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선 광양교육지원청 교육장
‘사람책 프로젝트’로 학생 진로와 삶의 의미 전달
학생 참여형 교육, 지역 맞춤형 모델 제시
아이들과 만나며 세대 간 상호 성장 강조
광양교육지원청(김여선 교육장)이 올해 처음 추진한 ‘광양만권 사람책 프로젝트’가 지역 학생들에게 진로와 삶의 의미를 전하는 새로운 교육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책 대신 ‘사람’을 만나는 방식으로, 다양한 직업과 삶의 경험을 가진 지역 인물들이 직접 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형태로 진행된다.
김 교육장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한 장애인 복지관 관장이 학창 시절 방황을 겪다 좋은 멘토를 만나 삶의 방향을 봉사로 전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울림을 받았다”며 “우리 지역에도 학생들에게 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인생 이야기가 많다고 생각해 ‘사람책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이 지역사회의 다양한 인물과 그들의 삶을 접하며 더 깊이 배우고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과
진로 교육의 한계
김여선 광양교육장은 과거 위인전을 통해 배움을 얻었던 세대와 달리, 요즘 학생들이 자극적인 영상 콘텐츠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학생들이 전통적인 위인전보다는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접하는 경우가 많아, 잘못된 정보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삶을 진지하게 살아온 지역 어른들의 이야기는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위인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육장은 “아이들이 직접 인물과 만나 경험을 듣고 대화하는 과정은 단순 강의 이상의 울림을 준다”며 “지역 내 가까운 곳에서 실제 전문가를 만나 그들의 삶을 듣는 경험은 학생들에게 ‘나도 미래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기존 진로 교육의 한계를 지적했다.
김 교육장은 “전통적인 진로 교육은 직업군을 소개하고 사례를 전달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지만, 강의 방식으로 인한 효과의 편차가 크고 학생들의 감동과 참여도도 일정하지 않았다”며 “진로 교육은 단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현실과 맞닿은 조언을 듣고 스스로 진로를 구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사람책 프로젝트가 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2년 만에 교단 복귀
“아이들의 성숙함에 감동”
김여선 교육장은 직접 사람책 강사로 참여하며 22년 만에 교단에 섰다.
그는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내가 더 배우는 느낌을 받았다”며 “아이들 덕분에 어른들도 성장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한 학생이 ‘국장 등 직위를 가졌을 때 언제가 무게감이 가장 컸느냐’고 물었을 때 놀랐다”며 “학생들은 높은 직위를 가지면 좋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텐데 ‘그만한 책임과 무게감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구나’ 라는 걸 깨달은 순간, 학생들의 성숙함과 깨달음에 깊이 감동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강의 후 학생들의 소감문을 읽으면서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했으며 앞으로는 학생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 더욱 연구하고 준비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교육의 주인공은 학생
이번 사람책 프로젝트는 중학생들 대상으로, 김여선 교육장을 비롯해 장학사 등 교육전문가들과 교직원들이 함께 설계한 맞춤형 진로 교육 모델이다. 학생들은 지역 내 선한 영향령을 가진 인물들과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그 경험을 책으로 엮어 결과물로 만든다. 광양만 사람책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 핵심이며, 진로 탐색 과정과 강사 인터뷰 등을 포괄한다.
김여선 교육장은 “지금까지 없었던 형태의 새로운 진로 교육 모델”이라며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아직 참여하지 않은 학교들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진로를 찾아가는 경험을 쌓고, 학교 자체적으로도 진로 교육이 이어지는 긍정적 효과가 생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교육장은 학생 참여형 행사 문화의 개선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이 함께하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어른들 하는 연설이나 행사를 뒷전에서 지루하게 지켜보고만 있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이 참여하는 행사는 정말 교육적인 목적으로 하는 것이 성숙한 시민 문화다. 내년부터는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교육적 행사 문화를 만들어, 아이들 스스로 경험하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여선 교육장이 학생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점이다.
그는 “변화무쌍한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이 혼자 힘으로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니며, 주변에는 아이들을 지켜주고 도와줄 좋은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이들이 작은 신호를 보내면 어른들은 함께 연대하고,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보호하며, 잘한 아이들에게는 더 큰 성장의 기회를 마련한다”고 전했다.
김 교육장은 “아이들이 지역과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며, “아이들의 노력과 창의가 어른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세대 간 상호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육 현장에서 마주하는 학생들의 현실 또한 꼬집었다.
일부 학교의 경우 학생 40%가 복지 대상자일 정도로 계층 격차가 커, 상대적 박탈감을 겪는 아이들이 많은 반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가정의 학생들 또한 ‘명문고 진학’이나 ‘대기업 취업’ 등 과도한 경쟁 압박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육장은 “정신적 어려움이나 학업, 심리적 부담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체계적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며 “아이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 손을 내밀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책 프로젝트가 매년 이어져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만남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길 바란다”며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어른들에게도 긴장과 책임감을 주고, 좋은 인물들을 꾸준히 발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여선 교육장은 “아이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자 희망”이라며 “아이들을 믿고 지지함으로써 아이들 또한 서로를 믿고 지지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여선 교육장은 전남도교육청 장학관, 영광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 혁신교육과장, 교육자치과장, 정책국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뒤, 지난해 9월 1일 광양교육지원청 교육장으로 부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