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나라 유지 비결 ‘법규’와 ‘시민의식’
살인적 교통비와 ‘지정 반납 포트’ 킥보드
민간 경쟁과 고인건비가 만든 교통 시스템

일본은 흔히 ‘선진국’이자 ‘깨끗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다 문득 ‘그 질서와 청결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 답을 확인하고자 본지는 일본 현지 탐방을 기획했다. 이번 탐방기에서는 익숙한 한국의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기자가 일본에서 직접 마주한 질서를 기록하며 한국 사회에 던질 시사점을 찾아 나섰다. <편집자 주>

쓰레기 하나 없이 깔끔한 역
쓰레기 하나 없이 깔끔한 역

일본에 도착한 순간,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깔끔하게 정돈된 공항 풍경이었다. 바닥에는 쓰레기 하나 없었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감탄과 함께 순조로운 탐방을 예감했으나 그 감탄은 공항을 벗어나 도심으로 향하는 길에서 산산조각 났다. 

한국에서 미리 구입한 패스권을 들고 교통수단 정보를 확인했지만, 지하철에 오르자마자 복잡한 노선 체계와 잦은 환승으로 인해 금세 길을 잃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또한 서울에서는 2천원이면 갈 수 있는 거리가 일본에서는 10배에 달하는 살인적인 가격표를 달고 있었다. 편의를 위해 택시를 타려 했지만, 기본 요금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비싼 가격에 이마저도 포기해야 했다.

교통의 편리함과 저렴함이 익숙한 한국인에게, 일본의 대중교통은 ‘가장 큰 장벽’이었다.

이처럼 비싼 교통비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도심 곳곳에서는 자전거와 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물결이 눈에 띄었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한국에서는 아무렇게나 방치된 채 도시 미관을 해치기 일쑤인 공유 킥보드가, 일본에서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깔끔하게 지정 구역에 정리되어 있었다. 불편한 교통 시스템 속에서 발견한 정리 문화의 깊은 뿌리였다.

과연 이 나라는 살인적인 교통 요금을 감수하면서까지 ‘완벽한 질서’를 어떻게 유지하고 있을까? 특히 그 질서를 상징하는 정리된 공유 킥보드와 자전거 문화가 정착한 핵심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한국은 이 깔끔하고 질서 정연한 문화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기자는 일본의 ‘보이지 않는 규칙’을 찾아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했다.

복잡한 지하철 노선
복잡한 지하철 노선

복잡하고 비싼 
일본 교통 시스템의 이유

일본의 대중교통이 비싼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의 지하철, 철도, 버스 등은 다수의 민간 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회사별로 요금 체계가 다르고, 심지어 환승 할인 제도마저 미흡하다 보니 이동 거리에 비해 지불해야 하는 요금이 천정부지로 솟는다. 같은 구간을 이동하더라도 회사에 따라 요금이 다르게 책정되는 복잡한 구조다.

여기에 높은 인건비와 유지보수 비용이 더해진다. 특히 택시 기사의 급여는 한국보다 2~3배 높아 택시 요금이 비싼 것은 불가피한 구조다. 대도시의 높은 수요도 교통비 상승에 일조했지만, 근본적으로 복잡한 사기업 운영 구조와 고정 비용이 한국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고가(高價)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이다.

더불어 일본 정부가 교통 혼잡 및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민간 철도 시설의 확대와 운영 구조의 복잡성 증가로 이어져 요금 구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사료된다.

도심 곳곳에 위치한 자 전거와 킥보드 ‘지정 반납 포트'
도심 곳곳에 위치한 자 전거와 킥보드 ‘지정 반납 포트'

정돈된 자전거와 킥보드, 
‘반납 포트’가 질서의 핵심

비싼 대중교통 요금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자전거와 킥보드를 이용하는 수많은 시민이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무분별하게 방치되어 도시의 골칫거리가 되는 공유 킥보드가 지정 구역에 완벽하게 정렬된 모습은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질서는 단순한 시민의식이 아닌, 시스템의 힘에서 비롯됐다. 현지 이용 후기를 확인한 결과, 일본의 공유 자전거 및 킥보드는 사용 후 반드시 반납 가능한 지정 포트를 확인하고, 해당 위치에서 사진을 찍어 인증해야만 반납이 완료되는 구조였다. 지정 반납 구역이 도시 곳곳에 충분히 마련되어 있어 이용 편의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무단 투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이다.

거리의 청결함은 ‘국민 교육’과 
‘엄격한 법’의 결합

공항에서부터 목격했던 쓰레기 하나 없는 일본 거리의 비결은 곧 국민들의 삶의 방식 그 자체였다. 일본은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자신이 사용한 곳은 스스로 깨끗이 하자”는 교육을 철저히 받는다. 이를 통해 공공장소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습관이 문화로 뿌리내렸다.

이러한 청결 의식은 ‘쓰레기통 없는 거리’라는 특이점으로 이어진다. 학교, 편의점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 거리에서 공용 쓰레기통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신이 발생시킨 쓰레기는 스스로 소지해 귀가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매우 엄격한 법적 제도가 질서를 유지한다. 각 지역별로 세분화된 분리수거 요일과 방식을 어기거나 쓰레기를 무단 투기할 경우 최대 1억원의 벌금이나 징역 등 강력한 처벌이 적용된다.

일본의 청결한 거리는 높은 국민성, 가정 교육, 그리고 강력한 법적 처벌이라는 삼박자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결과인 것이다. 이는 단순한 관광 차원을 넘어, 사회를 유지하는 시민 의식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 오사카의 택시 기본요금은 최초 1,300m까지 600엔(¥)이며, 이후 260m마다 100엔(¥)이 추가로 부과된다.
일본 오사카의 택시 기본요금은 최초 1,300m까지 600엔(¥)이며, 이후 260m마다 100엔(¥)이 추가로 부과된다.

일본 탐방을 통해 마주한 현실

일본 탐방을 통해 기자가 마주한 것은 ‘불편함을 감수하며 얻어낸 완벽한 공공질서’라는 가치였다. 일본 도시의 완벽한 청결함은 국민 교육, 강력한 법규, 그리고 ‘쓰레기는 스스로 되가져간다’는 시민의식의 합작품이었다. 반면 민간 철도 회사 중심의 복잡한 운영 방식과 높은 인건비로 형성된 살인적인 교통비는 여행자에게 가장 큰 장벽이었다.

그러나 비싼 교통비 속에서 발견한 정돈된 공유 자전거와 킥보드 문화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편리함만 추구하고 질서를 간과했던 한국의 현실과 달리, 일본은 ‘지정 반납 포트 인증’이라는 명확한 시스템을 통해 시민의 편의를 유지하면서도 도시 미관을 철저히 지켜냈다.

일본의 대중교통이 비싼 것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지만, 그들이 사회 전반에서 추구하는 ‘질서와 공공의식’의 가치는 한국 사회에 깊은 질문을 던진다. 한국 역시 저렴하고 편리한 교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과연 우리는 그만큼의 공공의식과 질서 유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일본의 경험은 단순히 깨끗한 거리를 넘어, 개인의 자유와 공공의 질서가 어떻게 조화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우리 사회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저렴함과 편리함 뒤에 숨겨진 공공의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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