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진화, 녹초 된 소방대원들
지역사회 응원에 다시 힘 얻어
지난 19일 초기 화재 진압 성공
광양항 동측배후단지(도이동) 물류창고에서 지난 13일 발생한 화재가 일주일 넘게 이어진 끝에, 지난 19일 초기 진화에 성공했다. 물에 닿으면 불길이 더 거세지는 알루미늄 특성 탓에 진화 작업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소방 당국이 총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지난 18일 광양시민신문이 찾은 화재 현장에서는 소방대원들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땀과 그을음으로 범벅된 소방대원들의 얼굴에는 깊은 피로가 드리워져 있었지만, 그들의 눈빛만은 꺼지지 않는 불길처럼 강렬했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잠시 방독면을 벗은 대원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물통을 들이켰다. 화재 현장을 지키는 소방관들의 옷은 이미 검게 그을려 있었고, 흙먼지가 뒤섞인 장비들은 그들이 얼마나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지 묵묵히 보여주고 있었다.
강명원 광양소방서 예방 안전과 과장은 “금속 미분이 물과 반응하면 수소 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모래나 팽창 질석 등으로 불길을 덮어 질식시키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워낙 광범위한 재난 현장이라 진화에 시간이 걸렸지만, 완전 진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재가 발생한 오전, 선착대로 현장에 투입된 박종명 현장대응단 현장안전점검관(소방위)은 “초기 진입 당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질을 정확히 식별하는 것이었다”며 “만약 물을 사용했다면 오히려 화재가 급격히 확산될 수 있었는데, 상부의 지시와 현장 판단으로 모래와 질석을 투입한 것이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전이 장기화되면 소방관도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 특히 지휘관은 순간마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해 부담이 크다”며 “하지만 서장님이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의 안전이 최우선’임을 거듭 강조해 현장 대원 모두가 긴장감을 유지하며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소방위는 또 “화재에는 예방이 가능한 경우와 불가피한 예도 있다. 시민들이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것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는 화재가 많다”며 “현장에서 시민들의 응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된 만큼 안전한 화재 진압을 통해 시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화재 연기와 냄새 확산으로 창문을 닫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생활의 불편을 겪으면서도, 불평 대신 소방대원들을 향한 응원과 격려의 손길을 내밀었다.
소방발전위원회, 포스코, 의용소방대 등 여러 단체와 관련 기업들은 물론, 지역 사회단체와 환경연합회, 그리고 익명의 시민들까지 방독면, 이온 음료, 빵 등 각종 간식과 도시락을 연일 현장으로 보내고 있다.
한 시민은 “광양항 물류창고 화재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광양소방서 소방관들의 헌신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축 늘어진 어깨와 곳곳이 해진 방화복, 20kg에 달하는 무거운 장비를 짊어진 그들의 지친 모습에서 그동안의 노고와 헌신이 그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지친 소방관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고, 너무 힘들 텐데 정말 고생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응원의 마음을 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관계자는 “시에서 토사 제공과 덤프·중장비 지원을 받아 초기 화재진압에 성공할 수 있었으며, 현재 잔불은 남아 있지만 연기 등은 발생하지 않아 시민들이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데 지장이 없다”며 “시민들의 따뜻한 응원 또한 화재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소방관들에게 큰 힘이 되었으며, 앞으로도 화재 예방과 안전 확보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