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교 기자의 리뷰톡톡!

▲ 이정교 기자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불꽃처럼 열정적으로 타오 르고 끝내 눈보라처럼 싸늘 하게 식어버린 사랑. 그저 당당하게 사랑하고 또 사랑 받고 싶었던 것이 전부였던 한 여자의 이야기다.

지난달 10일 개막해 오는 25일까 지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 서 이어지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는 러시아의 전통 있는 오페라‧뮤지 컬 극장이자 프로덕션인 ‘모스크바 오페레타 시어터’의 창립 90주년 기 념 작품이다.

기차소리와 함께 극이 시작된다. 앙상블의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완 성도 높은 영상이 펼쳐지는 LED 스 크린, 조명을 활용한 화려한 연출이 돋보였다. 모스크바역을 배경으로 극 중 주인공인 안나와 브론스키의 첫 만남이 스치듯 표현된다.

이들은 눈보라에 갇히듯 서로에게서 벗어 날 수 없다. 커져만 가는 감정에 안 나는 결국 가족을 떠나 브론스키에 게 향한다. 그녀는 도망쳐 브론스키 와 동거를 시작한다. 러시아 사교계 는 끊임없이 이들을 입에 올리며 멸 시와 경멸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은 점차 변 해간다. 브론스키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그녀에 대한 마음이 점점 식어간다. 그리고 그런 브론스키에 대한 안나의 집착은 더욱 커져간다. 남편 카레닌은 안나에게 배신당했 음에도 끝까지 ‘그녀의 모든 불행이 자신의 죄’라고 자책하며 그녀를 용 서하고자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극중 인 물들 사이에서 계속 언급되던 패티의 등장이다. 19세기 러시아는 물론 세계를 대표했던 실존 인물, 소프라 노 ‘아델리나 패티’를 모델로 한 캐 릭터로 단 한번 등장한다. 패티는 ‘오, 나의 사랑하는 이여’ 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음의 아리아를 관객에게 선보인다.

패티의 아리아는 극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박수를 받으며 관객에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격정적인 감정을 안겨준다. 아리아를 듣고 안나는 자신을 되돌아본다. 그녀는 사람들의 눈초리 에 지쳐있고, 집착이 되어버린 사랑과 모르핀이 없으면 밤에 잠들지 못 할 정도로 망가져버린 자신을 발견 한다.

집으로 돌아가자는 두 남자를 뿌리치고 그녀는 기찻길로 뛰어 든다. 카레닌과 브론스키, 두 남자의 사랑을 받았으나 끝내 스스로를 사랑할 줄 몰랐던 안나의 삶은 그렇게 끝났다.

전체적으로 넘버들은 고음과 저음을 오가며 난이도가 높게 구성됐다. 극 전개가 속도감 있고 갖가지 감정들이 빠르게 넘어가다보니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를 유도하는 타이밍도 적었다. 이야기가 함축된 부분들도 많아 안나가 왜 피폐해졌는 지에 대해 원작을 모르는 관객에게는 설명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게다가 원작에서 톨스토이가 자신을 투영했던 또 다른 주인공 ‘레빈’도 뮤지컬에서는 그 무게가 상당히 축소돼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아쉬움들을 넘어설 만큼 관객에게 풍부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러시아 버전과 똑같이 만드는 ‘레플리카’방식으로 제작 됐다. 마주르카‧왈츠‧발레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이 끝없이 펼쳐진다. 러시아 현지에서 2016년 초연한 뒤 해외 라이선스는 한국이 처음이며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불세출 걸작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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