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날씨에 뜨거운 땀방울, 새 시즌 기대

지난 시즌은 팬들에게도 선수들에게도 힘든 한해였다. 8승 11무 19패, 리그 10위. 시즌 막바지 지독할 만큼 이어졌던 14경기 무승은 6무 8패의 기록으로 끝났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강등해서 절치부심했어야했다는 목소리까지 흘러 나왔다. 올해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전남은 말한다. "올해는 팬들과 선수들 모두가 분풀이하는 시즌이 될 것이다"

오전, 프로필 촬영 꾸미는 코칭단, 막 나가는(?) 선수단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프로필 촬영이 있는 날. 아침부터 클럽하우스에서 플래시가 터진다. 서포터이자 명예기자들도 클럽하우스를 찾아 촬영을 함께 했다.

프로필 촬영을 준비하는 선수마다 성격이 각양 각색이다. 어떤 선수는 머리에 왁스도 발라 스타 일을 만들고 새 축구화까지 꺼내 신었다.

다른 선수는 잠에 막 깨 부은 얼 굴로 촬영에 임하기도 했다.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앞으로 나 오는 괄호 안에 숫자는 그 선수의 등번호다.

선수들을 모두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조금 아쉽다. 촬영을 위해 축구화 끈을 묶던 김선우(6) 선수 는 “최근에 체력테스트 결과가 좋아 기분이 좋 다”고 미소를 보였다.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김경재(24) 선수는 프로 필 촬영 중인 이슬찬(13) 선수에게 “가슴 넣어라. 올해도 골 넣을래?” 등의 농을 건넸다.

정작 자신은 세레머니를 요청하는 사진기사에게 ‘촤이야!’ 를 외치며 더욱 적극적이었다. 우선지명으로 입단한 한창우(29) 선수는 “올 시즌 공격 포인트 5개 이상이 개인 목표다. 부상 없이 시즌을 마무리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다짐 을 보였다. 선수들의 촬영이 끝나고 코칭스태프들과 감독 의 프로필 촬영이 이어졌다. 선수들보다 다소 경 직되고 어색한 모습의 코칭단은 선크림을 바르는 등 나름 외모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유상철 감독은 멋들어진 슈트를 입었다. 모든 촬영이 끝나고 유 감독과 코칭단은 오후 훈련을 대비한 회의에 들어갔다. 클럽하우스는 한동안 조용했다.

오후, 컨디션 조절 훈련 입에선 입김이… 온몸에는 땀방울!

경기장에서 단체사진 촬영이 끝나고 선수단은 연습구장으로 향했다. 유 감독과 코칭단은 오후
훈련 대부분을 컨디션 조절 위주의 훈련으로 계 획했다. 가볍게 달리기부터 시작이다.

50m간격을 15 초간 10분씩, 2세트로 진행됐다. 이어지는 훈련 은 볼감각 훈련. 선수들이 리프팅 후 공을 패스하 는 식이다. 장난기 많은 선수는 일부러 멀리 패스 해 공을 잡기 위해 달리는 선수들도 종종 나왔다. 선수들의 가슴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심박수가 체크된다. 유 감독은 심박수가 표시된 테블릿을 들고 선수 하나하나에게 더 뛸 것을 종용했다.

선수들을 지도하는 유 감독은 ‘유비’라는 별명답게 온화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었다. 유 감독의 그러한 모습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 어진 훈련은 5대 2. 5명의 선수가 원을 만들고 원 터치로 패스를 주고받고 2명의 선수가 뺏는 훈 련이다. 한 그룹 당 코칭스태프 한명이 함께 하는 훈련에 유 감독은 부임 이후 처음으로 참여했다.

“나 여기 와서 5대 2 처음했거든? 죽을 것 같아” 유 감독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을 들이켰다. 연습구장 한 편에서는 찾아온 팬들이 자신이 응 원하는 선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코 칭단은 차가운 바람에 지켜보는 팬들을 걱정하며 챙겼다. 구장 밖에서는 두런두런 이야기가 오갔 고, 운동장에서 선수들은 죽어라 뛰었다. 한껏 추운 날씨에도 선수들의 몸에서는 수증기 가 피어올랐다. 훈련이 다 끝날 때까지 먼저 떠나 는 팬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저녁, 각자의 생각이 깊어지는 시간

훈련이 끝나면 각자 씻고 개인시간을 갖는다. 김민준(4) 선수는 트레이닝룸을 찾아 개인훈련 에 들어갔다. 김 선수는 “내셔널리그에서 다시 프 로로 올라왔다. 부담감에 자꾸 몸이 굳는다”며 “하지만 더 열심히 훈련해서 실력을 입증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늘 단체훈련 후 30분간 개인훈련 중”이라며 운동을 이어갔다. 주장인 김영욱(14) 선수의 방을 찾았다.

전지훈련을 마치고 아직 방 정리를 못했다는 김 선수는 지난 시즌을 되돌아보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지난 시즌은 많이 힘들었지만 또 많은 사랑도 받은 한 해였어요. 이적에 대한 고민도 많았는데 팬과의 만남이 떠올랐죠. 제가 어디로 가든 응원할 거라며 울먹거렸어요. 과연 내가 지금 떠나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죠” 김 선수는 올 시즌 새롭게 주장을 맡아 선수단 의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김 선수는 “평소 위로는 최효진(2) 선수, 밑으로는 한찬희(16)‧이 슬찬(13) 선수 등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며 “주 장이 되고나니 늘어난 부담만큼 책임감도 늘었 다”고 말했다. 유상철 감독도 마찬가지다.

유 감독은 늦은 시 간에도 선수단 건강상태와 오늘 훈련 결과를 체 크하느라 바빴다. 유 감독은 “매일 점심시간 이후 코칭단과 회의 를 한다. 주로 부상자를 포함한 선수들의 컨디션 체크와 당일 훈련 계획을 짜는 중이다”며 “남은 일정이 빠듯해 실제로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적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이어 “우선 목표는 상위 스플릿이 다. FA컵과 ACL 진출 등도 노리는 중이다. 그러 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집중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서로가 더 힘을 합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전남드래곤즈의 지난 시즌은 말 그대로 끔찍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발 빠르 게 새 시즌을 준비하는 중이다. 선수단은 더 이를 악물고 훈련 을 하고 코칭스태프는 이에 대 한 준비에 철저하다. 더 좋은 경 기로 팬들을 신나게 하고 싶고, 무엇보다 승리에 목말라있다. 3월 1일 시즌 개막이 코앞이다. 이들을 기다리 고 있는 것은 승리의 기쁜 함성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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