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종렬의 쉴만한 물가

▲ 라종렬 광양사랑의교회 목사
사이먼&가펑클이 불렀던“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라는 노랫말처럼 개울을 업어서 다리 되어 준 사람다리, 거기에 호박돌을 군데군데 놓아서 황순원의‘ 소나기’에 소년과 소녀가 만나 함께 건넌 징검다리, 메디슨카운티의 지붕이 있는 다리, 원수가 만난다는 외나무다리,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하는 돌다리, 출렁거리는 구름다리, 그리고 산과 산, 섬과 섬,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거대한 현수교, 이 외에도 참으로 많은 종류의 다리가 있습니다.

모두가 뭔가를 소통해 주는 것들입니다. 혈관의 동맥과도 같은 것이 다리와 길입니다.
우리 지역에는 임진년 그 많은 사람들이 땀과 피와 생명을 바치며 왜구의 침입을 막았던 이들이 상상도 못했던 다리와 길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순신 대교와 목포로 가는 길을 말합니다.

이것을 세우고 닦기 위해서 우리는 선조들에게도, 후손들에게도 천문학적인 숫자의 큰 빚을 진 것입니다. 문제는 선조들에게는 갚을 길이 없으나 후손들에게는 미약 하나마 그 빚을 갚을 길이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 건설한 만큼의 손익계산이 이미 계획한 사람들을 비롯해서 이시설을 이용할 사람들에게는 끝났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처 계산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이 다리와 길을 통해서 일어난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 영향력은 수백년을 이어간다는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비단길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길은 단순히 상인들의 물류만 오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길을 따라서 동양과서양의 문화적 교류가 이루어졌다는 것을알 수 있습니다.

비단길은 동양과 서양을 잇는 한 길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초원길, 오아시스길, 바닷길의 3대 간선과, 마역로, 라마로, 불타로, 메소포타미아로, 호박로등의 5대지선이 있었습니다.
동서남북을 잇는 사통팔달의 길이었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가깝게는 여수와 목포를 잇는 길이지만 바닷길까지 이제는 더 멀리 소통의길이 더 빠르게 연결되게 된 것입니다. 거기다가 철도, 고속도로, 항만로, 항공로, 다리까지 이제 우리 도시는 명실공히 모든 길을 다 갖게 된 것입니다.

과연 무엇을 흐르게 할 것인가? 이것이 후손들에게 빚을 갚을 수 있는 요인이 됩니다.
우리가 물류와 문화를 흘러 보낼 것도 생각해야 하지만, 이 길들을 통해서 들어 올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와 후손들에게 긍정과 부정의 영향 모두를 가진 양날의 칼처럼 주어질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흘러 보내는 것도 깨끗한 것이어야 하고, 들어오는 것도 할 수 있는 한 잘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가야 합니다. 단기간의 경제적 이득만을 계산해서 무분별한 교류를 탐스럽게 이어가게 된다면 우리 세대 뿐 아니라 후손들에게 되돌이킬 수 없는 짐을 지우는 것이 될 것입니다.

하드웨어적인 소통의 길은 충분히 갖추어지고 있는데, 그 길을 따라 이어갈 소프트웨어는 얼마나 건실하게 갖추어져 있는지 살펴보면 두려운 마음 없지만은 않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을 자랑하면서도 가장 소통이 안되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 우리 지역의 소통의 능력과 기술 그리고 전통과 문화는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인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갈 길이 멀지만 벌써 포기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꿈을 꿉니다. 흘러가고 오는 것을 통해서 새롭게 창조될 도전과 응전 속에 일어날 소통의 일들을...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