005년 부임한 이성관 교장과 교직원들의 노력으로 이후 이곳으로 입학하려는 신입생은 계속 늘어나 지난 2월, 6회 졸업생 181명까지 모두 781명(중 359명, 고 422명)의 졸업생이 배출된 어엿한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현재는 중학교 150명, 고등학교 150명 등 300명의 학생들이 만학의 꿈을 안고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11년 8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새로운 출발을 하자는 의미로 교명을 현재의 ‘운성중ㆍ고등학교’로 바꿨다.

현재 운성중ㆍ고의 학사일정은 중학교 과정 2년(의무교육으로 학비 국가지원), 고등학교 과정 2년으로 4년이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모두 졸업할 수 있다.

학급현황은 주·야간 중학교반, 고등학교반이 2개씩 있으며 지난 6월에 취임한 이범규 이사장을 비롯 16명의 교사진이 근무하고 있다.

교내 시설 현황도 일반학교와 마찬가지로 과학실, 미술실, 컴퓨터실, 도서관 등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다.
현재 입학할 수 있는 나이는 만 16세 이상의 청소년과 직장인, 주부를 비롯한 만학도이며 졸업시 일반 학교와 등등한 자격이 주어진다.

학생 연령대는 평균연령 4~50대로 남녀비율은 남(40%), 여(60%)이며 10~30대는 15%정도다.
또한 운성중·고는 졸업과 동시에 대학진학과 취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2012년 2월까지의 졸업생 중 모두 184명이 대학에 진학(4년제 32명, 2,3년제 152명)했다. 또한 같은 시기에 235명이 취업현장에 나섰다.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며

배움의 한을 풀기 위한 지역 만학도들의 배움터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운성중·고가 올해부터는 학교환경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계획은 지난 6월 진상 출신 이범규 이사장이 취임하고부터 본격화 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지역사회의 교육 기관을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사재를 출연, 재단법인 ‘거광’을 설립하고 광양에 학교를 그대로 두고 활성화시켜가기로 한 것이다.

이 이사장은 현재 학교의 법인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내에 법인으로 전환해 현재 개인 소유로 돼 있는 학교를 국가에 기부 채납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학교 운영이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하고 당당히 국가로부터 교육기관으로서의 지원도 받겠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취임 이후 현재 학교운영의 재정적 어려움이 많으나 앞으로 교내외적으로 많은 활동과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더나가 광양에서 뿐만 아니라 전남동부권에서 명실상부한 평생교육기관 운성중·고등학교로 우뚝 세우겠다”는 당찬 의지를 내보였다.
그러한 운성중·고등학교가 문을 활짝 열고 배움의 한을 풀고자 하는 만학도들을 기다리고 있다.


만학의 꿈꾸는 모든 분에게 문을 활짝 열고 기다립니다

▲ 이범규 운성중·고 이사장
지난 6월 운성중·고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범규 이사장(42).
이 이사장은 운성중·고를 모두에게 인정받는 전남 최고의 평생교육기관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소망을 나타냈다.

이 이사장은 “그동안 학교의 등기가 개인소유로 돼있어 개인사유 교육기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고 그래서 외부적으로도 공신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다”며 “학교를 법인화해 사회에 기부채납 함으로서 투명한 학교운영이라는 이미지 쇄신과 변화의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또 “현재 노후된 학교 건물이나 시설에 대해서 2~3년 이내에 학교건물 전체를 신축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번듯한 교실과 기숙사도 짓고 멀리 타 지역에 사는 학생들도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는 전원형 학교, 산속에 있다는 단점을 장점으로 활용해 쾌적한 학교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운성중·고를 만학의 요람이자 전당이라 자신 있게 소개하는 이 이사장.

이 이사장은 “어릴 적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교진학을 포기했던 많은 우리네 부모 형제들이 주변에 많이 계시다. 그리고 그분들은 못 배운 것에 대한 설움도 갖고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는 안정됐지만 학업에 대한 열등감으로 고민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운성중ㆍ고는 그분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설립된 학교”라며 “지금은 만학도가 되어 학교교육을 마치고자 하는 많은 분들이 운성중ㆍ고를 찾고 있다. 우리 학교는 이분들을 위해 언제든지 문을 열어 놓고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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