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관광 교통과 체계적 문화재 보존
시민과 함께 살아나는 도심 속 공원
시민의식으로 완성된 일본 관광 시스템

지난 두 차례의 탐방을 통해 일본의 질서와 소비문화를 살펴봤다. 마지막 탐방에서는 효율적인 관광 교통수단, 체계적인 문화재 보존, 시민의식이 반영된 시설 관리 등 일본의 관광 시스템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오사카에 머물면서 교토가 관광할 만한 곳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열차를 타고 교토로 이동했다. 역에서 내려 100m 정도 걸어 버스 투어를 신청했다. 일본의 관광지 버스 투어는 관광객이 원하는 문화 관광지에 자유롭게 내려 구경하고, 다음 시간에 오는 버스를 이용해 또 다른 명소로 이동할 수 있는 방식이다. 정해진 코스를 따라야 하는 일반 패키지여행과 달리, 관광객이 스스로 코스를 설계하고 시간표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덕분에 버스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며 교토 특유의 정서와 문화재, 신사 등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었다.

국민 염원과 시민 참여로 되살아난 금각사

투어 도중 금각사에 방문했다. 금각사는 일본 건축과 정원, 예술 분야 황금기를 상징하는 기타야마 문화(北山文化)’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그러나 1950년 한 승려의 방화로 전소되는 비극을 겪었다. 화재 이후 금각사를 재건하는 과정은 일본 국민적 염원이 담긴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당시 국민 모금으로 약 3천만엔이 모였으며, 3년간의 작업 끝에 1955년 재건됐다. 단순히 현재 환율(1엔당 약 9.2)을 적용하면 약 27천만원이지만, 당시 물가 수준을 반영하면 현재 가치로 약 70~80억원에 달하는 거액이 들어간 프로젝트였다.

이후 1980년과 1990년의 2·3차 복원에서는 건축물 표면에 약 20kg의 순금이 사용됐다.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수십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렇게 비용과 노력을 들여 화려하게 복원한 덕분에 금각사는 아름다운 복원 문화재의 상징이 되었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물론 일본 언론은 과도한 금 도포로 보존이 아닌 과학 복원이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본의 문화재 관리는 단순 복원을 넘어선다. 화재 발생 시 소방서보다 먼저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소방단이 초기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는 문화재를 국가의 소유물이 아닌 지역 공동체의 자산으로 인식하는 일본의 태도를 보여준다.

복합 문화·스포츠 공간에서 느낀
시민 참여와 질서 의식

10, 숙소에 들어가기 아쉬워 라운드원 스포챠를 방문했다. 오사카 도톤보리에 위치한 라운드원 스포챠는 단순한 오락실을 넘어 스포츠와 놀이를 결합한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이다. 3층부터 7층까지 골프, 테니스, 양궁, 농구, 사격, 포켓볼, 볼링 등 다양한 종목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으며, 롤러스케이트장과 카트장 등의 시설도 갖춰 선택의 폭이 넓었다.

1시간 30분 이용권을 끊고 처음으로 미니 볼링장을 체험했는데, 짧은 시간임에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이어서 인기 있는 양궁 코너에 도전했는데,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집중력이 요구돼 생각보다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투명한 공 안에 들어가 몸으로 공을 굴리며 즐기는 축구 게임에도 도전하며 생각보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스포챠는 학생뿐 아니라 관광객도 몰려 활발히 운영되는 가운데, 한 팀이 시설을 독점하지 않도록 시간 카운터를 스스로 관리하게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짧은 경험 속에서도, 시민들의 높은 의식 수준 덕분에 이런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유지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도심 속 녹지, 시민의 여유를 담다

마지막 날, 오사카역에서 공항으로 이동하기 전 그랜드 그린 오사카를 방문했다. 이곳은 오사카역 북쪽에 위치한 도시 공원과 상업시설, 호텔을 결합한 재개발 프로젝트로, 2027년 완성을 목표로 단계적 개장 중이다.

공원과 상업시설을 연결하는 120m 규모의 은빛 대형 지붕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커츠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 유닛 ‘SANAA(사나)’가 설계했다. 지붕 아래 약 1500의 이벤트 공간과 전면 약 4잔디 광장인 우메키타 공원은 최대 1만명 규모 행사를 수용할 수 있다.

평일임에도 공원에는 시민들의 활기와 여유가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어린이집 아이들은 소풍을 즐겼고, 시민들은 의자와 식탁을 활용해 간단한 음식이나 도시락을 먹으며 여유를 만끽했다. 그 모습에서 시민들이 공공 공간을 자연스럽게 즐기며 공존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시민 의식이 만드는 문화 공간의 힘

이번 여행에서 일본의 문화재와 복합 문화 공간을 체험하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일본은 지역 단위의 자발적 관리 체계를 구축해 주민들이 문화재를 공동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스스로 지키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문화재 보호를 행정 영역으로만 보는 경향이 강하다. 제도적 차이보다 시민의식의 차이가 현장에서 크게 작용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복합 문화 공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광양에는 청소년과 가족 단위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스포츠 공간이 거의 전무하다. 일본의 라운드원 스포챠처럼 스포츠와 놀이를 결합한 공간이 조성된다면, 시민들은 활력과 여가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지역 문화 허브로 기능할 수 있다.

또 단순히 여러 공원을 조성하는 것보다 시민들이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대규모 녹지 공간이 마련된다면, 지역 주민의 여가 생활은 한층 풍성해질 것이다. 주말마다 산책과 피크닉을 즐기고,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며 다양한 행사와 문화 활동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다목적 녹지 공간은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지역사회의 활력과 시민 참여를 동시에 증진시키는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

결국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여가 공간은 단순한 시설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문화와 활력을 만들어 가는 중요한 요소다. 광양에도 이러한 시민 중심의 대규모 복합 문화·스포츠 공간과 녹지 인프라가 마련된다면, 주민들의 여가 생활과 지역 문화 활성화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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