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논리 사전 승인의 장 아니냐 비판 여전

예산 ‘전무’ 식물 협의회 전락 우려도

광양환경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지난 2일 창립됐다. 하지만 광양제철소의 제안에 따라 이루어진 협의체 구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서로 엇갈린다. 특히 광양제철소가 탄소소재 공장 등 신규투자를 잇따르는 상황에서 출범이 이루어진 탓에 지역민의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방책에 불과하다는 우려 섞인 시각도 만만찮다. 협의회 운영에 따른 재정분담 논의가 전혀 없었던 점도 문제다.

광양시와 포스코 광양제철소, 광양지역 환경단체들은 이날 운영위원회와 협의위원회를 잇따라 열고 광양환경협의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민관산학이 함께하는 환경협의체 구성은 국내 최초다.

광양시와 광양제철소를 비롯한 기업 대표, 환경단체 대표 및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회는 이날 ‘지속가능한 도시환경조성 협약서 서명하고 환경문제 해결과 기업과의 상생방안에 대해 서로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위원장에는 이우범 전남대 교수가 선임됐고 부위원장에는 김재신 광양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이 선출됐다.

이우범 위원장은 “중임을 맡았다. 그러나 광양의 번영을 위해 공존을 위해서 우리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잘 살고 깨끗한 환경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조금만 합심하면 가능한 일이다”며 “합심해서 광양지역 미래 번영의 기틀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성웅 시장은 “우리시의 가장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정주문제와 환경문제”라며 “이번 환경협의회 출범이 기업투자에 따른 소모적 갈등을 줄이고 공생발전을 추구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출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투자는 경제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환경문제라는 숙제를 남긴다”며 “녹색도시와 기업유치를 동시에 이루기 위해 지역 내 시민단체와 전문가, 기업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통해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값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백승관 광양제철소장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협의회가 출범한 것은 뜻 깊은 일”이라고 밝힌 뒤 “광양시가 철강과 항만의 도시로 발전하는데 많은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 가능했으나 그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과 소모적 논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바람직한 도시발전을 위해 논의하고 소통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효수 광양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의 생산활동과 환경보존의 조화를 실현하는 상생의 첫 걸음이 마련됐다”며 “지금은 기업의 생산활동에 밀려 환경보전이 뒷전으로 밀려서도 안 되고 환경보전만 주장해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켜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날 출범한 협의회는 지역의 합리적인 환경 보전방안을 마련하고 공장증설에 따른 환경오염 저감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기업의 환경적 책임과 역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는 기구로, 기업의 투자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상시적 대화를 통해 풀기 위해 출범했다.

광양시 관계자는 “기업과 지역이 상생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출범한 것이 협의회다. 지역민들이 소외받지 않고 기업이 상처받지 않도록 해보자는 역지사지의 의미를 지녔다”며 “향후 광양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경을 논의하는 생산적 협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의회가 출범했지만 재정분담 등 현실적인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협의회가 단순 환경현안을 논의하는 기구에 머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자칫 상징적인 대화 창구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정작 협의회를 출범하자고 하면서 정작 실질적으로 협의회가 운영하는데 필요한 재정문제는 제시되지 않았다”며 “만약 예산도 없이 출범했다면 문제다. 상징적인 의미만 가진다면 협의회를 출범시킬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협의회가 광양제철소의 입김에 따라 기업의 투자논리에 대한 사전 양해를 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 아니냐”며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실무적인 논의기구가 될 수 있어야 하는데 재정 계획이 없다는 것은 공장증설 등 갈등이 일만한 민감한 시기에만 문을 열고 환경단체를 설득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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