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응 스님(대한불교조계종 가피사 주지)

만응 스님(대한불교조계종 가피사 주지)
만응 스님(대한불교조계종 가피사 주지)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대화로 통해 소통해 나갑니다. 특히 부부, 연인, 가족과 같이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는 말 한마디가 천국을 만들기도 하고 지옥을 만들기도 합니다.

불교의 핵심 수행인 팔정도(八正道)에서는 이 대화의 기술, 즉 정어(正語), 바른 말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정어는 단순히 예의 바르고 표준적인 대화법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의 관계와 평화의 조화를 대화를 통해 깨달음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수행입니다.

2500년전 고대 인도에서 수행자의 마음가짐과 깨달음의 가르침이 담긴 “숫타니파타”는 이 정어라고 불리우는 바른 대화법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지를 잘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1. 정어(正語)의 본질:
‘네 가지 독(毒)’을 멀리하라

팔정도의 정어는 “바른 견해(正見)”와 “바른 사유(正思惟)”의 뒤를 이어 나오는 구체적인 언어 행위입니다. 이는 입으로 짓는 네 가지 '구업(口業)'을 철저히 금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망어(妄語, 거짓말): 진실을 왜곡하여 상대를 속이는 모든 말입니다. 사랑하는 관계에서 망어는 신뢰라는 가장 중요한 기둥을 무너뜨립니다. 아무리 사소한 거짓말이라도 습관이 되면 관계 전체를 허물어뜨립니다.

*양설(兩舌, 이간질하는 말): 상대방의 신뢰를 이용하여 이간질하거나, 없는 말을 꾸며 불화를 조장하는 말입니다. 가까운 사이에서는 상대의 약점이나 비밀을 다른 이에게 말하는 험담이나, 배우자나 연인의 험담을 제3자에게 하는 행위도 양설에 해당합니다. 이는 화합을 깨뜨리고 외로움을 만듭니다.

*악구(惡口, 나쁜 말/비난): 거칠고, 무례하며, 감정을 상하게 하는 모든 폭언과 비난입니다. ‘너는 항상 그래’, ‘너 때문에 내가 못 살아’와 같은 비난은 상대의 자존감을 꺾고 관계에 영구적인 흉터를 남깁니다. 사랑은 악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기어(綺語, 꾸며대는 말/쓸데없는 말): 진실성이나 유익함 없이 상대를 현혹시키거나, 시간만 낭비하게 하는 헛된 말입니다. 대화의 목적이 상대방과의 진실한 소통이 아니라 자기만족이나 시간 때우기에 있다면, 이는 관계의 깊이를 앗아가는 기어가 될 수 있습니다.

정어는 이 네 가지 독을 피하고, 진실(眞實)하고, 부드럽고(柔軟), 사랑을 담아(慈悲), 유익하게(利益) 말하는 실천입니다.

2. “숫타니파타”의 지혜: 정어를 위한 마음가짐
(1)비교와 집착에서 해방되기
비교와 의존을 멈추는 정어: 많은 관계 문제가 '비교'와 '집착'에서 시작됩니다. "남들은 다 저렇게 하는데 왜 당신은 왜 이래?"와 같은 비교나, 상대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말은 양측 모두에게 고통을 줍니다. 정어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자신의 행복을 상대에게 투사하지 않는 독립된 대화 자세를 요구합니다.

(2) 잔소리와 말다툼을 경계하라
사회 생활에서 교제와 애정에서 괴로움이 생기고, 여럿이 함께 있으면 잔소리와 말다툼이 일어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이 가르침은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지 않도록 언어를 절제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3) 침묵의 지혜
모든 것을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화가 났을 때 내뱉는 말은 대부분 악구이거나 양설, 혹은 기어가 되기 쉽습니다. 분노가 일 때는 잠시 침묵하고, 정사유(正思惟)를 통해 말을 걸러내는 것이 정어의 핵심입니다. 침묵은 때로는 가장 현명한 대화가 됩니다.

3. 정어를 통한 관계의 깨달음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괴로움을 소멸하는 수행입니다. 팔정도의 정어를 통해 우리는 언어의 폭력을 멈추고 언어의 치유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진실하고, 사랑스럽고, 부드러우며, 유익한 말. 이 네 가지 원칙을 일상 대화에 적용할 때, 우리는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 그리고 사회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불화를 만들어내는 구업을 멈추고, 상호 존중과 평화가 넘치는 삶을 만들 수 있습니다. “숫타니파타”의 지혜처럼, 바른 말은 곧 바른 삶입니다. 우리의 모든 대화가 사랑과 깨달음으로 이르는 정진의 길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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