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 8명 정원서 2명으로 축소 대신 실용음악 증원 미술과는 입시 불공정 시비…개교 앞두고 악재 겹쳐

음악과 세부전공 미달사태로 정원 조정 등 차질이 우려됐던 한국창의예술고등학교가 결국 정원을 조정했다. 추가모집보단 안정적인 신입생 확보에 방점을 찍은 셈인데 명문예술고 조기정착을 내세워 실력이 되지 않으면 과락시키겠다는 당초 방침이 무색해질 전망이다.

한국창의예고는 지난 6월 신입생 모집요강을 발표하면서 성악 8명, 피아노 9명, 관악 5명, 현악 7명, 타악 1명 창작 4명, 실용음악 6명 등 음악과 40명을 모집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신입생 모집결과 성악분야는 2명이 지원해 6명, 관악분야는 2명이 지원해 3명, 타악분야는 지원자가 없었고 창작분야는 3명이 지원해 1명이 미달했다. 다만 6명을 뽑는 실용음악분야에 26명이 대거 몰렸고 4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순수예술과 실용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대신 미디음악, 작곡, 콘텐츠창작, 디자인, 미디어아트 등 융합 전공 분야를 신설해 새로운 문화예술 트렌드를 선도하는 우수 창의예술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첫 신입생 모집에서부터 비인기 순수예술이 소외되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일부 세부전공별 미달사태가 발생하자 한국창의예고는 11일 신입생 합격자를 발표하면서 미달된 성악 등을 축소하는 대신 실용음악 분야 10명, 피아노 11명, 정원을 늘리는 등 일부 조정했다.

이에 대해 한 학부모는 “개교도 하지 않은 신설 학교인 창의예술고에 아이를 보낸 것은 정원에 상관없이 실력 있는 아이들을 선발해 조기에 명문예술고를 육성한다는 입시설명 때문이었다”며 “정원 미달을 이유로 과락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했다면 이는 애초 아이들과 학부모를 속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학부모는 “추가모집 등을 통해 정원 미달 전공분야의 신입생을 모집하는 게 해당 분야의 인재육성 취지를 살리는 길임에도 정원 조정을 선택한 것은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라며 “이는 결국 비인기 순수예술 분야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어 학교의 지향점인 명문예술고 육성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광양시 관계자는 “첫 신입생을 선발하다 보니 당초 계획했던 것과 달리 지원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면서 정원 조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술과를 두고 입시 불공정 시비가 불거져 한국창의예고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미술과에 지원한 일부 학생들이 반입이 금지된 휴대전화를 가져와 학원 관계자와 연락을 취해 실기시험에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전남도교육청도 뒤늦게 휴대전화를 수거한 사실을 인정한 상태다.

일부 학생들은 소묘 실기시험을 치르기 전 대기실에서 그릴 대상 5개가 공개됐는데 이때까지도 상당수 수험생이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반입금지 물품인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던 학생들이 대상이 공개된 후 학원 교사 등 외부인과 통화했다는 것이 이들 학생의 주장이다.

소묘 시험의 채점 기준은 160점 만점에 표현력 64, 창의성 48, 공간구성 48점. 학생들은 휴대전화를 지닌 수험생들이 소묘 대상을 학원강사 등에게 통화로 알려주고 공간구성 등에 대해 조언을 받거나 인터넷을 검색한 뒤 시험을 치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교육청은 소묘 대상이 공개된 이후 휴대전화를 수거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시험의 공정성은 훼손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수험생 관리에 구멍이 생기면서 개교 전부터 구설을 감당해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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