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양우권 노동자 사태 중재 나선 시민단체에 기대하는 역할


광양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 5일 정현복 시장과 간담회를 갖고 이지테크 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중재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정 시장과 시민단체는 ‘고 양우권 노동열사 투쟁대책위원회’가 포스코와 이지테크에 전달한 △포스코와 이지테크의 노동탄압으로 인한 죽음에 대해 책임 인정과 사과 △노동탄압 중단, 재발방지 약속 △불법파견 중단,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화 △산업재해 인정, 유가족 배상 등 4대 특별교섭 요구안 중 사측의 책임인정과 사과, 유가족 배상 등 2가지 사안에 대해 중재에 나서 하루빨리 장례를 치룰 수 있도록 노력키로 했다.

간담회에서 오고간 얘기처럼 시와 시민단체의 중재로 고 양우권 노동자 사태가 조속히 해결돼 유가족과 노조관계자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중마동 도심의 분향소와 현수막이 철거돼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길 기대한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중재에 나섬에 동의하면서도 두 가지 우려와 염려를 전한다.

첫 번째는 시민단체에 그만한 역량이 있느냐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개인이 아니고 조직이다. 개인의 알음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논의와 결정에 따라 일을 처리해야 하는 객관적 주체다.

그동안 광양의 시민단체는 자기 할 일을 망각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지경에 이르렀음이 사실이다.

이는 시민단체 스스로가 무너져 내린 면도 있지만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저조했음도 한 몫했다.

나는 어느 시민단체의 회원이며 어느 단체를 후원하고 있는가. 시민단체는 필요로 할 때 언제라도 급조해활용할 수 있는 그런 조직이 아니다.

평소 참여하고 채찍질함으로써 끊임없이 건전하게 성장시켜 놔야 비로소 시민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할 때제대로 일할 수 있는 것이 시민단체다.

평상시 무관심은 꼭 써먹고자 할 때 써먹을 시민단체가 없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일을 계기로 새삼 깨닫게 된다.

중재란 다툼질의 사이에 끼어들어 화해를 붙이는 행위다.

과연 지금의 광양지역 시민단체는 중재를 할 능력이 있는 것인가?

광양시민단체의 말을 포스코가 듣는가, 이지테크가 듣는가, 유가족이 듣는가.

그동안 시민들의 무관심은 시민단체의 힘을 약화시켰고 정작 그 역할을 해야 할 땐 아무도 시민단체를 먹어주지 않는 상황이 초래한 것이다.

두 번째는 시민단체의 중재가 유가족이나 노조 측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공식 협상은‘ 고 양우권 노동열사 투쟁대책위원회’가 유가족의 위임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고 양우권 노동자의 유언을 따르고 있는 유가족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대책위를 신뢰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태의 조기해결을 바라는 것은 시민이나 유가족이나 대책위나 시민단체나 모두가 한 마음이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어떻게든 빨리 해결하기 위해 역할을 하라’는 요구에 스스로 방향성도 없이 욕심만을낸다면 누군가를 압박하게 될 수도 있고 자칫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

시민단체는 먼저 할 수 있는 역할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

시민단체에 요구되고 있는 역할은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재가 아니라 사측과 대책위가 사태 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정도여도 충분하다.

아무쪼록 시민들은 시민단체의 힘을 북돋우고, 시민단체는 그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한 달여가 다 돼가는고 양우권 노동자 사태가 조속히 원만히 해결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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