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생명이 공생하는 도시, 도요오카시
주민주도 + 생태·문화 등 지역 자산 결합
전통과 세계화를 품은 새로운 지역 진화

농촌지역의 정주 여건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한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광양시도 이 사업을 통해 5개 센터를 조성했지만 운영 부실, 주민 참여 부족, 사후관리 미비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 본 기획은 광양 지역 5개 사업지를 중심으로 현장을 점검하고 국내외 사례와 비교해 주민주도의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일본의 지방 도시들이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해 ‘주민 주도형 마을만들기’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효고현 도요오카시는 지역 자산 보전·주민 참여·문화와 교통의 재구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지역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일본은 1970년대 고도 경제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주거·공동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마을만들기(마치즈쿠리)’ 사업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생활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췄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 들어서는 저출산·고령화·인구감소 등 구조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생활권 단위의 공동체 재생과 지역 활성화로 방향이 전환됐다.

2010년대에는 국가 차원의 지방창생(地方創生, 지방 활성화 정책, Regional Revitalization) 정책과 긴밀히 연계되면서 지자체와 주민이 협력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마을만들기는 단순한 지역 개발을 넘어 지속 가능한 공동체 구축과 주민 참여 활성화를 목표로 발전하고 있다.

생명과 공생하는 도시 지향
효고현 도요오카시는 이러한 흐름을 대표하는 사례다. 
도시는 2012년 ‘생명에 대한 공감이 가득한 도시’라는 지역 개발 조례를 제정하고, 사람과 자연·생명이 공생하는 도시를 목표로 주민과 행정이 함께 지역 활성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황새 복원 사업과 전통 거리의 ‘야키스기판’ 경관 보전 사업이다. 황새 복원사업은 황새를 이용해 생산된 쌀이 지역 특산물로 자리 잡고 외국인 숙박객이 증가하는 등 경제적 성과를 거두었으며, 전통 경관 보전 사업은 지역 정체성을 강화해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이는 생태 복원과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한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도요오카시청 관계자는 “생명체가 공생하는 도시 조성에는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생명은 모두 연결돼 있고 사람과 생명을 함께 지키는 마을을 만들어 가는 것이며, 이러한 가치가 사람에게도 적용돼 모두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도시를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감소에 따른 미래 고민
도요오카시는 현재 인구는 7만1669명(2025년 8월 기준)이며 청년층의 전출과 미혼율 상승이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면서 2040년에는 5만7770명, 2050년 4만8473명, 2060년에는 3만8529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이러한 인구감소는 커뮤니티 붕괴·소멸, 공공 교통망 축소, 지역경제 쇠퇴, 재정 악화에 따른 행정서비스 저하, 의료·간병 등 사회보장 비용 증가 등 심각한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시는 젊은 여성과 결혼 적령층 유입을 핵심 전략으로 설정하고 ICT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작은 세계 도시, Local&Global City’ 전략을 추진 중이다. 또한 단순한 인구 정책을 넘어 문화예술 진흥, 젠더 격차 해소, 전문대학·IT기업 유치, 민박 확대 등을 통해 질적 전환과 양적 대응을 병행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주민 참여가 필수적인 과제로 평가된다.

주민과 대학 함께 만든 실험
도요오카시에 속한 다케노 마을에서는 주민과 대학이 협력해 지역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실험을 전개하고 있다. 

다케노 지역은 “가보고 싶다, 또 오고 싶다, 살아보고 싶다, 계속 살고 싶다”는 슬로건 아래, 사계절의 지역 매력을 살린 투어 프로그램을 전문대학과 연계해 기획·운영하고 있다.

젊은 세대와 대학생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이 프로그램을 기획·평가하며, 이를 통해 ‘타케노 팬’이라 불리는 관계 인구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25년에는 51명의 이주 희망자 내방 실적을 거두고 있으며 2026년에는 8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예약형 교통체계 도입 

예약형 승합교통은 이용자가 사전에 예약하면 차량이 운행되는 방식으로, 사회복지협의회가 예약 접수 사무국을 맡고, 지역 주민이 차량을 운전, 전문 교통사업자가 운행을 관리하는 구조다. 주민과 사업자가 상호 협력해 지속 가능한 지역 교통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시스템의 장점은 △필요할 때 예약해 대기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고 △자택 근처에서 승하차가 가능해 접근성이 높으며 △예약 정보를 활용해 공차율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주민이 직접 운영에 참여함으로써 지역 공동체 기반의 ‘공조 교통’을 실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운영협의회를 설립하고 주민설명회와 승차 체험회를 거쳐 운행을 준비했으며, 총 사업비 약 2억5748만원으로 국가 보조금과 과소대책사업비로 충당됐다.

이번 교통 재편으로 기존 다케노선 노선버스와 시영버스가 폐지되고, 실증 운행 중이던 ‘예약형 승합택시’도 종료됐다. 새롭게 도입된 예약형 승합교통은 버스형 일본판 라이드셰어로, 기존 노선버스보다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에 나선다는 목표다.

청년 주도로 만든 ‘일도감’
지역 정착 안내서로 활용

다케노 지역에서는 올해 지역의 일과 삶을 담은 ‘타케노 일도감(일·생활 도감)’이 완성됐다. 

그동안 다케노 지역은 ‘일자리 이미지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지역의 특색을 살린 다양한 일자리가 존재함에도 이를 알릴 수단이 부족해 이주 희망자나 청년들이 지역에서의 삶을 구체적으로 그리기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었다. 

이에 지역 청년들이 주축이 돼 다케노 특화 일자리 정보를 한데 모은 도감 제작에 나섰고, 3년간의 준비 끝에 결과물이 세상에 나왔다.

도감에는 다케노에서 취업하거나 가업을 잇는 현지인, 귀향 청년, 새롭게 이주한 사람 등 다양한 주체들의 활동과 삶이 담겨 있다.

도감은 지역의 일자리와 생활 정보를 실질적으로 소개해 이주 희망자들에게 ‘정착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시청·커뮤니티·숙박시설 등 지역 곳곳에 비치돼 홍보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새로운 시설을 짓기보다
전통 경관 보전과 빈집 활용

도요오카시와 다케노 마을의 사례는 새로운 시설을 짓는 것보다 지역 고유의 자산을 보전·활용하고, 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케노 일대는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유명하며,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면 야키스기판(삼나무 구이판) 외벽과 미로 같은 골목길이 어우러진 전통 경관이 펼쳐진다. 시는 이 지역을 대상지로 지정하고, 야키스기판 외벽 설치 시 재료비의 3분의 1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전통 경관의 보전과 계승뿐 아니라, 주민 자부심과 지역 활력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 결과 2023년 제19회 주택 마을 공모전에서 주택 마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다케노 마을은 빈집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조기 관리와 활용을 유도하고 있다.
다케노 마을 관계자는 “해수욕장이 유명한 다케노 마을은 여름철에만 약 16만명이 찾으며,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마을 조합의 주민들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카누, 스노클링, 트래킹, 낚시배, 요리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소금 등 지역 특산물 판매 수익금은 마을 기금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민박도 총 36곳이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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