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늦공부지만 역사 속 큰 정신들과 맞장 뜨며 호흡할 수 있고, 일러주는 지혜와 접할 수 있다는건 독서하는 사람이 누리는 소중한 복락인 것 같다.

땀 흘리며 산을 오르다 운 좋게 산 더덕을 찾은 것처럼 마음에 와 닫는 문장하나를 접하면 풍요와 즐거움으로 가슴이 뛴다. 서양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최고의 약은 걷는 것이다.”라 했고, 조선시대 의학자 이제마는 “어짐을 좋아하고 착함을 즐기는 것 이상의 더 좋은 약은 세상에 없다.”고 말했다 한다.

이 이야기는 우리는 돈 한 푼 없이도 세상에서 제일 좋은 두 약을 모두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동의보감에는 “내 주위 천리이내에서 나는 식재료가 우리 몸에 가장 좋다” 하였으니 몸에 좋다고 야단법석인 외국산 건강식품은 부러워할 이유 또한 없지 않은가. 여기서 더욱 중요한 사실은 짧은 기간 복용으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행동으로 실천하여 습관의 보살핌을 향유하라는 뜻이 되니 더욱 의미가 깊고 즐겁다.

해발고도 3600m에 있는 불가리아의수도라파스에서는 빈부 차에 따라 사는 고도가 나누어진 다고 한다. 해발고도 4000m이상 고지대에 사는 케츠아족 들은 부족한 산소에 적응하면서 유도선수처럼 두터운 상체와 튼튼한 하체를 가지게 되었다한다.

그들은 산소마저도 차별 받고 사는 것은 아니가 하는 관광객들의 우려하는 생각과 달리 더 낮은 상업지역 높은 빌딩에서 사는 부유한 사람들을 향해 “돈 벌어 큰 집 갖는 것이야 자유 이지만 설산 넘어 지는 저 황홀한 해와 지평선에서 뜨는 예쁜 달을 바라볼 수 있는 고원을 놔두고 조밀한 빌딩 속에서 왜 저리 답답하게 사는지 모르겠다.”며 도리어 동정의 시선을 보낸다고 한다.

인간들이 사물을 아름답게 보고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생명체를 풍요롭게 하는 산소가 부족한 척박한 환경, 감자나 옥수수 등 조악하고 부족한 식 재료, 먼 거리를 걸어야만 하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착하고 정직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자연이 그들의 몸속에 맑고 큰 울림통을 만들어주어 세상에서 받아들이는 이야기와 현상들을 더 크고 더 깊게 공명 하게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여건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해외여행을 즐긴다. 견문과 독서는 찰떡궁합이라는 생각과 “어떠한 지식도 경험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 보고 느끼는 “시선이 사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얼마 전까지는 패키지 여행중심으로 모처럼 마음의 여유가 주는 호기심의 눈을 밝히고,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르게 간직하고 있는 문화유산을 음미해보고, 저마다 특색 있는 의식주의 형태와 생활습관도 눈여겨보며, 재미있는 공연예술과 색다른 음식의 경험, 때론 발마사지 등의 호강도 즐기곤 했다. 그런데 노르웨이와 뉴질랜드 남섬의 피오르드 지역을 여행하며 느껴본 생각이다.

설산의 눈이 녹은 물이 흘러 고인 맑은 호수가 아름다운 산을 품어 물의 위와 아래가 똑같은 경이로운 모습을 보며 사람의 마음도 착하고 정직해야 세상의 이치와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여행에 대한 또 다른 의미를 가져보았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다녀온 뒤 그 생각은 조금 더 굳어졌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를 피해 고지대에 살며 등교와 이웃 마을 방문을 위해 최하 500m 이상을 오르내리는 욕심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눈이 맑은 사람들. 일당 일만 육천 원 남짓을 벌기위해 자기 몸보다 큰짐을 지고 하루 일곱 시간 가까이 산을 오르고도, 할 수 있는 일을 주어 고맙다며 미소를 보내는 포터들, 태어난 이래 한 번도 사는 곳을 떠나보지 못 하고도, 우열이 없고 차별이 없는 곳에 살며 설산의 비경을 매일 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사는 것일까?

“유토피아는 신의 나라가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최선의 나라”라는 말을 태초로부터 유전 받으며 살아온 때문일까? “최고의 자유는 오직 순명하는 것”이라는 말을 믿고 살아가는 것일까? “높이 오르면 보다 멀리 볼 수 있다”고 했던가.

여행은 나보다 어려운 삶들을 보며 위로 받는 여정. 문명이 덧칠 되지 않은 눈부신 자연은 나에게 ‘곱게 늙어라’, ‘좋은 습관을 가져라’를 너머 착하고 정직하며 성실하게 살라는 지혜를 찾는 소중한 경험으로 받아들이라 일러준다.

모처럼 들린 딸아이가 집 구석구석을 청소를 하며 손자들 한번이라도 더 보려면 위생과 청결에 각별이 신경 쓰라며 습관이 된 꾸지람을 반복한다.

군소리 없이 부족함을 조용히 채워만 주면 좋겠다는 식의 바램만 늘고, 고친다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오늘도 다짐하나를 장바구니 채우듯 쉽게 담아본다. 그래도 부지런히 담고 옆에 두다 보면 얼굴에 늘어가는 검버섯처럼 자리를 잡을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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