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지활성화사업, 실패한 공간 실험
주민 자치 없는 하드웨어 중심 사업
수십억 들인 시설, 활용도 지지부진 ‘

농촌지역의 정주 여건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정부가 추진 중인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광양시 또한 이 사업을 통해 5개 권역에 센터를 조성했으나 운영 부실과 주민 참여 부족, 사후관리 미비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본 기획은 광양 지역의 5개 사업지를 중심으로 현장을 점검하고, 국내외 사례와 비교를 통해 주민 주도의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광양시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현황
광양시가 지역 주민의 생활 편의 증진과 문화·복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부터 권역별 복합문화복지시설 조성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가장 먼저 사업이 완료된 곳은 광영동이다. 시는 2015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2019년 8월 1일 총사업비 65억700만원을 투입해 연면적 547㎡ 규모의 광영축구문화센터와 공영주차장을 준공했다. 

광영 ‘축구문화센터’
광영 ‘축구문화센터’

옥곡면에서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사업을 추진한 결과 2021년 12월 30일 ‘옥구슬 건강문화센터’가 문을 열었다. 총사업비 86억600만원이 투입됐으며 연면적은 922㎡에 달한다. 

옥곡 ‘옥구슬 건강문화센터’
옥곡 ‘옥구슬 건강문화센터’

진상면은 2016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2021년 12월 27일 총 59억8200만원을 투입해 761㎡ 규모의 단층 건물인 ‘백학문화복지센터’를 준공했다. 

진상 ‘백학문화복지센터’
진상 ‘백학문화복지센터’

진월면에서는 2017년부터 사업이 추진됐고 2022년 5월 16일 ‘달빛나루종합복지센터’가 이관됐다. 총사업비 56억8000만원이 투입된 이 시설은 지상 3층, 연면적 884.68㎡ 규모로 조성됐다.

진월 ‘달빛나루종합복지센터’
진월 ‘달빛나루종합복지센터’

가장 최근에는 옥룡면에서 복지시설이 완공됐다. 2018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2022년 7월 마무리됐으며, 총사업비 59억8,100만 원을 들여 984㎡ 규모의 2층 건물인 ‘교육문화복지센터’를 건립해 지난해 5월 이관됐다. 

옥룡 ‘교육문화복지센터’
옥룡 ‘교육문화복지센터’

한편 광양읍 인동리 일원에서는 ‘광양읍 365센터’ 조성 공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총 163억3800만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농촌 지역 중심지를 교육·문화·복지·경제 서비스의 거점으로 육성하고, 배후 마을까지 서비스를 전달해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설뿐인 사업에 지적 잇따라
광양시가 추진한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이 일부 개선의 조짐을 보이고는 있으나, 여전히 많은 시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운영 부진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23회계연도 결산검사 결과에 따르면, 광양시가 조성한 복지·문화시설 상당수가 운영 주체 미비, 활용도 저조, 행정 혼선 등의 문제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 지적된 바 있다.

당시 대표적인 사례는 옥룡면 교육문화복지센터다. 2022년 준공 이후 2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일부 요가 프로그램과 회의장 대관 등 제한된 시간대에만 활용됐다.
현장 점검 결과에서도 도서관 시설과 탁구대 등 각종 장비는 비닐도 뜯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으며, 관리 주체조차 명확하지 않아 주민 편의시설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결산검사단은 건설과에서 옥룡면으로의 인수인계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아울러 향후 위원회 구성 시 주민자치위원회와 복지센터 운영위원회 간 역할 혼선을 방지하고,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외수입에 대한 철저한 관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광영동 드래곤즈 축구문화센터 역시 2019년 준공 이후 5년 동안 사실상 방치돼 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건설과에서 전기요금 등 최소한의 운영비만 지원하면서 관리 인력이나 실질적인 운영 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평가됐다.

센터 일부는 위원회 사무실, 도자기 체험 프로그램, 드래곤즈 홍보관 등으로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었으나, 애초 계획했던 ‘축구문화 거점’ 기능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지하에 설치된 드론 축구장은 한 번도 활용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운영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는 건설과와 동사무소 간 운영 주체를 둘러싼 이견 충돌이 지적됐으며, 검사단은 “드래곤즈 구단 및 지역 축구 클럽 등과의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활용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결산검사단은 “하드웨어 조성만으로는 농촌중심지 활성화가 이뤄질 수 없다”며 “운영 주체 구성, 프로그램 기획, 행정지원 체계가 함께 구축되어야 진정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하며 실효성 있는 사후관리 체계 마련의 필요성도 강하게 주문했다.

한편 2022년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위원회 구성의 편중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감사 당시에는 “추진위원회가 중심지 마을 주민 위주로 구성돼, 배후 마을 주민들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우려와 함께, 균형 있는 주민 참여 구조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집행부는 “향후 주민추진위원회 구성 시 중심지와 배후 마을 간 균형 있는 비율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산 검사 후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  
최근 광양시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5개 시설을 방문한 결과 지난해 발표한 2023년 결산검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용이 불가능한 상태로 방치된 시설 내 당구장. 내부에 책상과 의자가 가득 쌓여 있다.
이용이 불가능한 상태로 방치된 시설 내 당구장. 내부에 책상과 의자가 가득 쌓여 있다.

옥룡면의 당구장은 다른 책상,  의자 등과 섞여 있어 창고화돼 당구 시설을 사용하기에 어려웠고 다른 시설들도 대부분 프로그램 시간 외에는 이용객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특히 진월면과 옥곡면은 면사무소 건립으로 인해 어수선한 분위기로 시설을 이용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었다.

다만 광영동 축구문화센터는 올해 상반기 상주 인력을 채용하며 운영관리에 들어간 상태로 일부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지하에 설치된 드론 교실도 회원을 모집하는 등 운영에 나서고 있었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위탁을 줬으면 운영비도 함께 지원돼야 하는데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그 점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 지역도 운영비가 부족해 걱정이 크다. 시설은 지어졌지만 실질적으로는 봉사 차원에서 운영되다 보니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양시 조례에는 전기세나 수도세 같은 기본 관리비는 지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운영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는 상황”이라며 “민간에 위탁할 경우 ‘위탁 원가 산정’을 거쳐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운영비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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