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미리 조율된 이야기가 아닌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지난 12일 진월면에서 있었던 ‘시민과의 대화’에서 한 시민이 질문에 앞서 한 말이다.

시민과의 대화에 앞서 각 읍면동 공무원들은 나올 법한 예상 질문을 미리 준비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그래서 시민과의 대화가 그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아왔다. 올해 역시 준비한 질문을 하고 그에 맞춰 답변을 준비해 온 모양새다.

이런 상황을 광양시 관계 공무원 역시 부정하지는 않는다.
지난 13일 진상면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이에 대해 “미리 질문을 받아 놓지 않는다면 ‘시민과의 대화’ 자체가 중구난방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리고 ‘시민과의 대화’에서 나오는 민원 대부분이 다른 경로로 제기할 수 있는 문제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민과의 대화라는 공식석상에서 답변을 하면 그 만큼의 책임감이 있다”며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사전에 파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민원을 놓고 답변을 요구하게 되면, 현황을 파악하기 쉽지 않을 뿐더러 정해진 시간에 답변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과의 대화를 취재해 보면 민원들중 상당부분은 마을 도로 문제나 하천 등에 국한돼 있다. 그리고 그 답변은 “검토 하겠다” 내지 “진행 중에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생각건대 이런 민원은 대부분 광양시 홈페이지나 민원부서 등을 통해 제기가 가능하다.

그렇기에 뻔한 답변을 하고 듣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시간을 할애하고, 이성웅 시장을 비롯한 각 부서 수장들도 보름여에 가까이 자리를 비워야 하니 왠지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시민과의 대화’라는 공식석상의 ‘말’보다는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고 광양시가 이에 답변한 공식적인 ‘문서’가 더 신뢰가 가지 않을까 하는 지적이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시민과의 대화’의 형식을 바꿔볼 것을 제안한다.
읍면동에서 취합한 민원을 굳이 ‘시민과의 대화’ 형식을 빌려 하지 말고 사전에 지역민들과 조율한 현안 사업 가운데 한두 가지 주제를 놓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해보자는 것이다.

‘시민과의 대화’에서 거론되는 민원은 발전협의회나 청년회 등 지역 유력 단체들이 취합해 상시적으로 시(관련부서)에 민원을 제기하고 답변을 받으면 되는 사안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각 지역마다 현안 가운덴 모든 주민들이 대상이 되는 것이 있을 것이고, 이에 대해 실질적인 대화가 오간다면 시책을 마련하는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물론 주제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사전 조율은 필요하다. 각 읍면동에서 있을 만한 주제를 만드는 일이 지금처럼 사전에 질문을 받는 것보다 쉽지 않겠지만 실질적인 대화를 위해 이런 노력은 해봄직하다.

주제에 따라 관련부서 직원들만 참여해도 되니 ‘검토’ 또는 ‘진행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는 공무원이 다 참석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물론 기자가 제안한 방법이 정답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민과의 대화를 할 때마다 비슷한 지적을 늘 받는 상황에서 굳이 같은 형식을 고수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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