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종렬의 쉴만한 물가

20대는 포개져 자고, 30대는 마주보고 자고, 40대는 천장 보고 자고, 50대는 등 돌리고 자고, 60대는 따로 자고, 70대는 서로 어디서 자는지 모르고 자고, 80 넘으면 한 사람은 방에서 주무시고 한 분 은 산속에서 주무신다는 우스개 이야기가 회자된다. 사이가 좋아 함께 살아도 시간이 지나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다. 분단 60여년이 다 되어간다. 강산이 여섯 번이 바뀌었는데도 요원한 이 나라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만일 하나님이 나에게 네 소원이 무엇이냐고 몇번이고 오직 자주 독립이라고 얘기하셨던 김구 선생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우린 그토록 소원하던 자주 독립을 이루었다고 생각했는데 독립 이후에 더 큰 골짜기 같은 남북 분단의 아픔을 지닌지 어느새 60여년이 되어버렸다.

어릴적엔 줄기차게 부르고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말이 지금은 자꾸 이상한 딴지들이 걸리는 듯 하다. 너무도 모르던 시절엔 사상의 문제가 큰 줄 알았는데 지금은 경제적인 문제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듯하고, 그 한 가운데서 통일을 막는 걸림돌은 기득권과 좌우논쟁과, 이러한 현실을 통해 이득을 보는 극단적 이기주의자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느새 소원이 아니라 일부의 사람들만 배부른 소리처럼 고민한 일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은 답답한 가슴을 더욱 막막하게 한다.

같은 민족이요 형제임이도 그렇게 생각하면 이상하게 종북주의자라하고, 인정할 수 밖에 체제를 현실 그대로 보면 또한 이상한 눈으로 색깔을 입히고,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이단 삼단 반역세력으로 몰고가는 상황에서 통일에 대한 논의는 자꾸만 멀어져 가게 한다.

과연 우리는 통일을 생각하고 있는가? 따로 산지 오래되면 다시 뭉쳐야 할 이유가 희미해지고 귀찮아지고 돌아서게 된단다. 여전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말할 수 없는 오늘, 민족주의를 경계하면서도 이 민족이 살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한바탕 흔들어대는 혼란한 정국속에서도 더 성숙한 발걸음으로 나아가는 진보가 있길 기대하면 무리일까? 더 큰 그릇으로, 더 넓은 시야와 품으로 품을 수 있는 넉넉함으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진 깨어있는 국민이 곳곳에 있기에 여전히 이 나라에 희망이 있음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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