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남은 무기력하다. 지난해 승부조작 파문 이후 반성과 재기를 다짐하던 전남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급기야 지난 광주와의 경기에서 핸드볼 점수 차로 대패했다. 팬들은 아마도 성적만을 기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승패와 상관없이 꾸준한 경기력을 기다렸던 팬들의 바램이었지 않았을까? 하지만 팬들의 기대는 경기내용과 승패 모두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아무리 이해한다고 해도 올해 전남은 이렇다 할 방점을 찍지 못한 채 물에 술 탄듯 술에 물 탄듯 전반기를 무력하게 보냈다. 김영옥과 이종호, 윤석영 등 젊은 피들의 활약을 기대했지만 역시 반짝하고 마는 신기루에 불과했다

비단 이런 체념까지 섞인 평가는 비단 광주와의 지난 경기에 머물러 있지 않다. 지난 홈5연전을 치루면서 정해성 감독이 보여준 전략 부재와 용병술에 부재는 이런 결과를 예감하고도 남기에 충분했다.

그는 반드시 이겨야할 경기와 그렇지 않아도 되는 경기를 양분하듯 선수구성에 나섰고 승부수를 던진 한 게임에 몰입하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이겨야할 경기도, 최소 비겨야할 경기도 다 챙기지 못하는 헛수를 두고 말았다.

이 같은 전략의 결과는 광주전 핸드볼 스코어 패배로 이어졌다. 지난 23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17라운드 광주 FC와의 경기에서 6골을 내주고도 한 골도 넣지 못하는 최악의 졸전 끝에 0대6으로 대패했다. 그것도 전반에만 5골을 허용하는 등 심각한 조직력에 문제를 드러내면서 말이다. 경기를 보고 있는 팬들에게 미안함을 너머 창피한 수준의 한심한 경기였다.

이날도 전남의 정해성 감독은 이종호를 제외한 주전선수 대신 대전과의 경기와 마찬가지로 1.5군에 해당하는 선수들을 대거 투입했다. 꼴찌에 턱걸이를 하고 있으면서도 이런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정 감독의 배짱이 두둑하기는 하고, 빡빡한 경기일정을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이건 프로의 축구가 아니었다. 철저하게 농락당했다. 전남은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시도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제 전남이 무엇을 선택하는 것인지, 전략이라는 게 남아 있는 상황인지 그것조차 알 수 없는 지경이라는 게 솔직한 기자의 생각이다. 더구나 프로구단의 전력이라는 게 구단과의 상승효과나 동반 추락효과를 낸다는 점을 생각할 때 지금의 구단 운영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긴다.

전문적인 프로구단을 운영하면서 전혀 스포츠를 모르는 인사들이 구단을 운영하고 좌지우지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이런 경우 필연적으로 선수와 구단과의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정말 큰 문제다. 선수의 사기를 고려하지 않는 구단의 운영이 가져올 수 있는 폐해는 승패에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구단 전체를 평가해야 할 때가 아닌지 느끼는 것은 비단 기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구단과 정해성 감독은 알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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